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필요한 비만 환자 놓친다"…BMI 넘어 국가 관리체계 마련해야
같은 BMI라도 질병 부담 달라…임상적 징후·기능 손상 고려한 치료 필요
비만 비대응 비용 연 23.4조원…"고위험·취약계층부터 치료 접근성 높여야"
입력 2026.09.04 06:00 수정 2026.09.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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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교수, 김원석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교수(왼쪽부터)가 각각 한국 성인 비만의 질병·경제적 부담과 치료 접근성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비만을 단순히 체질량지수(BMI)나 체중으로 판단하는 데서 벗어나 실제 질병 부담과 기능 손상을 토대로 치료 필요성을 평가하고, 진단부터 치료·지속관리까지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같은 BMI의 비만 환자라도 동반질환과 건강 위험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정작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증 비만 환자 상당수는 약물치료를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연간 23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고위험군과 치료 접근성이 취약한 환자부터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비만학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국제학술대회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특별 정책세션으로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내 리얼월드(Real-World) 연구를 토대로 성인 비만의 질병·경제적 부담과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BMI라도 질병 부담 달라…“숫자만으로 판단해선 안 돼”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 약 35만명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BMI만으로는 비만 환자의 실제 질병 부담과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가려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도한 체지방과 함께 비만으로 인한 임상적 징후나 기능적 부담이 나타나는 상태를 질병으로 보는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 개념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2023년 기준 전체 대상자의 20.8%가 임상적 비만에 해당했으며, 비비만군보다 고혈압 3.6배, 대사이상 2.7배, 간질환 26배, 근골격계 질환 2.6배 등 높은 질병 부담을 보였다.

특히 1단계 비만(BMI 25 이상 30 미만)에서도 임상적 비만은 45.3%에 그쳤고, 전임상적 비만과 비만이 아닌 집단이 혼재했다. BMI상 같은 비만 단계에 속하더라도 실제 질병 부담과 치료 필요성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환자 설문에서도 치료 공백이 확인됐다. 과체중·비만 환자를 포함한 성인 508명 가운데 체중감량을 시도한 비율은 79.9%였지만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응답은 8.5%에 그쳤다. 특히 3단계 비만 환자 가운데 최근 6개월 이내 항비만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약 30%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비만은 체중이라는 단일 지표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임상적 징후와 질병, 기능적 부담을 동반하는 만성질환”이라며 향후 건강보험 적용 등을 검토할 때도 BMI뿐 아니라 임상적 징후와 기능 손상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치하면 연 23조원…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비급여 사각지대
비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도 제시됐다.

김원석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의 중간 분석 결과, 비만 성인의 의료비 부담은 정상체중군보다 79~174% 높았으며 의료비와 결근, 근무 중 생산성 저하, 조기사망 등을 합친 사회경제적 부담은 연간 약 23.4조원으로 추산됐다.

분석에서는 적극적인 치료 중재가 이뤄질 경우 비만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이 7~20% 감소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비만을 개인의 임상적 문제를 넘어 보건경제학적 문제로 바라보고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중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는 높은 질병·경제적 부담과 달리 국내 성인 비만 치료는 여전히 비급여 중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현재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만 치료가 비급여로, 소득이나 거주지역 등에 따라 치료 접근성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치료 필요성이 높은 저소득층이나 의료취약지역 환자가 경제적·지역적 여건 때문에 오히려 치료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일본의 비만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단순한 약제비 지원보다는 진단부터 생활습관 관리, 약물치료, 치료 반응 평가까지 연결하는 통합 진료 경로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기관·인력 요건과 선행 생활습관치료, 정기적인 치료 반응 평가 등을 결합해 보험 적용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일본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국내 여건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률적인 급여화보다는 중증 비만이나 합병증을 동반한 성인, 저소득층,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등 치료 필요성과 접근성 취약성이 높은 환자부터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약제비도 중요하지만 비만을 통합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경로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2차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에 성인 비만 집중관리 방안을 포함하고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법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패널토론에서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 정혜원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사무관(위부터)이 성인 비만 치료 접근성 개선과 국가 관리체계 마련 방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필요한 사람에게 치료가 닿아야”…청년·환자단체도 접근성 개선 요구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비만을 개인의 자기관리 문제로 돌리기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실제 관리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청년 비만이 취업·소득·주거·생활여건 등 사회적 조건과 연결돼 있는 만큼 개인에게 건강한 선택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30대에서는 질병이 본격화되기 전 전임상적 비만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는 앞선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과 생활관리, 필요한 의료적 지원까지 단절 없이 연결하고 기존 관리체계에서 빠지는 청년층을 찾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에서 비만치료제가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보다 미용 목적으로 소비되는 측면이 크다며, 비만을 실제 ‘질환’으로 다루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은 치료비가 치료 시작과 지속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며, 모든 비만 환자를 일률적으로 급여화하기보다 중증 비만이나 동반질환 등 치료 필요성이 높은 환자군부터 건강보험 적용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치료 성과를 단순히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체중 감소가 크지 않더라도 혈당이나 간 수치, 콜레스테롤 등 대사 지표가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체중 변화와 건강 개선을 함께 반영하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비만을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정혜원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사무관은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단순한 체형의 문제가 아닌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의 핵심 선행질환으로, 국가 차원의 개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정책 당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1차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 종료 이후 제2차 대책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정책 연속성에 공백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고, 현재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제2차 비만 종합대책이 검토되고 있으며 질병관리청도 관련 논의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향후 비만 관리가 치료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예방과 조기개입, 치료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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