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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 초고령사회를 위한 다양한 담론의 실행에 지역약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다양한 담론의 실행에 지역약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1. 두 담론에 힘을 싣는 하나의 실행축본지에서 필자와 함께 의견을 개진하는 이충우 교수는 시니어 세대를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새롭게 고령층에 편입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 잠재력을 국가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으로, 초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닌 산업적 기회로 재해석하는 관점에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 다른 필진인 이현이 박사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정작 그것을 매일 사용해야 하는 고령 소비자의 눈높이를 함께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사용자가 다루지 못하면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는 이 문제의식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논할 때 처음부터 주목해야 할 원칙이라고 본다.두 담론은 초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는 데 필요한 방향을 이미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여기에 보태고자 하는 것은 그 방향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두 담론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실제로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실행축'이다. 노인이 생산주체로 설 수 있으려면 그 전제가 되는 건강수명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고령 소비자에게 온전히 가 닿으려면 그 사용을 매일 곁에서 거들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생산주체론이 '무엇을 위해' 고령화에 대응해야 하는가를, 소비자중심론이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를 이미 답하고 있다면, 필자는 그 두 답이 현장에서 매일 작동하도록 만드는 '누가, 어떤 체계로 건강을 관리하는가'라는 실행의 겹을 보태려 한다. 필자는 그 실행축이 지역약국, 더 정확히는 지역약사의 일상적 개입에 있다고 보며 이는 공동 집필진의 통찰을 한국적 현실에 정착시키기 위한 보완적 제안이다. 2. 해외의 두 갈래 길: 일본의 연계망과 미국의 수가체계1) 일본 - 다직종 데이터 연계로 약국을 돌봄망에 편입시키다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지역포괄케어시스템(地域包括ケアシステム)을 통해 의료·개호·예방·생활지원을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통합해왔다. 이 체계의 핵심은 병원의료에서 재택의료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의사, 간호사, 약제사, 요양보호사 등 다직종이 환자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만든 데 있다.2019년부터는 '지역연계약국'과 '전문의료기관연계약국' 인증제를 도입해, 입·퇴원 시점과 재택의료 이용 시점마다 약국이 다른 의료기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다제약물·중복처방·부작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역할을 법제화했다. 여기에 왕진선생이나 HUMAN Bridge 같은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가 재택의료진, 방문간호, 약제사 간 정보공유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약제사는 더 이상 처방전을 조제하는 마지막 접점이 아니라 돌봄망의 상시 관찰자로 자리잡았다.2) 미국 - 약국을 수가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다미국은 다른 경로를 택했다. PACE (Program of All-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는 중증노인을 요양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머물게 하기 위해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재원을 주간보호센터 하나로 묶어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더 주목할 대목은 CCM (만성질환관리)과 RPM (원격환자모니터링)이라는 수가체계다. 만성질환을 2개 이상 가진 메디케어 수급자를 대상으로 혈압계, 혈당계 등 커넥티드 기기로 수집한 데이터를 비대면으로 관찰하고 개입하는 서비스에 별도의 청구코드가 마련돼 있으며, 버지니아주에서는 지역약사 네트워크가 주정부, 약사회와 협력해 환자의 혈압·혈당·체중을 직접 원격 모니터링하고 조기 개입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CCRC (은퇴자 복합단지) 내부에서도 독립생활-생활지원-요양의 전 단계를 하나의 RPM 플랫폼으로 관통시켜 거주 단계가 바뀌어도 건강데이터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즉, 일본이 '연계'로 약국을 돌봄망에 끌어들였다면, 미국은 '보상'으로 약국을 끌어들인 셈이다. 두 나라 모두 공통적인 것은, 산업 육성이든 소비자 편익이든 그 밑단에 '약사가 매일 관찰하는 구조'를 구축하였다는 점이다.항목일본미국돌봄 모델-지역포괄케어시스템(생활권 단위의 의료·개호·예방 통합)- PACE + CCM/RPM(수가에 기반한 개별 서비스 결합)약사 진입경로-지역연계약국·전문의료기관연계약국 인증제(2019~)-약국·약사가 CCM/RPM 제공자로 직접 청구디지털 기반-다직종 클라우드 정보공유(왕진선생, HUMAN Bridge 등)-커넥티드 기기(혈압계·혈당계) + EHR 연동 RPM 플랫폼재정 유인-개호보험 수가 내 연계업무 반영- CPT 코드 기반 별도 청구-메디케어/메디케이드 재원한계-연계 자체의 인력, 시간 부담-지역 간 편차-저소득·농어촌 접근성 격차-기기 정확도·데이터 표준화 과제 3. 한국의 현실: 기기는 들여놓았지만 약사는 빼놓았다우리나라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미 장기요양 재가수급자를 대상으로 AI 기반 낙상보호 에어백, 디지털 복약알림기, 활동감지시스템을 지원하는 복지용구 예비급여 시범사업을 전국 12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복약알림기는 알람과 연동 앱을 통해 보호자가 복약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다. 그러나 이 설계의 어디에도 지역약사는 없다. 복약알림기가 수집한 데이터는 보호자에게는 전달되지만, 정작 그 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한 약사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이현이 박사가 꾸준히 강조해온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구체적인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기를 쥐여주는 것과 그것을 스스로, 꾸준히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제이며, 그 간극을 메울 반복적, 대면적 접촉선을 현재 설계에 더해 넣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여전히 세계 시장의 0.5% 수준에 머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비대면 진료, 의약품 배송을 제한하는 법제와 재택 데이터를 임상 현장의 전자의무기록, 약력관리시스템과 연동시키지 못하는 표준화 공백에 더해서, 그 데이터를 매일 해석해줄 전문인력을 설계에 포함하지 못한 점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 일본처럼 약사를 다직종 연계망에 공식 편입시키거나 미국처럼 약사에게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장치를 갖춘다면, 방문약료사업, 다제약물관리사업, 통합약물관리 전문약사제라는 국내 약업계의 기존 자산이 생산주체론과 소비자중심론을 뒷받침하는 훨씬 강한 실행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다. 4. 제도설계: 지역약국을 축으로 한 K-AIP 헬스케어 모델일본의 연계 모델과 미국의 수가 모델 가운데 어느 하나만 이식해서는 한국형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방문약료사업과 다제약물관리사업이라는 '연계'의 씨앗과, 통합약물관리 전문약사제라는 '전문성'의 토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미국식 재정유인과 일본식 정보연계를 동시에 붙이는 설계다.과제내용데이터 연동-복지용구 예비급여 복약알림기·낙상감지기기 데이터를 담당 약국의 복약관리시스템에 실시간 연동하여, 약사가 1차 이상징후 관찰자 역할을 수행수가 신설-미국 CCM/RPM을 벤치마킹한 '약사 원격복약관리 수가'를 다제약물관리사업 대상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법제도 정비-지역사회통합돌봄 다직종 협의체에 약사 참여를 명문화하고, 일본의 지역연계약국 인증제에 준하는 국내 인증체계를 설계주거-약국 결합- UBRC, K-CCRC 조성 시 부속 또는 인근 지정약국을 '디지털 헬스허브'로 명시하여 설계 단계부터 반영 5. 그렇다면 개별 약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제도가 갖춰진다 해도, 그 제도를 실제로 채우는 것은 결국 약국이란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개별 약사의 역할변화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약국이라는 '거점'의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그 거점을 운영하는 약사 개개인이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할 차례다. 