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문배달부들의 실제 파업을 무대로 그려내다_뮤지컬 뉴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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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이란 말이 있다. ‘길에서 파는 신문’이다. 우리에게 신문은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되는 것, 요즘 세대들에겐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으로 더 익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예전 신문들은 가판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특히 미국처럼 거대한 땅덩어리에선 가가호호 신문을 배달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길에서 파는 신문은 언론사에겐 주요한 수입원이자 유통 경로일 수밖에 없었다. 8~9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신문팔이들이 동전 몇 개에 신문을 건네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가판’이다.
뮤지컬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뉴욕. 신문팔이들이 새로 인쇄된 신문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판매 방식은 단순하다. 조금 싸게 신문을 사서 행인들에게 팔면 남은 마진이 바로 신문팔이들의 몫이다. 그날 머리기사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적절히 과장도 하고, 연민도 자아내 인수한 신문을 모두 파는 것이 신문팔이들 – 뉴시즈(Newsies)들의 수완이자 능력이다.
어느 날, 신문사의 악덕 사주가 일방적으로 신문가격을 올리는 파란이 연출된다. 신문팔이 소년들을 그저 하청받는 일꾼 수준으로 생각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음흉한 계획이었다. 뉴시즈의 리더인 잭 켈리는 뉴시즈들과 함께 미국 역사상 최초의 신문사 파업을 감행한다. 폭력과 억압으로 이들을 대하던 신문사는 점차 곤경에 빠지고 결국 비겁한 수단까지 동원해서라도 이들의 파업을 막으려는 경영진과 정당한 대가를 얻기 전엔 가판을 받지 않겠다는 뉴시즈들의 충돌이 이어진다. 뮤지컬 ‘뉴시즈’에 펼쳐지는 줄거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이어지는 해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산꼭대기에 있는 뜬금없는 성을 만나게 된다. 유럽도 아닌 미국, 그곳도 서부에 왠 고풍스런 성일까 의아할지 모르지만 화려하게 꾸며진 외관과 근사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서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바로 허스트 캐슬이다. 신문재벌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이곳의 산 중턱에 중세풍의 거대한 성과 남유럽식 별장을 짓고 명사들을 초청해 연회를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번에 100인분도 거뜬히 만들었다는 조리실이나 파란색 대리석 바닥이 아름다운 수영장을 보고 있자면 당시 그가 얼마나 큰 부와 명예를 누렸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허스트가 활동한 것은 1900년대 전후다. 당시 신문구독을 위해선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등장한다. 자극적인 제호와 기사를 실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조건 한 부라도 더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박리다매’의 신문 사업이 등장한 것이다. 자연스레 가판 경쟁은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한 푼이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일전신문(Penny Paper)이란 말도 등장했다. 그렇게 큰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된 대표적인 미국의 신문재벌들이 바로 윌리엄 허스트와 조지프 퓰리처다.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말도 이 시절에 처음 생겨났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당시 신문은 자극적인 내용을 실어 사람들로 하여금 솔깃하게 만들어야 잘 팔렸고 그래서 요즘은 천재지변이나 국가 중대사에나 등장하는 신문의 한 면을 가로지르는 큰 글자 크기의 통단제목(banner)도 이 시기엔 하루가 멀다하고 자주 쓰이는 편집기법으로 활용됐다.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퓰리처의 아성에 도전하던 허스트가 자신이 발행하던 ‘선데이 월드'에 옐로우 키드(The yellow kid)라는 시사만화로 인기를 끌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추구했다고 해서 생겨난 표현이다. 허스트 캐슬의 서재를 찾아가면 당시 일전신문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기도 하다. 물론 맨 마지막으로 전시된 신문에도 통단제목은 버젓이 담겨있다. ‘허스트, 세상을 떠나다’. 그의 죽음마저 자극적인 기사의 소재로 쓰인 셈이다.
