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주민 94% 상비약 보유…절반 가까이 "부작용·주의사항 몰라"
대한약사회 463명 조사…82.4% "약사 점검·상담 이용 의향"
경기지역 별도 조사선 75.4% "교통 지원받아 약국·병원 이용" 선호
입력 2026.10.28 06:00 수정 2026.10.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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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가 의료취약지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운영기준 완화에 앞서 약사 상담과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AI 생성 이미지

의료취약지역 주민 대부분이 이미 가정에 상비약을 갖추고 있지만 절반 가까이는 의약품의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판매처를 늘리는 것보다 보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약사 상담과 약국·의료기관 이용을 돕는 이동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의 24시간 운영기준 완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대한약사회는 의료취약지역 주민 대상 의약품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정책 방향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한약사회가 올해 의료취약지역 주민 4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7%가 가정에 상비약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비약을 갖고 있는 주민 가운데 86.6%는 해당 의약품을 약국에서 직접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보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과 관리였다. 상비약 보유자의 43.7%는 의약품의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33.7%는 복용 전 사용기한을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이웃이 복용하던 약을 먹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3%에 달했다. 특히 80세 이상에서는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62%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고령층은 만성질환 등으로 여러 의약품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반의약품을 추가로 사용할 때도 기존 처방약과의 상호작용이나 중복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약사회 설명이다.

실제 조사에서는 전문가 상담에 대한 수요도 높게 나타났다. 의료취약지역 주민 463명 가운데 82.4%가 약사의 상비약 점검과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별도로 실시한 경기지역 주민 88명 대상 조사에서도 95.2%가 약사의 의약품 확인과 복용법 안내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갑자기 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을 묻자 75.4%가 ‘교통 지원을 받아 약국이나 병원을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전문가 상담서비스가 38.2%, 교통 지원이 35.3%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편의점 이용을 1순위로 선택한 응답은 1.4%에 그쳤다.

두 조사는 조사 대상과 문항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약사 상담에 대한 높은 수요가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경기지역 조사에서는 약국과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선호도 함께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복지부가 의료취약지역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의 24시간 운영기준 완화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가 심야·휴일에 운영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등록 시 적용되는 24시간 운영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약사회는 등록기준 완화가 실제 심야·휴일 의약품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 등록하는 판매업소가 정작 주민들의 의약품 수요가 발생하는 심야나 휴일에 영업하지 않는다면 판매처가 늘더라도 시간대별 접근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약국의 실제 운영시간을 근거로 한 반론도 제시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지난 8월 전국 82개 군 지역을 조사한 결과, 75개 군(91.5%)에서 일요일에 영업하는 약국이 확인됐다.

약국과 지역 대표격인 하나로마트의 일요일 운영시간을 비교할 수 있었던 55개 군 가운데 35개 군(63.6%)에서는 약국의 최종 폐점시간이 하나로마트와 같거나 더 늦었다.

약사회는 이를 근거로 농촌지역의 일반 판매시설이 약국보다 반드시 늦게까지 운영된다고 보기 어렵고, 판매업소 수 증가가 실제 이용 가능 시간의 확대로 이어지는지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의료취약지역의 휴일·심야 의약품 이용 불편을 해소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판매업소 확대보다 기존 보건의료자원을 활용한 지원체계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심야약국과 휴일 운영약국을 활성화하고 고령 주민이 약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교통을 지원하는 한편, 거동이 어려운 주민에게는 약사가 직접 찾아가 가정 내 보유 의약품을 점검하고 복약상담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다.

약사회는 “의약품 접근성이란 단순히 약을 살 수 있는 장소가 가까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필요한 의약품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의료 문제를 민간 판매시설 확대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판매등록 기준 완화에 앞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 보건의료자원을 활용한 실효성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확대를 둘러싼 약사사회의 대응도 이어질 예정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위한 운동본부와 함께 오는 11월 15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국민 건강권 수호 2차 연대집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비대면진료 확대와 의약품 배송,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디지털헬스케어법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하고 관련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편의점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무분별한 판매 확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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