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사와 변비는 서로 정반대의 증상처럼 보이지만 장의 운동과 수분 조절, 식습관, 복용 약물,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과 식습관이 달라지고 여러 만성질환에 따른 다약제 복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배변장애는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약물치료 역시 단순히 설사는 멈추고 변비는 배출시키는 방식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변비 치료에는 장내 수분을 증가시키는 삼투성 하제부터 장 운동을 자극하는 자극성 하제, 장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과 장의 운동성을 직접 높이는 약물까지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가 사용된다. 설사 역시 장 운동을 억제하는 지사제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여부와 동반 증상, 탈수 정도 등 원인과 환자 상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실제 미국소화기학회(AGA)와 미국소화기학회(ACG)가 공동으로 마련한 만성 특발성 변비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은 식이섬유부터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분비촉진제, 5-HT4 수용체 작용제까지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구분해 권고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변비·설사 치료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환자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약을 선택하는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변비약 아니다…장에 물 끌어들이고, 움직임 자극하고
변비 치료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변비약이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변비 치료에는 식이섬유를 비롯해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스, 산화마그네슘 등 삼투성 하제와 비사코딜, 센나 등 자극성 하제가 사용돼 왔다.
삼투성 하제는 장내 삼투압을 높여 수분을 끌어들이고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을 돕는다. 반면 자극성 하제는 장의 운동을 자극해 대변 배출을 유도한다.
이 가운데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변비 치료제로 둘코락스S를 들 수 있다. 비사코딜을 주성분 가운데 하나로 하는 자극성 하제 계열 제품이다.
비사코딜은 오래 사용된 성분이지만 현재의 근거 기반 치료에서도 역할이 남아 있다.
AGA·ACG 만성 특발성 변비 가이드라인은 성인 환자에게 비사코딜 또는 피코설페이트를 단기간 또는 구제요법으로 사용할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단기간을 매일 사용하는 경우 4주 이하로 정의하면서 간헐적인 사용이나 다른 변비 치료제와 병용하는 구제요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통이나 경련,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환자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고려사항으로 제시됐다.
전통적인 자극성 하제가 최신 변비 치료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과 환자에 따라 역할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장에 물을 머물게 한다…삼투성 하제도 여전히 기본 치료
만성 변비 치료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삼투성 하제다.
대표적으로 PEG는 장내에서 수분을 유지해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배변을 촉진한다. 락툴로오스와 산화마그네슘 역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장내 수분량을 증가시켜 배변을 돕는다.
AGA·ACG 가이드라인에서 PEG는 만성 특발성 변비에 강하게 권고된 OTC 치료제다. 반면 산화마그네슘과 락툴로오스에는 조건부 권고가 내려졌다.
이는 변비 환자에게 무조건 강하게 장을 자극하는 약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대변의 상태와 환자의 증상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변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료제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변비라는 하나의 증상 안에도 서로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변 횟수가 적은 환자가 있는 반면 대변이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배변할 때 과도한 힘을 줘야 하는 환자도 있다. 잔변감을 주된 불편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배변 횟수 하나만으로 변비를 판단하기보다 증상의 양상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OTC로 해결되지 않는 변비…처방약으로 넓어진 선택지
전통적인 하제만으로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만성 변비 환자에게는 보다 다양한 기전의 처방 치료제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계열이 장의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이다.
루비프로스톤은 이러한 분비촉진제 계열을 대표하는 성분 가운데 하나다. 장 상피세포에서 염소이온과 수분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장내 이동을 돕는다.
전통적인 자극성 하제가 장을 직접 자극해 운동을 유도하는 것과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AGA·ACG 가이드라인은 OTC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에서 루비프로스톤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권고 강도는 조건부로 평가됐다.
리나클로타이드와 플레카나타이드 역시 장내 수분 분비를 증가시키는 처방 치료제로 해외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다. 이들 약제에는 OTC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에서 강한 권고가 내려졌다.
이처럼 현대의 변비 치료는 단순히 장을 자극하는 방식에서 장내 수분과 분비를 조절하는 단계까지 선택지가 세분화되고 있다.
‘장을 움직인다’…프루칼로프라이드가 보여주는 또 다른 접근
변비 치료의 또 다른 방향은 장의 운동성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분이 프루칼로프라이드다.
프루칼로프라이드는 선택적 세로토닌 4형(5-HT4) 수용체 작용제다. 장관 신경에 작용해 연동운동 반사와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배변을 유도한다.
단순히 장내에 수분을 끌어들이거나 장벽을 자극하는 기존 하제와는 작용 방식이 다르다.
AGA·ACG 가이드라인에서는 일반적인 OTC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에게 프루칼로프라이드를 사용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는 프루칼로프라이드 2mg을 투여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시험들이 평가됐으며, 연구에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환자도 포함됐다.
다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프루칼로프라이드에서도 두통과 복통, 오심,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의 증상과 치료 반응을 고려한 사용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의 변비 약물치료는 식이섬유나 삼투성 하제로 시작해 자극성 하제와 분비촉진제, 장운동촉진제까지 여러 기전 가운데 환자에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확대되고 있다.
