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동남아 제약시장 가파른 성장…국내 기업의 인니 진출전략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의약품 매출 순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제약시장 중 비중이 큰 인도네시아 공략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의 의약품 시장 진출전략을 분석한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 수출지원 보고서’를 공개했다.진흥원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제약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2015~2019년 이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8%로, 동일 기간 5.3%의 성장률을 기록한 국내 제약시장보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동남아 지역의 제약 규제 조화를 가속화하고 지역 전체의 제약부문 개발을 촉진해 인근 아시아 태평양 시장(APAC)의 제약부문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동남아 주요 6개 국가의 제약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로, 한화로는 약 26조원에 이른다. 이 중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시장 규모는 약 40억~60억 달러로 상당히 큰 규모를 차지한다.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제약시장은 지난해 기준 전년대비 7.6% 증가해 약 99억 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국 제약시장 규모의 45%에 해당하는 셈이다.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7.8%로 전망되면서, 약 134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1인당 의약품 비용은 지난해 약 36 달러로, 전년대비 6.6%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1인당 의약품비의 약 10.9%에 해당한다. 올해 이후에는 연평균 7.4% 성장률을 보여 2026년엔 약 46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의약품 종류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인도네이사의 처방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77억 달러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7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23억 달러다.질환별로는 지난해 가장 큰 시장이 약 7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백신’으로 확인됐다.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올해 백신시장 규모는 감소한 반면 항암제와 당뇨병용제 시장이 증가할 전망이다.인도네시아에는 2019년 기준 206개의 제약기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은 없고 상위 10위권 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5.7% 증가한 약 6억5000만 달러, 수입액은 7.6% 늘어난 약 14억1000만 달러로, 수출보다 수입이 많았다. 특히 의약품 원료는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의 의약품 수출액은 2021년 약 2940만 달러로,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반면 대(對)한국 수입액은 약 8380만 달러로 전년보다 85% 증가했다.진흥원은 인도네시아가 아시아에서 의약품 수요와 소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인데다, 아세안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동남아 최대 경제 대국인 만큼 공략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다만 원료의약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인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5%를 차지하는 해외 수입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2026년부터는 의약품 할랄 인증 표기를 의무화해 수입 비중을 줄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중산층이 성장하고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결핵 등 틈새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한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의료산업의 추가 성장도 전망되고 있다. 또한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수요와 건강에 대한 인식 증가, 건강보험 확대로 원격 의료 발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진흥원은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에 대해 “유통, 마케팅, 생산 등과 관련된 적절한 현지 파트너를 발굴하고, 진출하려는 지역의 의료시설과 관련한 사회적 공헌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진출 품목을 설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필수 유통 인증 절차인 인도네시아 식약청(BPOM) 인증은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요구 서류가 많아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현지법인 진출 기업이 아닌 경우, 국내 품목 허가받은 의약품들은 CSO(영업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니 제약사와 협력해 인허가‧마케팅에 대한 효율적 접근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의약품 할랄 의무화 정책과 유예나 공포기간 없이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는 정책 불확실성도 국내 제약사가 인니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라는 분석이다.진흥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자국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수출입 관련 승인이 보다 강화될 전망”이라며 “현지파트너와의 공동출자 공동경영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한편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국내 제약사의 행보도 주목된다. 종근당은 2015년 현지 제약사 오토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2019년에는 인니에서 처음으로 할랄 인증 항암제 의약품 공장을 설립했다.동아ST는 2018년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대웅제약은 2012년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했다. GC녹십자는 올해 1월 인니 정부로부터 혈액제제 공정 건설과 기술이전 최종승인을 획득하고, 인도네시아 적십자‧현지 제약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
이주영
202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