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글라이벡' No '글리벡'은 OK
허가신청 제품명 10건당 3~4건 꼴 "바꿔"
입력 2006.03.21 16:15
수정 2006.03.21 18:17
노바티스社는 처음 항암제 '글리벡'(Gleevec; 이마티닙)의 발매를 허가해 주도록 FDA에 신청할 당시 '글라이벡'(Glivec)이라는 이름을 제출했다.
그러나 FDA는 '글라이벡'이 당뇨병 치료제 '글라이셋'(Glyset; 미글리톨)과 유사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노바티스는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행한 끝에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일라이 릴리社가 내놓은 패혈증 치료제 '자이그리스'(드로트레코긴-α)의 경우 본명(?)은 '조반트'(Zovant)였지만, 항구토제 '조프란'(온단세트론)과 혼동이 초래될 수 있다는 FDA의 딴죽걸기에 따라 개명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로슈社는 신제품 골다공증 치료제의 허가를 취득하기 위해 "좋음"과 "삶"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에 착안한 '본비바'(Bonviva; 이반드로네이트)라는 이름을 FDA에 제출했다. '본비바'는 또 유럽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시장에서는 '본비바'라는 이름의 사용이 허용되지 않자 '보니바'(Boniva)라는 제품명을 택해야 했다.
세프라코社(Sepracor)의 수면개선제 '루네스타'(에스조피클론)는 지금의 제품명을 갖게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다. '아스토라'(Astorra), '에소나'(Esonna), '에스토라'(Estorra) 등을 거치며 4번이나 출생신고서(?)를 다시 써야 했을 정도.
이 때문일까? 세프라코社의 데이비드 사우스웰 재무이사는 "FDA의 작명 허가절차는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매사추세츠州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 큐비스트 파마슈티컬스社(Cubist)도 '사이데신'(Cidecin)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허가를 신청했지만, 결국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큐비신'(Cubicin; 답토마이신)으로 바꿔야 했다. 이 경우는 화이자社가 자사의 항생제 '클레오신'(Cleocin; 클린다마이신)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의견표명이 받아들여진 케이스.
이 같은 사례들로부터 짐작할 수 있듯, 미국에서 신약이 발매되어 약국에 공급되기까지는 복잡한 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름짓기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통과의례!
그런데 기존에 발매되고 있는 다른 제품들과 혼동될 소지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FDA의 기준이 의외의 까다로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제약업계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FDA는 지난 2004년에만 허가가 신청되었던 신약들 가운데 123건(36%)의 이름을 바꿔 재신청토록 했다. 이는 2003년의 90건(29%)와 2002년의 86건(31%)를 상회하는 수치.
게다가 FDA는 최근들어선 검토과정 중 해외에서 발매되고 있는 의약품들의 이름까지 면밀히 체크하는 등 관련절차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독특하면서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이름을 찾기 위한 제약기업들의 노력도 갈수록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FDA에서 의약품 명칭과 안전성과의 상관성 체크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캐롤 홀로퀴스트 박사는 "이름(sound-alikes)이나 모양새(look-alikes)가 유사한 의약품들이 이미 시장에 상당수 발매되어 나온 것이 현실"이라며 각별한 유의를 당부했다.
한편 FDA는 제약기업들이 제출한 신제품 명칭들을 매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총 130명에 달하는 의사와 약사·간호사들에게 신청된 신제품 명칭들을 검토하도록 의뢰하고 있을 정도.
이들은 3팀으로 분류되어 각각 ▲외래환자 처방전에 수기작성된 상태에서 독음 테스트 ▲서식을 달리한 처방전을 접한 후 독음 테스트 ▲음성 e-메일을 통한 청음 테스트 등을 맡아 행하고 있다.
끝으로 광범위한 의약품 정보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다른 제품들과의 유사성을 다시 한번 체크하는 절차를 거쳐 FDA 관계자들의 최종판단이 도출되면 비로소 그 이름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