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약 누적의 원인과 해결방안
입력 2006.03.30 14:28 수정 2006.09.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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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길(서울시약 총무위원장)
들어가면서
약국의 불용재고약 문제는 너무 자주 또 오랫동안 다뤄진 테마라 글을 쓰는 필자나 읽으실 독자나 진부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국의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순응한 결과 빚어진 타율적인 상황이 이렇듯 고통스럽고 생존의 문제까지 초래한다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것이다.

의사의 처방권을 너무 존중한 나머지 약업계의 현실, 약국의 부담을 무시한다면 이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며 이런 판단이 내려졌다면 과감하게 실천해야할 해결책이 의료계에 대한 눈치보기로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참여정부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며 불용재고약 발생의 원인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불용재고약이란
불용재고약은 복용을 할 수 없거나 조제, 판매를 할 수 없는 의약품, 원래의 용기, 포장상태가 유지되지 않아서 환불, 교환이 불가능한 의약품을 말하나 여기에서 다루는 문제는 약국에서 처방조제 후 재고로 남은 약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불용재고약의 발생원인
첫째로 의약분업제도 자체에서 발생한다.

의사나 약사나 스스로 처방조제하는 미분업 하에서는 스스로 필요한 약을 선택하고 사용하면 그만이었기에 재고약 문제는 발생할 여지도 적었고 주로 직거래에 의한 구입이었기에 제약회사로 반품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처방과 조제가 분리된 의약분업 제도 하에서는 다양한 의료기관의 처방을 수용해야 하기에 약국별로 구비의약품의 종류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유통경로도 제약회사, 도매상, 인근약국, 의료기관 등 다양하기에 반품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제약회사도 경쟁적으로 전문의약품을 발매함으로써 의약품 공급의 과잉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둘째로는 비효율적인 법적제도에 기인한다.

의약정 합의에 따른 약사법 개정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의,약사의 의약분업 정착에 대한 상호협조의무였고 그 바탕위에서 의사의 상품명처방 허용과 약사의 동일성분 조제를 일정부분 인정하는 지역별 처방의약품목록 제출 의무화였다.

그러나 현실은 무분별한 처방권의 남용만이 존재할 뿐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약사법의 처방의약품목록 제출 규정은 사문화되고 말았다.

처방의약품 목록에 포함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진입장벽이 있지만 처방의약품목록이 제출되지 않은 이유로 수시로 처방의약품이 변경되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약국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지도 않은 신제품이 버젓이 처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동일성분 조제(대체조제)가 활성화되어야 불용재고약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약사법 규정이 처방의약품목록이 제출된 지역은 개정약사법이 적용되고 제출되지 않은 지역은 구약사법에 따라야 하는 등 법해석상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 법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동일조제사실을 통보하려고 해도 처방전에 팩스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이 누락되어 있어서 동일성분 조제를 막고 있고 아무런 임상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대체조제불가를 표시하고 있다.

또한 의사협회의 왜곡된 '바꿔치기' 홍보로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국민 일반의 부정적 인식이 보편화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환자의 저항을 무시하고 동일성분조제에 적극적일 약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은 제약회사의 소포장 공급 기피이다.

소포장 공급 의무화가 법제화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세부적인 규정이 미비한 상태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유통단계에서 적절히 배분되고 공급되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원가상승을 핑계로 덕용포장 공급이 주를 이룰 것이고 소포장 공급은 면피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다.

소포장 공급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불용재고약의 볼륨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발생은 필연적이다. PTP포장이나 Foil포장의 소포장 공급이 강제화 되어야 할 것이다.

불용재고약 해결책은 없는가?

있다. 하지만 실행이 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첫째 인프라가 확충된 품목부터 성분명처방을 강제화 하여야 한다.

의사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보건경제학적 측면이나 제약산업 측면, 국민편익 증진차원에서도 득이 훨씬 많은 제도이다.

또한 고른 처방전 분산을 유도할 수 있고 약국의 불용재고약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정 의약품을 매개로 한 담합을 없앨 수 있고 리베이트도 척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법제화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의사들에 대한 눈치보기 외엔 다른 해석이 되지 않는다.

두번째는 성분명 처방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역별 처방의약품 목록 작성을 강제화하여야 한다.

처방의약품 목록 내에서 처방하고 조제한다면 의약분업제도의 여러 부작용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셋째 생동성입증품목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동일성분 조제를 허용해야 한다.

정부가 약효가 동등하다고 인정한 품목의 조제에 왜 그렇게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것인가?

환자의 알권리와 의사의 진료권을 내세우지만 이는 동일성분 조제를 막기위한 명분에 불과한 것이다.

생동성이 인정된 품목을 약학의 전문가인 약사가 조제투약 하는데 무슨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넷째 다양한 소포장 공급방안을 마련하고 제약회사의 원가를 보전해 주어야 하며 일단 생산, 공급된 의약품은 생산한 회사에서 그 일생을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불용재고약의 수거와 폐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세금에서 탕감해 주어야 하고 각 회사별로 불용재고약 처리센터를 설치토록 하여 상시적인 반품,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의약품의 등재방식을 계약제로 바꿔서 그 품목수를 줄여야 하며 생동성 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의약품의 조기퇴출을 시행하여야 한다.

단 그 제도 시행과정에서 약국에서 사장될 수밖에 없는 의약품의 처리대책을 미리 강구해야할 것이다.

맺는 말
국민건강권 확보와 선진의료체계 확립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의약분업이 약사들에겐 질곡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제도 시행초기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재고약은 정부가 해결해 주겠다는 당시 복지부장관의 장담이 사탕발림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제도가 안정되면 개선될 것이라는 약사들의 소박한 기대는 정책당국의 무사안일에 밀려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당시 예측되었던 처방전의 고른 분산은 장alt빛 환상에 불과하였고 백화점식 처방을 수용해야 했던 동네약국은 재고의 증가와 처방조제의 감소로 몰락하고 말았다.

정부정책을 믿고 제도에 순응하는 사람이 망하는 국가라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새로 취임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개혁성향을 믿고 제도개선을 기대하는 것이 '꿈꾸고 있다'고 비난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보건복지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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