이에 필자는 다섯 가지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첫째, 약사는 데이터의 1차 판독자가 되어야 한다. 복약알림기와 원격모니터링 기기가 쏟아내는 혈압·혈당·복약이행 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이를 매일 들여다보고 이상징후를 걸러내는 사람이 있어야 데이터가 개입으로 이어진다. 이는 의사의 진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이 필요한 시점을 앞당기는 트리아지(triage) 기능이다.둘째, 약사는 다직종 케어팀의 상시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약사와 케어매니저, 방문간호사의 접점은 처방변경이나 민원이 생겼을 때의 예외적 소통에 머물렀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보여주듯, 정기적인 상담 사례 발표(case conference)에 약사가 상시 참여할 때 비로소 다제약물 문제나 낙상 위험 같은 복합 문제점을 조기에 짚어낼 수 있다.셋째, 약사는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코치(digital literacy coach)가 되어야 한다. 이현이 박사가 지적한 문해력 격차는 일회성 교육으로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매주 약을 타러 오는 고령환자와 가장 자주, 가장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사람이 약사라는 점에서, 기기 사용법과 데이터 확인법을 반복적으로 되짚어주는 역할은 약사가 맡을 때 가장 효율적이다.넷째, 약사는 복약순응을 넘어 생활습관 전반의 행동변화를 돕는 헬스코치로 확장되어야 한다. 지금의 복약지도가 '약을 잘 드셨습니까'라는 확인형 질문에 머문다면, 앞으로는 축적된 복약, 생리 데이터를 근거로 왜 순응도가 떨어지는지, 무엇을 바꾸면 되는지를 함께 설계하는 상담으로 발전해야 한다.다섯째, 이 모든 역할전환을 뒷받침할 전문성 재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원격모니터링 데이터 해석과 PHR 연동상담은 기존 약학교육 과정에 없던 역량이다. 통합약물관리 전문약사제와 보수교육 과정에 이 역량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으면, 제도만 있고 그 제도를 채울 사람은 없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기능기존 역할확장되어야 할 역할정보처리-처방전에 따른 조제·투약-복약알림기·RPM 기기가 보내는 생체·복약 데이터를 1차 판독하고, 이상징후를 조기에 걸러내는 트리아지(triage) 담당자협업-의사 처방에 대한 사후적 감사(audit) 역할-케어매니저·방문간호사·사회복지사와의 정기 케이스컨퍼런스에 상시 참여하는 다직종 팀원교육-복약지도 시점의 1회성 설명-디지털 기기 사용법과 데이터 확인법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고령자 전담 디지털 리터러시 코치행동변화-복약순응도 확인 질문-생활습관·복약 패턴 데이터를 근거로 한 동기부여 상담(헬스코칭)을 정기적으로 수행전문성-약학지식 중심의 단일 역량-원격모니터링 데이터 해석, PHR 연동 상담을 포함하는 보수교육·전문약사 자격의 확장 대상 6. 결론: 두 담론이 현실이 되는 지점, 지역약사이충우 교수의 ‘생산주체론’과 이현이 박사의 ‘소비자중심론’은 초고령사회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출발점이며, 필자는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번 칼럼에서 필자가 보태고자 한 것은 그 두 담론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힘있게 뿌리내리기 위한 실행의 조건이다. 노인이 경제활동을 이어가려면 먼저 건강해야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소비자에게 가 닿으려면 먼저 그것을 꾸준히 쓰게 만드는 누군가가 가까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은 산업정책이나 소비자교육 캠페인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매일의 현장에서 완성되도록 뒷받침하는 미시적 실행층이다. 지역약국이 있고, 그 안에 있는 약사가 데이터를 읽고, 다직종과 협업하고,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행동변화를 돕는 존재로 발전할 때, 생산주체론과 소비자중심론은 선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실제 모습이 될 수 있다. 초고령사회 담론의 다음 장은 두 분이 제시한 방향을 부정하거나 진위를 논하는 것이 아닌, 그 방향을 매일 실행할 주체를 함께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그 주체로서 지역약사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약업계에 남은 시급한 과제다.
2026-10-13 1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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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 멈춰 선 5분, 어떻게 진실의 순간(MOT)을 디자인할 것인가!
멈춰 선 5분, 어떻게 진실의 순간(MOT)을 디자인할 것인가!시원한 소나기가 마음을 차분히 적셔주던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문득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습니다. 어느새 발길은 얼마 전 문을 연, 집 근처의 작은 로스터리 카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스치던 갓 볶은 원두의 향을 제 뇌는 결코 잊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후각을 통한 기억은 다른 감각과 달리 특정 경험과 결부되어 유난히 빠르게 소환됩니다.카페 사장님이 반갑게 건네는 인사는, 이른 더위에 지쳐 있던 제게 작은 미소를 선물합니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안녕하세요!”라고 마주 웃어 보이자, 공간의 공기가 순식간에 친밀함으로 바뀝니다. 원두를 고르고 브루잉 커피를 주문합니다. 추출을 마쳐 잔이 제 손에 놓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분 남짓. 여러분이라면 이 5분 동안 무엇을 하시겠습니까?이 가게에서의 5분은 달랐습니다. 그저 하릴없이 흘려보내는 빈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카운터 옆에 정갈하게 진열된 원두의 향을 하나씩 맡아봅니다. 가벼운 설렘이 일기 시작합니다. 곧 나올 커피의 향과 맛이 과연 테이스팅 노트에 적힌 그대로일지, 궁금함은 이내 기대와 상상으로 이어집니다.한편에는 다양한 원두의 아로마 포뮬러로 만든 수제 핸드크림이 놓여 있어, 매대 앞에서 자연스레 향과 감촉을 시험해 봅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시선을 돌리면 ‘커피 책’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서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고대 문명과 예술, 여행, 레시피와 도구, 에세이, 만화, 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커피를 주제로 이렇게 많은 책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라 그런지, 좀처럼 손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마침내 주문한 커피를 두 손에 쥐었을 때, 저는 같은 5분이 얼마나 색다르게 흐를 수 있는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저는 정말 커피 한 잔의 가치만을 산 것이었을까요? 왠지 행복한 흡족함이 커다란 포만감이 되어 밀려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고객에게 주어진 5분 동안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MOT)’을 체감할 수 있도록, 카페가 공간을 섬세하게 설계하여 이를 경험적 가치로 재구성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고객 서비스는 이렇듯 ‘MOT 단계’에서부터 이미 다릅니다.본래 ‘진실의 순간(MOT)’은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가 마지막 단계에 황소의 급소를 겨누는, 가장 결정적인 찰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업경영에서 MOT는 기업의 직원이나 자원이 직·간접적으로 고객과 처음 마주치는 접점을 뜻합니다. 이 접점에서 어떤 인상을 남기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상당 부분 좌우하기 때문에, ‘MOT 관리’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이자, 반드시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경영의 핵심 과제입니다.여기,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인근 약국으로 향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그는 처방전을 약사에게 건넨 뒤, 약국 안을 슬쩍 둘러봅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딱딱하고 좁은 의자에 듬성듬성 앉아 있거나, 한쪽에 선 채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제실 안에서 약사가 분주히 약을 담고 포장하는 동안, 사람들은 소리 없는 TV 화면과 벽시계를 번갈아 응시하거나, 정체 모를 진열 제품에 눈길을 두거나,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있습니다.약국의 정적을 채우는 것은 오직 조제실에서 새어 나오는 알 수 없는 소리뿐입니다. 처방 약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앞선 카페와 똑같은 5분이었지만, 체감상 두 5분은 전혀 같지 않을 것입니다. 약국의 5분이 훨씬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을 테지요. 아마도 어떤 고객은 “약국이란 원래 그런 곳 아닌가!”