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업계 너도나도 '허리띠 졸라매기'
항공업계·자동차업계로부터 바톤 승계
입력 2005.12.05 17:23
수정 2005.12.06 10:34
머크&컴퍼니社는 지난달 28일 전체 재직자들의 11%를 감원하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플랜을 공개했다.
이날 머크측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案을 내놓게 된 것은 물론 회수조치된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와 관련해 줄을 잇고 있는 소송이 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머크측은 오는 15일 발표될 올해의 경영실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머크의 리차드 T. 클라크 회장이 가격을 낮추면서도 더 좋은 제품들을 내놓고 있는 컴퓨터업계의 사례를 적극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특히 머크측의 발표는 최근 미국의 제약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허리띠 졸라매기' 추세를 반영한 한 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세계 최대의 제약기업인 화이자社의 경우 지난 4월 총 40억 달러 상당의 비용절감 효과를 염두에 둔 구조조정 플랜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계획에는 현재 총 93곳에 달하는 공장들 가운데 23곳을 폐쇄하는 내용 등이 담겨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와 쉐링푸라우社는 최근들어 이익이 상당폭의 감소세를 지속함에 따라 이미 수 년째 지갑을 닫는 정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와이어스社도 영업인력의 상당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방식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임을 지난 10월말 공개했었다. 영업조직에 메스를 들이댄다는 것은 제약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후순위에 속하는 비용절감案이어서 와이어스측의 발표는 안팎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굵직굵직한 제약기업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구조조정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에 따른 경쟁가열 ▲약가인하 압력의 고조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만 하는 R&D 및 마케팅 비용 ▲새로운 블록버스터 신약의 부재 ▲정부의 약가인상 통제 정책기조 등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제 제약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택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제약업계가 두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했던 1990년대의 '화려한 시절'은 이제 역사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얘기"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제약업계가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로부터 구조조정 확산이라는 바톤을 넘겨받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에 소재한 A.G. 에드워즈&선스 증권社의 앨버트 라우치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제약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약가책정을 통한 상쇄효과가 가능했던 만큼 지금처럼 효율성 제고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았다"며 격세지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웃소싱 전문회사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社의 존 챌린저 회장은 "제약기업들이 현행과 같이 높은 수준의 이익률을 고수하기 위해 앞으로도 인력감원 카드를 자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현재 전체 미국 처방약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제네릭 제품들의 압력이 앞으로도 그 수위를 더욱 높일 전망이어서 메이저 제약기업들에게 불가피한 대안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와 관련, IMS 헬스社에 따르면 2006년에만 하더라도 머크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심바스타틴)와 BMS의 '프라바콜'(프라바스타틴), 화이자의 항우울제 '졸로푸트'(서트라린) 및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웰부트린'(부프로피온) 등 줄잡아 한해 2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각종 제품들이 특허만료 직면을 앞두고 있는 형편이다.
레만 브라더스社의 토니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상당수의 브랜드-네임 메이커들이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에 맞서 리베이트와 약가할인을 제공해야 할 입장이어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네릭의약품협회(GPA)의 캐슬린 재거 회장은 "많은 제약기업들이 앞으로 최소한 10여년 동안은 그들의 자금과 노력·시간을 혁신에 사용하기보다 기존의 제품별 독점적 지위를 방어하는데 할애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령 특허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법적 허점을 메꾸고, 제형을 개량하기 위한 연구에 주력해야 하리라는 것.
라우치 애널리스트는 "좀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신약의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제약업계가 석면 배출 관련업계와 담배업계에 뒤이어 변호사들의 빅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비용이 천장부지로 치솟을 것임을 시사하는 언급인 셈.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사노피-아벤티스 등 유럽의 빅 메이커들도 미국쪽 기업들의 선례를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메이저 제약업계가 '허리띠 졸라매기' 바람이 A급 허리케인의 기세로 몰아치고 있다.
조이고 또 조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