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安靜丸인가 僞藥인가
"실제 효능보다 광고가 사용 촉진" 주장
신세대 항우울제들이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볼로냐大에서 임상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지오반니 파바 박사는 '정신치료학 및 정신신체의학'誌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최신 항우울제들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약물 자체의 실질적 필요성이나 확실한 임상적 증거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 제약기업들의 적극적인 광고전략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美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오늘날 전체 미국성인들 가운데 10%에 육박하는 이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매우 주목되는 대목인 셈이다.
파바 박사는 논문에서 "1990년대들어 투약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몇 건의 연구사례들이 보고됨에 따라 의사들이 항우울제를 장기처방하기 시작했으나, 장기복용시 효과는 아직 확실치 않다"며 "항우울제는 급성기에 최고의 효과를 나타내므로 3개월 또는 3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효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불구, 관련저널에 발표되는 연구논문들과 학술회의 발표내용, 진료 가이드라인 등이 항우울제의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즉, 인지행동요법(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이나 라이프스타일의 개선 등 약물투약을 수반하지 않는 치료법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항우울제 투약을 한달간 중단시켰던 한 환자에게서 증상이 재발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항우울제의 효능이 과대포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세대 약물들은 구형(舊型) 약물들에 비해 부작용을 적게 수반할 뿐, 좀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도 충분치 않다"고 피력했다.
오늘날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까지 사실은 필요치도 않은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된 것도 이처럼 신세대 약물들이 부작용이 적고, 내약성이 우수한 것에 원인이 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바 박사 자신도 항우울제의 효용성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美 뉴욕大 의대에 재직 중인 정신과의사 노만 수즈만 박사는 "파바 박사가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면서도 "항우울제는 분명히 효과적인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즈만 박사도 신세대 항우울제가 구형 약물들에 비해 지니는 중요한 장점은 효능의 우수성 보다 내약성 개선에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구형 항우울제들은 부작용을 수반하는 빈도가 높았던 관계로 처음 1~2개월 동안은 저용량으로 투약을 시작해야 했을 정도라는 것.
그는 "물론 제약기업들이 가장 두드러진 효과를 본 치험례를 취사선택해 공개하고 있는 데다 때때로 효능을 과장하는 사례도 없지는 않겠지만, 항우울제가 효과적인 약물이라는 사실 자체는 불변의 진리"라고 말했다.
한편 美 제약협회(PhRMA)의 제프 트레휘트 대변인은 "제약기업측이 근거도 없이 효능을 과장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사들도 방대한 양의 치험례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효능의 우수성에 대한 확신으로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