라고 당연시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똑같은 5분이 흐르더라도, 카페는 고객에게 자발적 탐색과 즐거움을 선사한 반면, 약국은 인내와 지루함을 요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스칩니다. “왜 약국에서의 5분은 늘 지워진 빈 시간이어야 할까?”스웨덴 항공사 SAS의 얀 칼슨(Jan Carlzon) 회장이 경영 전반에 적용한 MOT 개념은, 오늘날 마케팅과 서비스 경영에서 가장 강력한 프레임워크 중 하나로 꼽힙니다. 고객이 기업의 여러 접점과 마주치는 순간들이 모여, 그 브랜드 전체의 서비스 품질과 이미지, 신뢰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시선으로 약국 방문에서 최종 구매까지 이어지는 소비 여정(Customer Journey)을 짚어 보면, 크게 ‘네 개의 MOT 체인(MOT Chain)’이 서비스 인식에 영향을 줍니다.첫 번째는 ‘입장 및 첫인상’의 MOT입니다. 고객이 약국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는 순간의 외부·내부 환경 요인을 뜻합니다. 외부 환경은 간판, 점포 외관, 입구 디자인 등을, 내부 환경은 실내 인테리어, 조명, 매대, 향, 가구, 쾌적한 공기 등을 포함합니다.두 번째는 조제를 기다리며 머무는 ‘대기 및 공간 경험’의 MOT입니다. 앞서 소개한 카페의 테이스팅 노트, 핸드크림 매대, 커피 관련 서가가 여기에 해당하며, 약국에서는 카운터 주변의 진열장과 제품 디스플레이 등이 이에 속합니다.세 번째는 ‘상담 및 결제’의 MOT입니다. 카운터에서 이루어지는 약효·부작용·복용법에 관한 복약 지도와 최종 약제비의 결제 과정을 아우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퇴장 및 복용 경험’의 MOT입니다. 고객이 약국 문을 나선 뒤, 실제 복약 과정에서 투약 봉투와 포장 상태, 약사의 설명과 주의 사항 안내가 충분했는지를 고객 스스로 곱씹어보는 순간입니다.여기서 핵심은 두 번째, 곧 대기 공간에서의 5분입니다. 만약 고객이 이 5분 동안 지루함과 답답함, 어수선한 환경에서 불쾌감을 받는다면, 심리적 만족도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세 번째 MOT에서 아무리 전문적이고 친절한 복약 지도가 이어지더라도, 앞선 부정적 경험이 덧씌워져 서비스 전반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가로막게 됩니다. 다시 말해, 대기 시간 5분은 무심히 흘려보내도 되는 시간이 아니라, 약국 전체의 서비스 가치를 좌우하는 결정적 기회이자, 자칫 치명적 병목이 될 수 있는 ‘진실의 순간(MOT)’이 되는 것이지요.더욱이 마케팅 관점에서 대기 중인 고객은 필연적으로 ‘캡티브 오디언스(Captive Audience)’의 상태에 놓입니다. 캡티브 오디언스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 공간에 붙들려 있는 ‘고립형 고객’을 말합니다. 약국에 들어선 순간부터 고객은 공간에 구속된 채, 눈앞에 제시되는 시각적·공간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이미 자신의 건강과 몸 상태에 대한 심리적 관여도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른바 설득의 ‘열린 틈’이 가장 크게 벌어지는, 최상의 MOT입니다. 그렇다면 약국 경영 관점에서 이 골든 타임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까요? 부정적이거나 무미건조한 ‘대기 상황의 MOT’을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경험의 MOT’로 반전시키는 가장 실효적인 대안이 바로 약국 형 ‘숍인숍(Shop-in-Shop)’ 전략입니다. 앞서 카페의 사례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고객은 ‘인게이지드 오디언스(Engaged Audience)’가 되어 능동적 탐색과 즐거움에 빠져듭니다. 인게이지드 오디언스는 강요받지 않고 흥미와 자발적 관심으로 참여해 호응하는 고객을 의미합니다.약국 내 숍인숍 전략은 단순히 잡화를 상품화에서 진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약사의 전문적 안목으로 큐레이션된, 헬스 & 웰니스 중심의 미니 테마 매장을 대기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연계시키는 공간 디자인 전략을 뜻합니다. 고객이 주문한 약을 기다리는 5분 동안, 약국 내 공간을 살펴보며, 마치 세련된 헬스·뷰티 편집숍을 둘러보듯 자신의 건강 니즈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테마별 숍인숍 모듈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숍인숍 공간은 고객의 ‘대기 MOT’를 완전히 재정의합니다. “약이 나오기까지 5분이나 기다려야 하네!….”라는 부정적 정서는, “이 약국엔 내 구강 상태에 맞는 칫솔이 따로 있구나”, “이 보습제는 제형이 참 촉촉해서 잘 흡수되는데….”라는 긍정적 탐색과 자발적 발견의 ‘경험 MOT’와 ‘인게이지드 오디언스’로 전환됩니다. 대기의 지루함은 즐거운 탐색으로 바뀌고, 약국은 단순한 조제대기 장소를 넘어 능동적 헬스케어 놀이터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지요.결국 공간은 생각을 지배하고, 짧은 MOT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브랜드의 신뢰를 빚어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환자가 조제실 너머를 바라보며 5분이라는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 5분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견뎌야 할 지루한 공백의 순간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MOT의 가치를 아는 혁신적인 약국 경영자에게는 분명 기회의 순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약국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해 내는, 가장 눈부신 기회의 순간이 바로 그 5분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이충우 교수 <필자소개>숙명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한국상품학회 이사한국이민정책학회 이사건강소비자연대 이사(전)일동제약 CHC부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총괄
2026-09-01 1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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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 롱제비티(Longevity) 시대, 약국의 진짜 경쟁력
롱제비티(Longevity) 시대, 약국의 진짜 경쟁력 이현이 <(주)자티스대표 / 경영학박사> 100년 역사, 일본 조제약국의 본질 일본의 약국은 크게 두 형태로 나뉜다. 1889년 근대적 의미의 약국으로 출발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 의료 인프라로 기능해 온 ‘조제약국’과, 1970년 미국 월그린(Walgreens)의 영향을 받아 마츠모토 키요시와 같은 유통·리테일 혁신에서 출발한 50여년 역사의 ‘드럭스토어’다.2010년에 들어서며 식품과 잡화로 고객을 확보한 대형 드럭스토어들이 조제 병설형 융합 점포를 확대하며 시장 규모 약 10조엔의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고령화와 지역포괄케어가 한층 심화된 지금, 시장은 단순한 리테일의 편의성만이 아닌 100년 역사 속에 담겨있는 본질을 요구하고 있다. 약사와 환자(고객) 사이에 축적된 약과 건강에 대한 안전안심의 깊은 신뢰를 약국에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조제약국은 주식회사(법인)가 개설 및 소유가 가능하고 약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기업형 직영 체인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구조는 조제약국을 하나의 경영 전략 단위로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일본 주요 조제약국 체인 현황(2025년 3월 기준)Source. 각 기업 2025년 3월기 결산 자료 및 DRUG magazine, ‘의약품 산업 랭킹2025’(2026.07.01) 참고하여 작성.‘Z이론’, 약국 DX화 시대의 경영 전략 핵심에 ‘사람’이 있다 일본의 조제약국들 역시 적극적으로 DX를 추진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전자처방전 도입율은 86.5%에 달하며, 조제 로봇, AI재고관리, 역사 내 스마트 로커 등 수가 인센티브와 정책 로드맵을 바탕으로 인프라를 착착 구축해 가고 있다. 그러나 제도도 기술도 결국 사람을 통해 구현되고 작동한다. 로봇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피킹할 때, 약사는 고객의 표정과 생활변화, 복약을 포기하려는 마음 등 기술이 읽어낼 수 없는 행간을 헤아린다. DX가 가속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약사라는 ‘사람’의 역할이 약국 경영 전략의 중심에 있는 이유이다. 그러한 관점의 뿌리를 미국 UCLA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오우치(William G. Ouchi) 교수가 1981년 발표한 경영학의 고전 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계 미국인이었던 오우치 교수는 오랜 시간 일본과 미국 기업을 비교 연구하며, 단기적 성과와 기계적 효율성에 치중하는 미국식 ‘A타입’ 경영과 달리, 구성원의 직업적 삶은 물론 개인적·사회적 삶 전반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Z타입의 전인적 관심이 구성원의 동기유발로 이어져 생산성이 강화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즉, 1980년대 미국을 압도하던 일본 기업의 생산성 비결이 단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사람에 대한 전인적 관심’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오우치의 Z이론은 기업 경영을 넘어 일본 사회 전반에 흐르는 문화적 맥락과 닿아 있다. 