반대편의 설사…‘장을 멈추는 약’이 전부 아니다
변비와 반대로 설사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장 내용물 이동을 늦추는 방식의 약물이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대표적인 성분이 로페라미드다.
로페라미드는 장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장벽의 운동성을 낮추고 장 내용물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설사를 조절한다.
장운동을 촉진하는 변비 치료제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설사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설사가 하나의 독립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이나 상태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이다.
급성 감염성 설사부터 약물로 인한 설사, 기능성 설사, 과민성장증후군에 동반되는 설사, 염증성 장질환에 따른 설사 등 원인은 다양하다.
이에 따라 모든 설사를 장운동억제제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감염학회(IDSA)의 감염성 설사 진료지침에서는 면역기능이 정상인 성인의 급성 수양성 설사에는 로페라미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발열을 동반한 설사나 염증성 설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사용을 피하도록 권고한다.
설사라는 증상만 보고 약을 선택하기보다 원인과 동반 증상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설사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탈수’
설사 치료에서 약물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수분과 전해질 손실이다.
급성 설사가 반복되면 대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간다. 특히 수분 보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IDSA는 원인과 관계없이 급성 설사로 경도~중등도 탈수가 발생한 소아와 성인에게 저삼투압 경구수분보충액(ORS)을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심한 탈수나 쇼크, 의식 변화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정맥을 통한 등장성 수액 공급이 필요할 수 있다.
지사제 역시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대신할 수 없다. 이는 설사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배변 횟수를 줄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설사가 반복되는 동안 음식과 수분 섭취가 감소하면 체액 손실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또 다른 배변장애를 만든다…고령층에서는 복용약도 살펴야
변비와 설사를 살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가 늘면서 복용하는 약의 수도 증가할 수 있다.
일부 약물은 장 운동이나 수분 균형 등에 영향을 미쳐 변비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설사를 일으키는 약물도 존재한다.
따라서 새롭게 배변 습관이 변한 고령 환자에서는 단순히 변비약이나 지사제를 추가하기에 앞서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변비 역시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식사량이나 수분 섭취 감소, 활동량 변화부터 약물,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배변 기능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증상이 지속되거나 발열이나 혈변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히 장운동을 억제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설사는 ‘무조건 멈추고’, 변비는 ‘무조건 빼는’ 시대 지나
설사와 변비 치료제는 서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한다.
변비에서는 장내 수분을 늘리고 장 운동을 촉진하는 반면 설사에서는 필요한 경우 장의 움직임을 늦춰 배변 횟수를 줄인다.
그러나 최근 약물치료의 흐름은 단순히 장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만드는 것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만성 변비에서는 PEG와 같은 삼투성 하제와 비사코딜 같은 자극성 하제에 더해 장내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과 프루칼로프라이드처럼 장 운동성을 겨냥하는 치료제까지 서로 다른 기전의 선택지가 마련됐다.
설사에서는 반대로 약물 사용 이전에 감염 여부와 동반 증상, 탈수 상태 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며, 장운동억제제 역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용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특히 여러 질환과 약물을 함께 관리하는 고령층에서는 배변장애 자체뿐 아니라 그 원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에는 지사제, 변비에는 하제라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원인과 증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배변장애 약물치료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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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와 변비는 서로 정반대의 증상처럼 보이지만 장의 운동과 수분 조절, 식습관, 복용 약물,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과 식습관이 달라지고 여러 만성질환에 따른 다약제 복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배변장애는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약물치료 역시 단순히 설사는 멈추고 변비는 배출시키는 방식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변비 치료에는 장내 수분을 증가시키는 삼투성 하제부터 장 운동을 자극하는 자극성 하제, 장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과 장의 운동성을 직접 높이는 약물까지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가 사용된다. 설사 역시 장 운동을 억제하는 지사제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여부와 동반 증상, 탈수 정도 등 원인과 환자 상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실제 미국소화기학회(AGA)와 미국소화기학회(ACG)가 공동으로 마련한 만성 특발성 변비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은 식이섬유부터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분비촉진제, 5-HT4 수용체 작용제까지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구분해 권고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변비·설사 치료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환자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약을 선택하는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변비약 아니다…장에 물 끌어들이고, 움직임 자극하고
변비 치료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변비약이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변비 치료에는 식이섬유를 비롯해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스, 산화마그네슘 등 삼투성 하제와 비사코딜, 센나 등 자극성 하제가 사용돼 왔다.
삼투성 하제는 장내 삼투압을 높여 수분을 끌어들이고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을 돕는다. 반면 자극성 하제는 장의 운동을 자극해 대변 배출을 유도한다.
이 가운데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변비 치료제로 둘코락스S를 들 수 있다. 비사코딜을 주성분 가운데 하나로 하는 자극성 하제 계열 제품이다.
비사코딜은 오래 사용된 성분이지만 현재의 근거 기반 치료에서도 역할이 남아 있다.
