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사, 겉은 '제약' -속은 '수입 도매상'
상당수 제약 생산기능 없이 단순 공급 역할
입력 2006.04.11 13:35 수정 2006.09.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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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출한 외자제약사들의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신약을 통해 국민보건에 이바지하고, 선진경영기법 및 마케팅을 국내에 접목시킨 역할은 높게 평가받지만, 최근 들어 단순히 판매상 역할에만 그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주로 국내 공장에 대입해서 나오고 있다. 말로는 인력 창출을 통한 기여를 외치지만 공장철수가 이어지며, 수입 도매상으로서의 기능밖에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약업신문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외자제약사 중 올 3월 현재 공장을 갖고 있는 제약사는 14개에 불과하고, 이중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 곳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 철수계획을 세운 상태다. 공장을 갖고 있는 회사도 생산하고 있는 제형은 극히 일부분이다.

이들 14개 제약사 중 1개 제형만을 생산하고 있는 곳도 6개나 된다.

공장철수는 인건비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공장을 철수하는 대신 동남아, 특히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 쪽에 공장을 세워 아시아지로서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는 것.

여기에 공장이 없어도 판매에는 큰 지장이 없고,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큰 시장을 점유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상황에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말로는 기여를 외치면서도, 실제는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을 들여와 보급하며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공장이 없으면 수입상 역할밖에 안되고, 진정한 약업발전 및 제약산업 발전에 이바지하지도 못한다.”며 “ 말로는 현대화를 말하고 제약기술을 접목시킨다고 하면서도 이익만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타이틀은 제약사지만 실제로는 본사로부터 제품을 갖고 와 국내에 판매하는 수입도매상, 판매상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이 상당액 뒤지는 국내 제약사들의 공장 신증설이 제약사로서의 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더해 수입상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오히려 국내 의약품 시장을 혼란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당수 제약사가 영업 판매 기능을 없애고, 쥴릭에 유통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본사에서 제품을 들여와 이 제품을 또 쥴릭에 맡기고, 쥴릭이 협력도매를 통해 공급하는 형태에서 이들 제약사들을 명실상부한 제약사라고 말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국내 유통시장은 혼란스런 상황이다.

다른 관계자는 “생산기능을 하지 못하면 수입상이다. 수입허가를 받아서 판매하면 된다.”며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제약사들이 이 같은 곱지 않은 시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제약사도 많다.

국내 공장을 갖고 있는 외자사 중 3개 제형을 생산하고 있는 G사는 이에 더해 국내에 수천억원대의 백신을 생산할 본사 차원의 백신공장 유치에 전력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공장을 갖고 가장 많은 제형을 생산하고 있는 H사는 공장기능을 강화시키며, 오히려 다른 제약사의 생산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G사와 함께 토착화된 외자제약의 전형으로 꼽히는 Y사도 오히려 아시아 생산기지로 한국공장의 역할을 확대시키고 있다.

O사도 최근 폐기의약품 처리시설 등에서 우수한 제약사로 평가받았다.

절반의 제약사들이 국내 공장을 갖고, 이를 더욱 역할을 더욱 강화시키는 상황에서 ‘국내 공장 필요성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자제약사들이 국내에 기여하는 부분은 물론 많다. 한국시장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보고 본사에서 투자강화 의사를 밝히고 있고, 최근에는 글로벌 다국가임상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임상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국내제약과 외자제약을 분리시키지 말고 다 같은 제약사로 봐 달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 제약사로서의 기능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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