집단적 의사결정, 현장 지식의 존중, 구성원에 대한 장기적 투자 등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거쳐 현재의 초고령사회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유지해 온 방식이며, 이러한 맥락이 DX화 속에서도 약사라는 사람을 그 중심에 두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물론 오늘날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는 Z이론의 장기고용·집단주의·암묵적 규범이 민첩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제약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따라서 그 한계를 전제로 하면서, 약국이 조제업무라는 이른바 A타입의 대물관리를 DX에 인계하고, 약사가 환자를 Z타입의 전인적 존재로 케어하도록 하는 재해석 지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전인적 관심이 일본 약국 제도 안에서 구현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전담약사(かかりつけ薬剤師, 카카리츠케 약사, 이하 전담약사 )’제도라고 볼 수 있겠다. ‘전담약사(카카리츠케 약사)’, 제도로 완성된 Z이론과 조제약국 업계 동향일본에서 Z이론의 ‘사람에 대한 전인적 관심’이 제도로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로서 ‘전담약사’ 제도라 할 수 있다.2015년 후생노동성은 ‘환자를 위한 약국 비전’을 통해 약국의 기능 및 약사 업무를 조제기능의 대물 중심에서 맞춤형 케어 기능의 대인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후생노동성이 정의하는 전담약사란,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더라도 단 한 명의 약사를 지정하여 복약 이력과 잔약 관리, OTC 의약품 및 건강식품과의 상호작용까지 일원적·지속적으로 통괄 관리받는 전담 헬스케어 파트너를 의미한다. ■전담약국 및 전담약사 이미지 전담약사로 지정을 받기 위한 요건 또한 엄격하다. 3년 이상의 보험약국 실무 경력, 해당 약국 주 31시간 이상 및 연속 6개월 이상 재직, 연수 자격 취득 및 지역 의료 활동 참여 등, 약국 차원의 시설 지정뿐 아니라 약사 개인과의 장기적 신뢰를 제도적 수가로 인정해 주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복약 지도를 넘어 환자의 삶 전반에 관여하는 Z이론의 전인적 케어가 국가 제도화된 명확한 사례다.나아가 2026년 6월 조제보수 개정에서는 이를 한 단계 더 심화해 약국 문을 나선 환자의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도록 평가 방향 및 체계를 전환했다. 전화 팔로업, 재택 방문, 잔약 조정, 복약 상황 총괄 관리 등 실질적인 대인 케어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처방전 응대 수량에서 제공하는 의료 질과 환자와의 장기적 관계로, 약국이 어디에 있는가보다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전환된 것이다.경영적 관점에서 전담약사 제도는 약국에 거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처방전 발생 여부에 의존하던 수동적 경영에서 벗어나, 환자의 생애주기 전반을 케어하며 고정 고객을 확보(Lock-in)하는 ‘관계형 경영’으로의 체질 개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실제 일본의 상위 조제약국 체인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이러한 전환을 읽을 수 있다. 업계 1위의 아인 홀딩스(Ain Holdings)는 2025년 통합보고서에서 'DX를 통한 업무 효율화'와 '대인 서비스 강화를 위한 인재 투자'를 경영의 핵심 축으로 선언했다. 조제 로봇 등의 도입으로 대물 업무 시간을 줄이는 만큼, 확보된 시간동안 약사가 환자의 다약제복용(Polypharmacy) 및 생활습관을 장기적으로 추적·관리하는 '전담약사 연수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또한, 선제적인 DX로 유명한 니혼초자이(Nihon Chouzai)는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오쿠스리 테초(전자 약 수첩) Okusuri Plus’를 운영한다. 전자 처방전 수신 이외에도 AI가 분석한 환자의 복약 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사가 비대면으로도 환자의 일상 건강 상태를 지속해서 추적 관리하는 체계를 통해 약사와 환자가 24시간 연결되는 이른바, 디지털 기반 전인적 관계를 구현했다.업계 3위의 쿠오르 홀딩스(Qol Holdings)는 유통업체 및 편의점 로손과 결합한 병설형 약국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중점 항목인 재택의료관련 재택 전문 약국을 전개하고 있다. 약사가 조제실 밖으로 나와 지역 사회의 다직종(의사,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케어 팀에 참여하며 왕진에 동행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재택약료(방문약료)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 의약품 등을 직접 배송하는 ‘이동 판매 서비스’도 실시하는 등, 독자적인 강점을 살린 서비스를 제공한다.■일본 약국 조제보수 체계(2026년 개정 후)Source. 후생노동성, ‘2006년도 진료보수개정 개요 – 조제’. (2026.07.01). 롱제비티 시대, 약국의 진짜 무기는 ‘약사 본연으로의 회귀’ 오늘날 우리는 100세 이상의 생애가 표준이 되는 롱제비티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그 시간을 건강한 상태(Well-being)를 유지하며 주체적인 다단계 삶을 누리기 위해 ‘건강수명’은 필수이다. 그리고 이러한 건강수명을 일상의 가장 가까이에서 관리해 주는 허브로서의 공간이 바로 동네 약국일 것이다. 오우치가 제시한 Z이론의 핵심은, ‘생산성의 궁극적 원천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에 있다’는 것이다. 조제 로봇이 5초만에 약을 집어내고, AI가 재고를 예측하며, 스마트 로커가 역사에서 약을 건네는 시대에, 일본이 전담약사 제도를 더욱 견고히 하며 약사의 대인 기능을 강화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기술이 약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약사가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어쩌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기 때문이다.일본 약국 경영의 변혁이 보여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AI 시대에 약국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무기는 첨단 장비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통해 확보된 소중한 시간 위에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쏟아붓는 가장 인간적인 ‘전인적 관심’, 그리고 이를 통해 약사 본연의 소명을 다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내는 롱제비티 거점으로서의 단단한 신뢰 자본이다.한국의 약국 체인은 법제도적으로 일본의 조제약국 체인과는 상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본부가 점포를 직접 소유·운영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는 각 약국이 소상공인에 가까운 독립 사업자로서 자발적으로 가맹을 선택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본처럼 거대 자본의 투입으로 DX 인프라를 일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가 존재하므로, 기술 그 자체 역량보다 도입의 방식과 형태에 대한 상당한 혜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Z이론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약사 본연의 역할이다. 약사와 환자라는 인간 중심 관점에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동네 약국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이현이 박사필자는 일본 비즈니스 전문가이자 경영컨설팅 기업 ㈜JaTIS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능률협회컨설팅과 국내 경제단체에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혁신 컨설팅을 수행해 왔다. 일본의 정책·산업·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공정책, 산업 및 지역 혁신, 인적자원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을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롱제비티 비즈니스와 고령사회 대응 전략, 특히, 헬스케어 및 의약 산업의 구조 변화에 관해 한국과 일본의 제도와 시장을 비교하며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2026-08-03 1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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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 지역사회통합돌봄 시대를 위한 새로운 주거 개념 이해