뮤지컬 ‘뉴시즈’는 바로 그 격변의 미국 신문 전쟁 시대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처음에는 뮤지컬 영화로, 훗날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길에서 신문을 팔던 뉴시즈들은 대부분 고아나 부랑아, 가난한 아이들이었고 뮤지컬 속 악덕 기업주는 바로 퓰리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같았던 이 사건은 그러나 노보까지 직접 만들며 조직적으로 저항한 배달 소년들이 마침내 승리를 거두게 되는 대반전을 이뤄낸다. 뉴시즈들의 저항은 미국 노동사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뮤지컬 제작사는 디즈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차용했지만 디즈니 콘텐츠들이 늘 그렇듯 뮤지컬에는 ‘세상은 아름다워라’식의 윤색도 등장한다. 퓰리처의 딸 캐서린이 파업을 주도하는 잭과 로맨스 관계로 발전한다던지, 주지사였던 루즈벨트까지 가세해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극 전개다. 원래 진짜 파업을 주도했던 역사속 인물은 ‘애꾸눈 꼬마(kid blink)’라 불렸던 외눈박이 배달부 소년 루이스 발렛이었는데 영화와 뮤지컬에서는 조연급 캐릭터인 다리가 불편한 소년 크러치로 변화된 것도 현실과 다른 뮤지컬만의 판타지다. 물론 무대가 굳이 역사의 정확한 고증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디즈니가 만들면 인어공주도 되살아나고, 아이다도 윤회한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롭긴 힘들다. 뚜렷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조가 선명해 작품의 주제가 잘 드러나는 장점도 있지만 다분히 도식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말은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되기 일쑤다. 덕분에 자본가에 대항해 생존을 걸고 파업을 감행했다는 뉴스보이들의 정신은 디즈니식 해피엔딩의 뻔한 결말에 가려 다소 극적인 생동감을 잃게 됐다. 언론학자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묘미는 단연 안무다. 어깨 한 쪽에 신문을 담는 끈 가방을 걸치고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소년들의 춤사위는 그야말로 역동적이다. 노래를 만든 콤비는 알란 멘켄과 잭 펠드만이다. 사실 알란 맨켄은 작사가 하워드 애쉬만과 콤비를 이뤄 80년대 디즈니의 인기 만화영화들 -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을 만들었던 바로 그 작곡가다. 작사가 하워드 애쉬만이 아쉽게 세상을 일찍 떠나 지금은 다른 예술가들과 활동하고 있다. 주제가처럼 쓰이는 노래 ‘캐링 더 배너’는 멋들어진 군무와 함께 이 뮤지컬의 상징으로 통한다.
브로드웨이에선 40번가에 위치한 네덜란더 극장에서 막을 올렸었다. 공연이 끝나면 단체 관람을 온 중고생 관객들이 자리에 남아있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역사속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했던 탓이다. 신문배달부들이 쓰고 다녔다는 빵모자(‘뉴스보이 캡’이라고도 불린다)나 파업 당시에 만들었던 신문의 복사본을 나눠주며 용감한 도전의 역사를 들려주면 청소년 관객들이 아무 군소리도 없이 경청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체험이다. 물론, 문화와 예술이 교육의 도구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 관객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은 문화산업의 책임이자 의미 있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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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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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배달부들의 실제 파업을 무대로 그려내다_뮤지컬 뉴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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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이란 말이 있다. ‘길에서 파는 신문’이다. 우리에게 신문은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되는 것, 요즘 세대들에겐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으로 더 익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예전 신문들은 가판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특히 미국처럼 거대한 땅덩어리에선 가가호호 신문을 배달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길에서 파는 신문은 언론사에겐 주요한 수입원이자 유통 경로일 수밖에 없었다. 8~9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신문팔이들이 동전 몇 개에 신문을 건네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가판’이다.
뮤지컬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뉴욕. 신문팔이들이 새로 인쇄된 신문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판매 방식은 단순하다. 조금 싸게 신문을 사서 행인들에게 팔면 남은 마진이 바로 신문팔이들의 몫이다. 그날 머리기사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적절히 과장도 하고, 연민도 자아내 인수한 신문을 모두 파는 것이 신문팔이들 – 뉴시즈(Newsies)들의 수완이자 능력이다.
