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형태별 누적 실태- 동네약국
입력 2006.03.30 15:57 수정 2006.09.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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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숙(송파구 새독일약국)
벌써 15년이 넘었으니 옛날(?) 같으면 동네 터줏대감 소리쯤 들었겠지만 분업이후에는 갈수록 희귀해져 가고 있는,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여부를 놓고 갈등하게 만드는 우리약국은 전형적인 동네약국이다.

보란 듯 한 규모로 최신 경영마인드를 접목시켜가며 경영할 일 없는, 그래서 청춘을 바치기(?)에는 좀 답답한 곳이긴 하지만 욕심을 한풀 꺾고 들여다보면, 동네약국에는 사람부대 끼는 인정도 있고, 약사로서의 자부심도 한껏 부려보는 호사(好事)도 있다.

하지만 재고의약품 문제로 들어가면 동네약국은 문전약국이나 층약국(?) 보다 훨씬 머리 아프고 상황이 열악하다.

지난해 우리약국 단골 고객 한분이 친구 분을 데리고 약국을 방문했었다.

친절하고 설명도 잘해주니까 앞으로 이 약국을 이용하라며, 이를테면 약국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그렇게 시작된 그 친구 분과의 인연은 방문이 반가우면서도 반갑지만은 않은 애매한 관계로 진전되어 버렸다.

그 친구 분이 다니는 의원이 있는 곳은 광진구. 혈압에 당뇨가 있으신 그분이 다니는 의원의 의사 분은 일주일이나 보름 분씩 처방을 내는데, 환자의 호소가 달라질 때마다 한 달이 멀다하고 약이 바뀌어 처방됐다. 걷기도 차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에서 일부러 약국을 찾아오시는데, 많지도 않은 약을 매번 약이 없으니 다시 한 번 방문해 달라 부탁하는 것도 민망한 노릇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분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오늘은 약을 있을지 없을지 긴장하게 되고, 남는 약은 쓰린 가슴으로 쳐다봐야하는 처지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경우가 동네약국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동네약국들은 짧지 않은 연륜을 갖고 있고 그 만큼 고정적인 단골고객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분들이 들고 오는 처방전은 그야말로 ‘전국구’이다.

고객들이 단골약국을 찾아 처방전을 들고 오는 일이야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잘 낫는다는 병의원들을 찾아 이곳저곳 다니다가 가져오는 처방전은 같은 송파구 안에서만도 참으로 각양각색 다양하다.

특히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어 제네릭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면 근처 병의원 수만큼의 제네릭 제품들이 제약회사별로 처방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근처에 열개의 의원이 있으면 같은 성분의 약품이 제약회사별로 열 종류 가까이 처방된다는 얘기다. 제네릭 출시 초창기 일수록 처방변경도 빈번하고 그렇게 남겨진 약들은 어찌할 수 없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수밖에.

동네약국의 경우 처방전을 수용하는 의원의 범위는 넓고 처방전 수는 많지 않다보니 약품의 소모량이 역시 많지 않은 실정이다. 말 그대로 소량다품종?

하지만 동네의원은 큰 제약회사보다는 작은 제약회사 약품들이 더 많이 처방되고 있고, 작은 제약회사 일수록 소포장보다는 대량 포장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동네약국의 재고부담은 몇 개 의원의 처방전을 집중 수용하는 문전약국 보다 훨씬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덩달아 의원 처방이 바뀔 때마다 소분하느라 애를 먹는 불쌍한 ‘도매상 아저씨’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얼마 전에 한 제약회사에서 자기네 회사 제품을 주문하는 조건으로 약국 재고의약품을 수거해주는 정책이 있어 우리약국도 90만원 정도의 약품을 반품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반품 차 방문했던 직원에게 약국마다 대략 얼마만큼의 반품이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 왈, 보통 백 여 만원, 많은 약국은 칠백만원어치 반품이 나온 경우도 있다했다.

무능 탓인지 내 경우를 보건데 내가 반품한 90만원 어치가 재고의약품의 전부가 아니었다. 서울시약이나 대약에서 재고의약품 처리가 있더라도 처리되지 않을 것 같은, 그래서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는 약품이 90만원 어치 정도 됐었다. 그것도 일부 틈틈이(?) 버리고 남은 것들이.

그분이 하는 말, “의약분업 되고 그 뒤처리는 다 약사님들이 하셨나 봐요. 반품하다보니 약사님들 뭐먹고 사셨나싶어요”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했다. 약사들 말고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정을 알른지….

일반의약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문의약품의 재고는 약국에서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사의 무능력 때문도 아니고 꼭 게으름 때문이라고 탓할 수만도 없다. 요즘엔 그나마 약국에 있는 의약품을 소분해서 판매할 수 있는 곳도 생겨나서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주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듯싶다.

여름에 휴가차 한국에 왔었던 프랑스 친구는 프랑스에선 약을 필요한 만큼 종류별로 한통씩 환자들에게 건네주지 우리처럼 낱알을 조합해서 조제해주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했다. 내가 확인한건 아니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프랑스는 참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도 포장을 다시 뜯어 조제하지 않고 소포장 그대로 환자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절실하게 했었다.

그러면 약사입장에서는 불필요한 포장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그만큼 복약지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환자입장에서도 이게 무슨 약인지, 행여 오래된 약은 아닌지, 처방전대로 약은 지었는지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아도 될 터이니 말이다.

바라건데 재고의약품의 일정부분 만이라도 국가든 공단이든 부담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분업 정착을 위해 약사들은 정말 많이 노력했고, 비용을 기꺼이 감수했는데 재고의약품까지 떠안기엔 우리 약사들은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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