우리나라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체인구의 20%가 만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단순히 초고령화라는 인구 문제에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수 있는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적 이슈로 부상한 고령사회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통합돌봄과 재택요양 등 보건의료 측면에서의 제도적 보완과 시행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령사회와 건강한 장수]라는 제목으로 약국경영 측면에서의 대응방안을 전문가 3인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조망해 보고자 한다. 집필진으로 이현이 박사(주 자티스 대표), 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 이충우 숙명여대 실버비지니스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편집자> 지역사회통합돌봄 시대를 위한 새로운 주거 개념 이해 방준석 교수<숙명여대 약학대학> 1. 초고령사회와 주거의 새로운 기준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생활방식과 주거문화의 큰 변화를 요구한다. 과거에는 집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노인의 안전과 건강, 돌봄과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담아내는 삶의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강조된다. 특히 근래 강조하는 Ageing in Place (AIP)는 노인이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오래 머물며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집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의료·복지·교통·문화가 통합된 생활권을 의미한다. 즉, 주거(住居)란 노후 준비와 생활의 핵심이므로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대응은 주거문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2. 해외 사례와 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의 시사점 고령화된 선진국은 다양한 주거모델(일명 시니어 타운)을 개발해왔다. 1950년대말 출발한 미국의 은퇴자 마을 ‘선시티’는 노인들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대신 공동체 생활을 통해 즐거운 노후생활을 영위하며, UBRC (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대학연계형 은퇴자 주거단지)는 2006년부터 평생교육과 세대 간 교류를 통해 활기찬 삶을 제공해왔다. 개념이 수립된 지 어언 100년 역사를 지닌 CCRC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은퇴자 복합단지)는 독립생활부터 치매·요양까지 연속적인 돌봄을 제공하며 다양한 상황을 포괄하는 모형이다.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은 치매환자를 위한 생활형 마을로써 설계되었고, 일본의 코토엔과 칸칸모리는 세대통합과 공동체적 유대 중심의 새로운 주거모형이다. 이는 주거가 단순히 건물의 구조와 시설이란 기존 관념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연결성, 세대 간 교류, 생활권 내 서비스 통합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2026년 3월부터 법제화된 ‘지역사회통합돌봄’의 본격적 실행과 더불어 주거문화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노인이 사는 집은 안전한 공간을 넘어, 병원과 약국, 복지관과 도서관, 카페와 공원까지 연결되는 생활권의 중심이 되고, 이를 통해 고립감을 줄이고 사회적 관계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유치와 기존 정책과 연계된 사례들을 보면 국내의 UBRC와 K-CCRC (한국형 은퇴자복합단지)의 아직 초기단계인데, 동명대·조선대·신라대·남서울대·상지대 등이 UBRC 사업을 검토 중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K-CCRC 추진모형이 수립되고 있다.1) 국내 UBRC 추진 현황동명대학교-부산시 서면 인근 약 600가구 규모 ‘UBRC’ 조성-반려동물학과·승마학과 등 신설, 입주민 맞춤형 교육 및 평생학습 제공조선대학교-조선대병원 인근 700세대 규모 ‘은퇴자 주거시설’-병원연계 노인의학기능 강화, 개인 주치의 제도와 헬스디자인센터 도입신라대학교-1000세대 규모 ‘액티브 시니어 캠퍼스’ 건립-노인 주거공간, 실버케어, 생활체육시설,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남서울대학교-UBRC 검토 중, 캠퍼스와 연계한 교육·문화·복지 통합모델상지대학교-유휴 부지를 활용한 UBRC 사업추진, 제도적·재정적 과제해결 필요UBRC는 대학을 중심으로 은퇴자 주거단지와 평생교육·의료·문화 기능을 결합한 모델인데, ①대학의 유휴자산 활용, ②고령층의 평생교육·사회교류, ③의료·복지 서비스 통합을 목표로,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으로 주목된다. 폭증하는 고령인구의 부양비 부담을 극복하려면 한국은 도입 초기부터 주거형 위주의 미국 사업모형이 아닌, 자립형, 생산형 UBRC로 사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 국내 K-CCRC 추진 현황K-CCRC는 미국·유럽의 CCRC 모델을 참고해 한국형 모형을 개발하기 위하여 LH와 토지주택연구원을 주축으로 정책추진 및 계획모형을 연구 중이다. K-CCRC는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새로운 복합주거모델로 개발하는데, 초고령사회 대응, 지역사회 활성화, 평생교육·돌봄 통합이 핵심목표이다. 이를 위해, ①수도권 베이비부머 대상 인식조사 결과, 80% 이상이 고령친화 주거지 이주 의향, ②의료서비스 수준 강화, 분양·임대 혼합단지 선호, ③법제도 마련(계획법·사업법·지원법 개정)과 사업추진체계 구축, ④사업규모, 입주대상, 적정입지, 기본시설·공간 배치 등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3. 한국의 주거문화 의식 변화와 정책적 과제 초고령화 시대를 대응하려면 주거문화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한데, 첫째,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낙상방지와 손잡이 설치, 조명과 엘리베이터 같은 기본적 안전요소는 모든 노인의 집에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둘째, 돌봄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종합병원과 약국, 재활시설까지 접근성이 노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므로, 대중교통과 생활권 내 의료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셋째, 고립을 방지하는 생활구조가 필요하다. 복지관과 주민센터, 작은 도서관과 카페, 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생활체육시설은 노인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며, 이는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이다. 넷째, 정책적으로 주거성능을 개선하고 생활권 내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개보수 비용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안전망을 구축하여 노인이 처한 기술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통합돌봄 체계를 통해 의료·복지·교통·문화가 하나의 생활권에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1. 왜 지금 집 기준이 바뀌는가?“이곳에서 내가 안전하게, 덜 외롭게, 오래 살 수 있는가”2. 안전: 낙상과 사고 위험을 우선시“시니어에게 가장 큰 생활 리스크는 낙상”- 집 안 문턱의 높이와 단차- 욕실·현관 바닥 미끄러움 여부 및 손잡이 설치 가능성- 엘리베이터 유무와 계단의 경사도- 겨울철 골목의 빙판 위험도- 밤에 불을 켰을 때 복도·현관의 조도3. 병원·돌봄 접근성: ‘어떤 병원’을 ‘얼마나 쉽게’ 갈 수 있나?- 종합병원 또는 응급실 접근성- 대중교통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진료과 존재 여부- 정형외과·재활·통증클리닉 등 고령자 필수진료과 유무- 병원에서 약국까지의 동선이 단순성4. 생활동선: 집 주변 500m가 삶의 질 결정“편리함이 아닌 고립 줄이고 생활리듬유지 돕는 핵심환경”- 걸어서 갈 수 있는 마트·시장 유무- 약국·은행·우체국 등 필수 생활시설까지 거리-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보행로 존재- 보행환경의 안전성(신호등, 횡단보도, 보도 폭 등)5. 고립위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구조인가?“취미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마주칠 수 있는 생활구조”- 복지관·경로당·주민센터 문화프로그램- 작은 도서관·카페·마을모임 공간- 취미·운동·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생활체육시설6. 10년 후 나를 기준으로 질문- 관리비·난방비 등 주거비 지속가능성- 운전을 그만두더라도 일상생활 가능성- 밤길과 응급상황에서의 안전성- 건강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약해져도 생활가능한 구조 여부7. 집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 질문“앞으로 나를 얼마나 안전하게, 덜 외롭게 지켜주는가?”“머무는 공간’이 아닌, 나를 오래 지키는 생활환경인가?”초고령화 시대의 주거환경은 단순히 머무는 집이 아니라, 노인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덜 외롭게 하며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환경으로 그 의미가 전환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국가의 새로운 성장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제 주거문화 의식을 바꾸어, 집을 ‘삶을 지켜주는 환경’으로 재정의해야 할 시점에 있다.국가적인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시행에 발맞추어 약업계는 방문약료사업, 다제약물관리사업, 통합약물관리 전문약사제 등과 연계한 사업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AIP, 커뮤니티케어의 근간은 주거혁신이다. 이런 변화의 맥락을 따라가면 돌봄 대상자를 위한 약업계의 다양한 사업들이 실효적으로 조기에 정착, 운영될 것이다.
