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팍실' 갱년기 안면홍조 완화
호르몬 대체요법제 대체가능성 시사
입력 2003.06.04 19:33
수정 2003.06.04 23:32
한 항우울제가 갱년기에 나타나는 안면홍조 증상을 최소한 절반 정도까지 완화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사용된 항우울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일종인 파록세틴(paroxetine)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가 '팍실'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발매 중이다.
美 존스 홉킨스大 의대에서 종양학을 강의하고 있는 베레드 스티어른즈 조교수팀은 4일자 '美 의사회誌'(JAMA)에 공개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스티어른즈 교수팀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팍실'이 나타내는 안면홍조 완화효과는 호르몬 대체요법제(HRT)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HRT는 안면홍조 증상의 발생빈도를 최대 9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HRT는 심장마비, 뇌졸중, 유방암, 치매 등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복용하는 이들이 크게 줄어든 것이 최근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번 발표내용은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갱년기 여성들의 경우 전체의 75% 정도에서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1일 2~3회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5년 이상 그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티어른즈 교수팀은 매일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나는 165명의 여성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팍실' 서방형 정제를 각각 1일 25㎎ 및 12.5㎎ 또는 플라시보를 복용토록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후 6주가 경과한 시점에서 측정한 결과 '팍실' 12.5㎎ 투여群에서 안면홍조 증상이 발생한 횟수가 1일 7.1회에서 3.8회로 뚜렷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5㎎ 투여群에서도 6.4회에서 3.2회로 반감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시보 투여群의 경우 '팍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6.6회에서 4.8회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티어른즈 교수는 "이번 연구가 중요한 것은 피험자들이 암환자가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사례들은 호르몬 대체요법제 사용이 불가능한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 연구의 피험자들은 최소한 6개월 동안 호르몬 대체요법제를 전혀 복용한 바 없는 그룹이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항우울제가 모든 갱년기 여성들에게서 안면홍조 증상을 완화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스티어른즈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항우울제 복용을 통해 우울증이 개선되기까지는 4~6주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안면홍조 증상의 개선은 복용 후 3~4일만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 복용량 또한 우울증에 비해 적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우울제가 안면홍조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이는 기전은 아직 명확치 않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에 대해 효과를 나타내는 메커니즘과는 아무래도 다른 기전을 거쳐 약효를 발휘하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에 앞서 진행되었던 연구에서는 '팍실' 이외에 다른 SSRI系 항우울제들과 항전간제의 일종인 '뉴론틴'(가바펜틴)도 안면홍조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이 입증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