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셉트'는 알쯔하이머 발병 감속기어
단기적 발병속도 둔화효과 입증
"경증의 인지기능 손상이 나타난 환자들에게서 알쯔하이머 발병에 제동장치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발병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분명 괄목할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州 소재 메이요 클리닉의 로널드 C. 피터슨 박사팀이 13일 플로리다州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신경의학회 연례 학술회의 석상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알쯔하이머 치료제 '아리셉트'(도네페질)의 효능을 한마디로 평가한 결론이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기억장애 등 경증의 인지기능 손상이 나타난 55~90세 사이의 환자 769명을 무작위로 3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각각 고용량의 '아리셉트', 비타민E 또는 플라시보를 매일 복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1년이 경과한 뒤 알쯔하이머를 진단받았던 이들의 비율이 비타민E 또는 플라시보 복용群에 비해 '아리셉트' 복용群에서 훨씬 적은 수치를 보였다. '아리셉트' 복용群의 경우 알쯔하이머 발병을 진단받은 환자수가 16명에 머물러 플라시보 복용群의 38명에 훨씬 밑도는 수치를 나타낸 것.
반면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아리셉트' 복용群의 경우 알쯔하이머를 진단받은 환자수가 63명에 달해 플라시보 복용群의 73명과 비교할 때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할만한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차이를 나타냈던 것이다.
비타민E 복용群의 경우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플라시보 복용群과의 차이가 줄어들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피터슨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아리셉트'는 알쯔하이머 발병률을 높이는 유전적 위험인자로 꼽히는 '아포리포단백질 E-4'(apolipoprotein E-4)이 높은 수치를 보인 환자들에게서 발병률을 3분의 1 정도까지 감소시켜 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경증의 인지기능 손상이 나타났거나, 유전적으로 알쯔하이머 발병요인을 지니고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아리셉트'를 반드시 복용토록 권고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의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하리라는 것.
그러나 피터슨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알쯔하이머 발병 초기단계에서 진행속도를 늦춰줌으로써 환자들로 하여금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게 해 주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맥락에서 매우 주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알쯔하이머연구조합의 레베카 우드 이사장도 "비록 약효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데 그쳤지만, 상당히 고무적인 결론을 담고 있다"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