2026-07-01 1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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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감성적인 수사 넘어 강력한 ‘경영 자산’
따뜻한 말 한마디 이충우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짙어가는 오월의 녹음만큼 캠퍼스는 분주하고 눈 부신 햇살 속에서 학생들의 생각이 점차 단단해지는 시기입니다. 최근 동네 피부과에 다녀왔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내원객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실버층입니다.간단한 진료 후 항생제 처방전을 들고 바로 옆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곤거리는 제 또래 여성분들의 대화에 발걸음이 멈추었습니다. 요컨대 약사의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좀 멀어도 상가 1층 약국이 친절하니 다음부터는 그리로 가자”는 그분들의 대화가 메아리처럼 제 귀를 맴돌았습니다.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처럼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대개 비슷합니다. 눈 맞춤 없는 건조한 복약 지도, 성분별 유의 사항조차 적혀 있지 않은 약 봉투, 확인차 던진 질문에 돌아오는 침묵. 머쓱한 기분에 약국 내부를 둘러보니, 상품 진열과 인테리어마저 ‘이곳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라는 힌트를 주더군요.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을 이 상황에 대입해 보면 명확해집니다. 처방 약이라 할지라도 소비자의 구매 과정에는 엄연히 ‘서비스 경험’이 존재합니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경험 여정(Journey of Experience)’이라 부릅니다. 이 여정에서 고객이 좋아했던 경험은 ‘터치 포인트(Touch Point)’, 고객이 싫어했던 나쁜 경험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됩니다.이 처방약국의 사례를 서비스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핵심은 명확해집니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고객의 경험 여정에서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강조하여 전체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입니다.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는 의료 전문인이자, 의료 소비자와 최전선에서 만나는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약국 경영의 첫걸음은 고객의 경험 여정에서 페인 포인트를 어떻게 제거하고, 터치 포인트를 어떻게 강화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최근 약업계의 뜨거운 화두이자 우려의 대상인 ‘체험형·창고형 약국’도 이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산업 전문 방송(채널i)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정보의 비대칭 해소와 소비자 욕구의 다변화로 인해 창고형 약국의 선호가 앞으로도 증가할 거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약국을 찾는 고객의 지형은 이미 크게 바뀌었습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50대 이상 실버층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가치 소비 측면에서 가격 민감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특히 심리학적으로 건강을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소비하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경향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지금의 의료 소비자는 정보 탐색에 능숙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원하며, 건강을 삶의 질과 활동성의 문제로 인식합니다. 최근 급증하는 1인 가구 트렌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가족이 곁에서 약을 챙겨주고 병원에 동행하며 생활 속 건강을 돌봐주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돌봄 구조가 빠르게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동네약국이 단순히 ‘조제와 판매’라는 기능적 공간을 넘어, 초고령사회에서 건강한 장수(Longevity)를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재정의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소비자 관점에서 창고형 약국은 넓은 공간, 다채로운 품목, 정돈된 진열, 그리고 직접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특히 해외여행 등에서 월그린이나 마츠모토 기요시 같은 대형 드럭스토어를 경험하며 느꼈던 편의성과 가성비의 만족감은, 정보 탐색과 자기 결정 성향이 강한 소비자에게 강력한 터치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즉,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단순한 규모의 대형화가 아니라 약국 서비스의 ‘소비자 경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그렇다면 초고령사회에서 동네약국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이를 ‘롱제비티(Longevity)’ 관점에서 바라보면, 약국의 가치는 단순히 소비자 선택의 넓이만을 확장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선택을 돕는 약사의 신뢰성, 복약을 지속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 그리고 일상 속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 소비자와의 관계’에 있습니다. 서비스 마케팅의 7P 믹스 중 ‘피플(People)’, 즉 사람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서비스 마케팅에서 사람은 단순히 노동력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그 자체’입니다. 약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질문의 방식과 설명의 깊이가 곧 약국의 ‘서비스 품질(Service Quality)’로 이어집니다. 고객이 기억하는 약국의 이미지는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약사의 태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고령층 고객에게 약사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강력한 건강 조언자이자 과학적 판단을 돕는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현실 속 많은 약국은 여전히 고령층을 그저 ‘행동과 답변이 느린 나이 든 고객집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고령층 고객 역시 정밀하게 세분화(Segmentation)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국내 1차 베이비붐 세대(1954~1963년생)는 대면 소통과 관계를 선호합니다. 통기타와 청바지 문화를 향유했던 이들은 정서적 교감을 통해 신뢰를 쌓으며, 전문가의 권위를 중시합니다. 반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는 다소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요. ‘신인류’와 ‘X세대’로 불리었던 이들은 사화와 개인을 분리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첫 세대입니다. 이들은 일방적 설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이 약이 필요한지,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 생활 습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복합적으로 따져 묻는 주체성을 보입니다.따라서 앞으로의 약국 서비스는 핵심 고객층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한 약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좌우될 것입니다. 단지 상대를 나이 든, 그저 신체 기능이 저하된 소비자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주체적인 선택권을 가진 ‘고객’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전문 용어 대신 쉬운 말로 설명하되 결코 얕잡아 보지 않고, 반복해서 설명하되 가르치려 하지 않으며, 노화의 맥락을 이해하되 그 불편함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약사의 전문성은 오롯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지식을 능수능란하게 발휘하는 역량에서 차이가 나타날 것입니다.특히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 체계 안에서 약사의 역할은 더욱 도드라질 것입니다. 통합돌봄 대상자 대부분이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만성질환 고령층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에서 통합돌봄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동네약국이 먼저 친숙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일상적인 건강 관리의 접점에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주효할 수 있습니다.