어느 날, 신문사의 악덕 사주가 일방적으로 신문가격을 올리는 파란이 연출된다. 신문팔이 소년들을 그저 하청받는 일꾼 수준으로 생각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음흉한 계획이었다. 뉴시즈의 리더인 잭 켈리는 뉴시즈들과 함께 미국 역사상 최초의 신문사 파업을 감행한다. 폭력과 억압으로 이들을 대하던 신문사는 점차 곤경에 빠지고 결국 비겁한 수단까지 동원해서라도 이들의 파업을 막으려는 경영진과 정당한 대가를 얻기 전엔 가판을 받지 않겠다는 뉴시즈들의 충돌이 이어진다. 뮤지컬 ‘뉴시즈’에 펼쳐지는 줄거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이어지는 해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산꼭대기에 있는 뜬금없는 성을 만나게 된다. 유럽도 아닌 미국, 그곳도 서부에 왠 고풍스런 성일까 의아할지 모르지만 화려하게 꾸며진 외관과 근사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서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바로 허스트 캐슬이다. 신문재벌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이곳의 산 중턱에 중세풍의 거대한 성과 남유럽식 별장을 짓고 명사들을 초청해 연회를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번에 100인분도 거뜬히 만들었다는 조리실이나 파란색 대리석 바닥이 아름다운 수영장을 보고 있자면 당시 그가 얼마나 큰 부와 명예를 누렸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허스트가 활동한 것은 1900년대 전후다. 당시 신문구독을 위해선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등장한다. 자극적인 제호와 기사를 실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조건 한 부라도 더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박리다매’의 신문 사업이 등장한 것이다. 자연스레 가판 경쟁은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한 푼이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일전신문(Penny Paper)이란 말도 등장했다. 그렇게 큰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된 대표적인 미국의 신문재벌들이 바로 윌리엄 허스트와 조지프 퓰리처다.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말도 이 시절에 처음 생겨났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당시 신문은 자극적인 내용을 실어 사람들로 하여금 솔깃하게 만들어야 잘 팔렸고 그래서 요즘은 천재지변이나 국가 중대사에나 등장하는 신문의 한 면을 가로지르는 큰 글자 크기의 통단제목(banner)도 이 시기엔 하루가 멀다하고 자주 쓰이는 편집기법으로 활용됐다.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퓰리처의 아성에 도전하던 허스트가 자신이 발행하던 ‘선데이 월드'에 옐로우 키드(The yellow kid)라는 시사만화로 인기를 끌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추구했다고 해서 생겨난 표현이다. 허스트 캐슬의 서재를 찾아가면 당시 일전신문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기도 하다. 물론 맨 마지막으로 전시된 신문에도 통단제목은 버젓이 담겨있다. ‘허스트, 세상을 떠나다’. 그의 죽음마저 자극적인 기사의 소재로 쓰인 셈이다.
뮤지컬 ‘뉴시즈’는 바로 그 격변의 미국 신문 전쟁 시대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처음에는 뮤지컬 영화로, 훗날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길에서 신문을 팔던 뉴시즈들은 대부분 고아나 부랑아, 가난한 아이들이었고 뮤지컬 속 악덕 기업주는 바로 퓰리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같았던 이 사건은 그러나 노보까지 직접 만들며 조직적으로 저항한 배달 소년들이 마침내 승리를 거두게 되는 대반전을 이뤄낸다. 뉴시즈들의 저항은 미국 노동사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뮤지컬 제작사는 디즈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차용했지만 디즈니 콘텐츠들이 늘 그렇듯 뮤지컬에는 ‘세상은 아름다워라’식의 윤색도 등장한다. 퓰리처의 딸 캐서린이 파업을 주도하는 잭과 로맨스 관계로 발전한다던지, 주지사였던 루즈벨트까지 가세해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극 전개다. 원래 진짜 파업을 주도했던 역사속 인물은 ‘애꾸눈 꼬마(kid blink)’라 불렸던 외눈박이 배달부 소년 루이스 발렛이었는데 영화와 뮤지컬에서는 조연급 캐릭터인 다리가 불편한 소년 크러치로 변화된 것도 현실과 다른 뮤지컬만의 판타지다. 물론 무대가 굳이 역사의 정확한 고증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디즈니가 만들면 인어공주도 되살아나고, 아이다도 윤회한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롭긴 힘들다. 뚜렷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조가 선명해 작품의 주제가 잘 드러나는 장점도 있지만 다분히 도식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말은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되기 일쑤다. 덕분에 자본가에 대항해 생존을 걸고 파업을 감행했다는 뉴스보이들의 정신은 디즈니식 해피엔딩의 뻔한 결말에 가려 다소 극적인 생동감을 잃게 됐다. 언론학자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묘미는 단연 안무다. 어깨 한 쪽에 신문을 담는 끈 가방을 걸치고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소년들의 춤사위는 그야말로 역동적이다. 노래를 만든 콤비는 알란 멘켄과 잭 펠드만이다. 사실 알란 맨켄은 작사가 하워드 애쉬만과 콤비를 이뤄 80년대 디즈니의 인기 만화영화들 -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을 만들었던 바로 그 작곡가다. 작사가 하워드 애쉬만이 아쉽게 세상을 일찍 떠나 지금은 다른 예술가들과 활동하고 있다. 주제가처럼 쓰이는 노래 ‘캐링 더 배너’는 멋들어진 군무와 함께 이 뮤지컬의 상징으로 통한다.
브로드웨이에선 40번가에 위치한 네덜란더 극장에서 막을 올렸었다. 공연이 끝나면 단체 관람을 온 중고생 관객들이 자리에 남아있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역사속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했던 탓이다. 신문배달부들이 쓰고 다녔다는 빵모자(‘뉴스보이 캡’이라고도 불린다)나 파업 당시에 만들었던 신문의 복사본을 나눠주며 용감한 도전의 역사를 들려주면 청소년 관객들이 아무 군소리도 없이 경청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체험이다. 물론, 문화와 예술이 교육의 도구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 관객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은 문화산업의 책임이자 의미 있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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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