정책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제, 편법만 늘어나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제’가 경증질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법을 이용하여 이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김현숙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2개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인상하고 있다.
특히 ‘약국 본인부담금 차등제’에 해당되는 질병 중 본태성 고혈압(I10)은, 2012년 통계 기준 다빈도 상병 순위 10위에 해당하는 질병으로서, 외래 진료비가 4,9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건강보험 급여 지출이 많은 질병이다.
심평원은 이 ‘본태성 고혈압’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실태를 추적하여 분석하였는데, 제도의 의도와는 다르게 주상병명을 바꾸어 계속 대형병원(상급 종합병원,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2010년 1분기에 상급종합병원에서 고혈압 진료를 받은 15만 1,181명과 종합병원에서 고혈압을 진료를 받은 환자 28만 5,050명을 모집단으로 하는 의료기관 이용 실태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를 보면, 고혈압 치료를 위해 모집단 중 3,175명은 병원을, 3만 4,005명은 의원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었다.
또한 모집단 중 311명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3,109명은 종합병원에서, 238명은 병원에서, 2,642명은 의원에서 고혈압과 비슷한 상병인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진료를 받고 있었다.
이와 같은 모집단의 의료기관 이용 실태를 추적 한 결과, 모집단 중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이용하던 인구는 본인부담금 차등제가 시작된 2011년 4분기를 기점으로 3만 488명(상급종합), 3만 5,561명(종합)이 줄어들었으나, 병원 및 의원 이용 환자는 각각 1,044명, 7,734명 늘어나 대형병원 감소분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진료받은 인구가 2011년 4분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1년 3분기 5,800명에 불과하였으나, 2011년 4분기 1만 4,856명으로 약 2.5배(9056명) 늘어났으며, 종합병원의 경우 8,344명에서 2.54배 늘어난 2만 1,180명이 됐다.
특이한 것은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병원, 의원 등 비 대형병원을 이용한 인구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1분기~3분기와 2011년 4분기~2012년 2분기의 평균 환자수와 증감인원수를 비교하면 더욱 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대형병원(상급종합, 종합)의 2011년 4분기~2012년 2분기 평균 환자수 10만 8,306명으로 2011년 1분기~3분기 평균 환자수는 20만 5,922명으로 보다 9만 7,616명(47.4%) 줄어들었다.
그러나 비 대형병원(병원, 요양병원, 의원)의 2011년 4분기~2012년 2분기 환자수는 7만 2,074명으로 2011년 1분기~3분기 평균 환자수는 5만 4,037명보다 1만 8,037(33.4%)밖에는 늘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의 대형병원의 평균 고혈압성 심장병 환자는 1만 1,119명에서 3만 6,834명으로 2만 5,714명(231.2%)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로 보면,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제에 해당되는 고혈압 환자들이 일부는 약제비 절약을 위해 대형병원에서 비 대형병원으로 옮기고 있으나,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치료방법이 비슷하지만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제에 해당되지 않는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그 주 상병을 바꾸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김현숙 의원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원인은, 52개 주상병명을 정해놓고 이에 대해서만 차등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도 운영을 맡고 있는 건보공단은 이 문제점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애초의 목적대로 운영되어 의료기관 종별 역할 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재경
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