“요즘 식사는 어떠세요?”, “이 약 드시고 속이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지난번보다 혈압은 좀 안정되셨나요?” 같은 짧지만 따뜻한 말들은 단순한 친절의 범위를 초월합니다. 이는 약사가 나의 건강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나를 일회성 구매자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이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속 깊은 함의입니다.초고령사회에서 이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감성적인 수사를 넘어 강력한 ‘경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약국을 조제와 판매만 이루어지는 물리적 장소로만 기억하게 할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약사님, 즉 사람을 떠올리게 해야 합니다. 창고형 약국이 가격 효율성과 다양한 선택 대안을 내세울 때, 동네약국은 오직 자신만이 줄 수 있는 관계의 지속성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동네약국의 사람 중심의 서비스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똑같은 약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건네느냐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국, 사람의 경쟁력이 곧 약국의 경쟁력이 되는 이유입니다.마무리하겠습니다. 롱제비티 시대, 초고령사회의 약국은 분명 지역 커뮤니티의 일상적 건강 거점이자 가장 친밀한 건강 관리의 파트너이어야 합니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체험형 소비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지역 커뮤니티라는 본질적 관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창고형 약국의 태생적 한계는 분명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사람이 답’이라는 동네약국의 존재 이유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이충우 교수 <필자소개>숙명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한국상품학회 이사한국이민정책학회 이사건강소비자연대 이사(전)일동제약 CHC부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총괄
2026-06-04 0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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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롱제비티(Longevity) 시대, 일본 약국업계 경영의 대전환
<연재를 시작하며>우리나라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체인구의 20%가 만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단순히 초고령화라는 인구 문제에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수 있는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적 이슈로 부상한 고령사회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통합돌봄과 재택요양 등 보건의료 측면에서의 제도적 보완과 시행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령사회와 건강한 장수]라는 제목으로 약국경영 측면에서의 대응방안을 전문가 3인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조망해 보고자 한다. 집필진으로 이현이 박사(주 자티스 대표), 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 이충우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편집자> 롱제비티(Longevity) 시대, 일본 약국업계 경영의 대전환: 조제중심에서 전 생애 주기 건강관리 플랫폼으로이현이 박사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 약국에서 디지털의 미래를 마주하다 얼마 전 일본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미팅을 가졌다. 일본 헬스케어 시장은 규모가 크고 매력적이지만,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 고객의 고민이었다. 흔히 일본은 ‘아날로그의 나라’로 기억된다. 여전히 팩스를 사용하고, 도장 문화를 고집하며, 매뉴얼과 서류를 중시하는 모습은 디지털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에게는 다소 더디고 답답한 구시대적인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시스템의 안전성, 예측 가능성, 책임 명확성을 추구하는 ‘아날로그적 디지털’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특히 약국만큼은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의 휴먼터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약국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약국 10곳 중 8~9곳은 이미 전자처방전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제 로봇이 처방 데이터를 받아 환자가 도착하기 전 약을 준비하고, 약사는 태블릿으로 복약 이력을 실시간 확인하며 상담과 지도에 집중한다. 일본 약국은 지금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디지털 헬스케어의 최전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롱제비티 시대가 왔다. “150은 정말 패셔너블한 숫자입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합니다.(150 is a very fashionable number now. I have no doubt it will happen. No question)” 알토스 랩스의 스티브 호바스 박사가 올해 초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계적인 노화과학자인 그는 노화를 측정 가능한 생물학적 과정으로 보고, 건강수명 연장 가능성을 강조한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죽음을 운명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간주하며, 롱제비티라는 거대한 관점의 전환과 함께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학계의 초점도 이동했다.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healthspan,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의 연장이 핵심과제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사이의 격차가 평균 9.6년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가 인류의 새로운 공통 과제가 된 것이다. 롱제비티는 더 이상 고령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로모니터의 2025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5%가 단기 효과보다 장기적 건강에 초점을 맞춘 식품 선택을 선호한다. 전 세대가 건강수명에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전환의 가장 일상적인 접점에 약국이 있다. 전문가인 약사가 매일 수많은 시민을 만나는 공간, 동네 약국이야말로 롱제비티 헬스케어의 최전선이다. 롱제비티 이코노미, 일본 96조 엔 시장의 실체 MIT Age Lab의 조지프 코글린 박사는 ‘롱제비티 이코노미(Longevity Economy)’를 50세 이상 인구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모든 경제 활동의 총합이자,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 전반으로 정의한다. 미국 은퇴자 협회(AARP)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50세 이상 인구가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는 2050년 약 118조 달러의 GDP 임팩트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헬스케어, 예방의학, 웰니스, 디지털 헬스 등 관련 산업군이 이 거대 생태계의 중추를 이룬다.일본은 롱제비티 이코노미의 최대 실험장이다. 세계경제포럼(WEF) 2025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롱제비티 이코노미 규모는 2023년 기준 96조 엔에 달하며, 2040년에는 115조 엔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헬스케어 29조 엔, 돌봄 및 간병 11.7조 엔, 라이프스타일 관련 산업이 55.7조 엔으로 구성된 거대 생태계다 <그림1>. 2025년 총무성 통계 기준 65세 이상 인구 3,619만 명이 전체의 29.4%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이 숫자들은 추상적 전망이 아니라 이미 움직이는 현실 시장이다. <그림 1> 일본 롱제비티 이코노미 규모 (출처: 미즈호 은행, 2025.1) 시장의 양적 팽창과 함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소비 주체의 질적 진화다. 미즈호은행 2025년 보고서는 일본 고령자의 건강 상태와 취업률이 지난 15년 사이 사실상 ‘5년 젊어졌다’고 분석한다. 이 ‘마이너스 5세’ 효과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다. 고령자가 5년 더 건강하게 사회에 머물게 됨으로써 의료, 복지 등 사회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장수 배당’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내각부의 고령사회백서(2024)에 따르면 60대 후반의 절반이 현직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는 고령자가 더 이상 수동적 부양 대상이 아님을 방증한다. 스스로 건강에 투자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생산성을 유지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롱제비티 이코노미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아픈 환자를 사후적으로 돌보는 공간을 넘어 활력을 지원하는 ‘롱제비티 거점’으로서 약국의 역할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롱제비티 소사이어티, 전 세대 헬스케어와 약국의 재정의 일본 정부는 ‘고령사회대책대강’을 통해 전 세대가 건강하게 공생하는 장수사회 설계를 국가 과제로 삼았다. 그 핵심이 후생노동성이 추진하는 ‘지역 포괄 케어(거주지에서 의료와 돌봄, 예방을 통합 제공하는 인프라)’와 이를 실천하는 거점으로서의 약국이다. 2025년 일본의 의료비 지출은 46조 엔을 초과했다(후생노동성, 2025). 일본 정부의 계산은 단순하다. 마이너스 5세의 임팩트처럼, 건강수명 1년 연장이 의료비 및 연금 지출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롱제비티 기술과 예방적 헬스케어 투자는 복지 확대가 아닌 국가의 재정 생존 전략이다.이러한 구조 속에서 약국에 주어진 역할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처방전을 받아 조제하고 건네는 ‘대물(對物)’ 기능은 이제 자동화 등 기술로 대체 가능한 기본값이 되었다. 국가는 약사에게 복약지도의 질 향상, 다제병용관리, 재택의료 지원, 생활습관 개선과 상담, 치매 및 우울 조기 스크리닝이라는 ‘대인(對人) 기능’을 요구한다.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시행된 ‘지역연계약국, ‘건강서포트 약국’ 인정제도를 통해 이를 제도화했다. 전 세대 롱제비티의 실천 거점으로서 동네 약국의 재정의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10조 엔 돌파, 진화하는 일본의 약국 업계 일본체인드럭스토어협회(JACDS)에 따르면 2025년 드럭스토어 업계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 엔을 돌파했으며, 2030년까지 13조 엔, 3만 5천 점포라는 목표로 제시했다. 성장엔진은 조제수요 확대와 헬스케어 다변화다. 리테일 강자들조차 전문적인 상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조제 기능을 강화하고 식품 부문을 헬스케어와 결합하며 체질을 혁신하고 있다.시장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 일본 유통 공룡 AEON그룹의 주도로 일본의 양대 드럭스토어인 웰시아 홀딩스와 쓰루하 홀딩스가 합병하며 일본 최대 드럭스토어 연합체가 탄생했다. 물류일원화와 구매 및 조제 데이터의 통합 시너지를 통해 그룹 차원의 종합헬스케어를 실현하겠다는 포석이다. 2021년 경영통합을 이룬 마쓰키요코코카라&컴퍼니 역시 고객 생애가치(LTV) 극대화 전략으로 2031년 매출 1조 3천억 엔의 자력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스기 홀딩스는 지역 헬스케어 네트워크 구축과 아시아 시장 진출이라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결국 이 모든 방향은 하나다. 일본의 약국은 ‘약을 파는 곳’에서 ‘생애 전반의 건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약국 DX, ‘기다리는 곳’에서 ‘이미 준비된 곳’으로 약국 경험의 재설계 일본 약국 디지털전환(DX)의 핵심 축은 전자처방전이다. 후생노동성과 디지털청에 의하면, 올해 3월 시점 약국의 전자처방전 도입률은 89.5%에 달한다. 같은 시기 의료진료소(의원) 25.8%, 병원 19.4%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후생노동성은 ‘의료DX 비전 2030’ 로드맵에서 2030년까지 모든 의료기관에 전자처방전을 보급하되, 약국은 2025년 7월 사실상 전면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림2>전자처방전의 의미는 종이의 디지털 대체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을 잇는 처방 정보 공유 기반 위에 온라인 복약지도, 개인건강기록(PHR) 연계 복약수첩 앱 등 민간의 혁신서비스가 다층적으로 쌓이는 건강 플랫폼 구조다.<그림 2> 일본의 시설별 전자처방전 도입 현황(시설별) (자료: 후생노동성, 디지털청. 2026.3)현장의 변화는 더 구체적이다. 이른바 ‘Pharma Tech’로 불리는 약국 테크놀로지가 관련 기업이 약국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림3>. 오카피 파마시시스템이 운영하는 ‘도도쿠스리’는 처방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전송하면 온라인 복약지도 후 자택이나 지정장소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완전 비대면 조제 서비스다. 올해 1월부터는 JR동일본과 제휴해 도쿄의 야마노테선 역 내 물품보관함에서 약을 수령하는 서비스를 개시하였다<그림4>. 바쁜 직장인이 출퇴근길에 약을 찾아감으로써 복약지속률을 높이는 발상이다. 조제현장의 자동화도 주목된다. 메디컬 유어즈(Medical yours)의 조제로봇 ‘리들 퍼피스(RIEDL Phasys)’는 세계 유일의 완전모듈형 로봇으로, AI 이미지 인식을 통해 1박스당 약 5초라는 세계 최고 수준 피킹속도를 구현한다. 전자처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로봇에 직접 전송해 환자 도착 전 조제를 완료하는 시스템은 특허를 취득했다. 재고관리 분야에서는 쿠리오네(9Lione)가 OCR 기반 실시간 재고 업데이트와 AI 수요예측 및 발주최적화를 제공하고, 이야쿠루는 약국 간 잉여 혹은 부족 의약품을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재고를 현금화하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MG-DX의 ‘야쿠큐빈(薬急便)’은 조제 약국을 전개하고 있는 일본조제주식회사에 특화된 접객 AI 에이전트를 통해 접수업무를 자동화하고 약사는 복약지도 등 대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그림 3> PHARMA TECH 카오스 맵(Chaos Map) (출처: 株式会社ツールポックス(ToolPox)) <그림 4> 오카피 파머시의 JR 동일본 스마트 로지스틱스와의 역 내 물품보관함 처방약 수령 서비스 (출처: TOPPAN 홀딩스 주식회사)수가 정책이 DX 도입을 견인하는 구조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일본 약국DX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가 수가(진료보수) 체계를 통해 DX 도입을 경제적으로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도 진료보수 개정에서 ‘의료DX추진체제정비가산’이 신설됐고, 2026년도 개정에서는 이를 더욱 강화 재편했다. 전자처방전 도입, 온라인 복약지도 실시, 복약데이터 공유 등 DX 요건을 충족한 약국에 가산점이 부여되는 구조다. ‘의료DX 비전 2030’ 로드맵, 디지털청의 전자처방전 도입 현황 실시간 대시보드, 후생노동성의 도입 보조금 지원과 목표 조정 등, 정밀하게 설계된 부처 간 협력 생태계가 기술 기업들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힘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일본은 기술의 화려함보다 제도적 수용성에 집중하며, 구슬로 어떤 목걸이를 만들 것인가, 즉 기술을 제도와 정책으로 꿰는 방식에 집중하며 롱제비티 소사이어티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 나가고 있다.런던경영대 교수이자 스탠퍼드대 장수연구센터 자문교수인 앤드류 스콧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고령화 사회의 관점에서 우리가 나이 드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더 긴 삶의 이점을 활용하는 롱제비티 소사이어티의 관점으로 그 초점을 확대할 필요를 강조하며, ‘다단계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수명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 건강수명을 일상에서 관리해 주는 기술적 허브가 바로 DX로 무장한 약국이다. 조지프 코글린이 지적했듯 ‘고령자의 숨은 욕구’를 가장 가까이서 읽어낼 수 있는 공간 역시 동네 약국이다.한국은 디지털 강국의 자부심이 있고, 약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구슬은 충분하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그 구슬을 꿰는 실, 수가 구조와 정책 인센티브라는 제도 설계가 과연 충분히 갖춰져 있는가. 세계가 주목할 만큼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사회가 만수무강의 롱제비티 소사이어티로의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필자 소개>이현이 박사(경영학)는 일본 비즈니스 전문가이자 경영컨설팅 기업 ㈜JaTIS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능률협회컨설팅(JMAC)과 국내 경제단체에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혁신 컨설팅을 수행해 왔다. 일본의 정책·산업·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공정책, 산업 및 지역 혁신, 인적자원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을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롱제비티 비즈니스와 고령사회 대응 전략, 특히, 헬스케어 및 의약 산업의 구조 변화에 관해 한국과 일본의 제도와 시장을 비교하며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2026-04-15 1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