AGA·ACG 만성 특발성 변비 가이드라인은 성인 환자에게 비사코딜 또는 피코설페이트를 단기간 또는 구제요법으로 사용할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단기간을 매일 사용하는 경우 4주 이하로 정의하면서 간헐적인 사용이나 다른 변비 치료제와 병용하는 구제요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통이나 경련,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환자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고려사항으로 제시됐다.
전통적인 자극성 하제가 최신 변비 치료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과 환자에 따라 역할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장에 물을 머물게 한다…삼투성 하제도 여전히 기본 치료
만성 변비 치료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삼투성 하제다.
대표적으로 PEG는 장내에서 수분을 유지해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배변을 촉진한다. 락툴로오스와 산화마그네슘 역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장내 수분량을 증가시켜 배변을 돕는다.
AGA·ACG 가이드라인에서 PEG는 만성 특발성 변비에 강하게 권고된 OTC 치료제다. 반면 산화마그네슘과 락툴로오스에는 조건부 권고가 내려졌다.
이는 변비 환자에게 무조건 강하게 장을 자극하는 약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대변의 상태와 환자의 증상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변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료제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변비라는 하나의 증상 안에도 서로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변 횟수가 적은 환자가 있는 반면 대변이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배변할 때 과도한 힘을 줘야 하는 환자도 있다. 잔변감을 주된 불편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배변 횟수 하나만으로 변비를 판단하기보다 증상의 양상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OTC로 해결되지 않는 변비…처방약으로 넓어진 선택지
전통적인 하제만으로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만성 변비 환자에게는 보다 다양한 기전의 처방 치료제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계열이 장의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이다.
루비프로스톤은 이러한 분비촉진제 계열을 대표하는 성분 가운데 하나다. 장 상피세포에서 염소이온과 수분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장내 이동을 돕는다.
전통적인 자극성 하제가 장을 직접 자극해 운동을 유도하는 것과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AGA·ACG 가이드라인은 OTC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에서 루비프로스톤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권고 강도는 조건부로 평가됐다.
리나클로타이드와 플레카나타이드 역시 장내 수분 분비를 증가시키는 처방 치료제로 해외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다. 이들 약제에는 OTC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에서 강한 권고가 내려졌다.
이처럼 현대의 변비 치료는 단순히 장을 자극하는 방식에서 장내 수분과 분비를 조절하는 단계까지 선택지가 세분화되고 있다.
‘장을 움직인다’…프루칼로프라이드가 보여주는 또 다른 접근
변비 치료의 또 다른 방향은 장의 운동성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분이 프루칼로프라이드다.
프루칼로프라이드는 선택적 세로토닌 4형(5-HT4) 수용체 작용제다. 장관 신경에 작용해 연동운동 반사와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배변을 유도한다.
단순히 장내에 수분을 끌어들이거나 장벽을 자극하는 기존 하제와는 작용 방식이 다르다.
AGA·ACG 가이드라인에서는 일반적인 OTC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에게 프루칼로프라이드를 사용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는 프루칼로프라이드 2mg을 투여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시험들이 평가됐으며, 연구에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환자도 포함됐다.
다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프루칼로프라이드에서도 두통과 복통, 오심,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의 증상과 치료 반응을 고려한 사용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의 변비 약물치료는 식이섬유나 삼투성 하제로 시작해 자극성 하제와 분비촉진제, 장운동촉진제까지 여러 기전 가운데 환자에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확대되고 있다.
반대편의 설사…‘장을 멈추는 약’이 전부 아니다
변비와 반대로 설사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장 내용물 이동을 늦추는 방식의 약물이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대표적인 성분이 로페라미드다.
로페라미드는 장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장벽의 운동성을 낮추고 장 내용물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설사를 조절한다.
장운동을 촉진하는 변비 치료제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설사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설사가 하나의 독립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이나 상태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이다.
급성 감염성 설사부터 약물로 인한 설사, 기능성 설사, 과민성장증후군에 동반되는 설사, 염증성 장질환에 따른 설사 등 원인은 다양하다.
이에 따라 모든 설사를 장운동억제제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감염학회(IDSA)의 감염성 설사 진료지침에서는 면역기능이 정상인 성인의 급성 수양성 설사에는 로페라미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발열을 동반한 설사나 염증성 설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사용을 피하도록 권고한다.
설사라는 증상만 보고 약을 선택하기보다 원인과 동반 증상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설사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탈수’
설사 치료에서 약물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수분과 전해질 손실이다.
급성 설사가 반복되면 대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간다. 특히 수분 보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IDSA는 원인과 관계없이 급성 설사로 경도~중등도 탈수가 발생한 소아와 성인에게 저삼투압 경구수분보충액(ORS)을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심한 탈수나 쇼크, 의식 변화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정맥을 통한 등장성 수액 공급이 필요할 수 있다.
지사제 역시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대신할 수 없다. 이는 설사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배변 횟수를 줄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설사가 반복되는 동안 음식과 수분 섭취가 감소하면 체액 손실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또 다른 배변장애를 만든다…고령층에서는 복용약도 살펴야
변비와 설사를 살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가 늘면서 복용하는 약의 수도 증가할 수 있다.
일부 약물은 장 운동이나 수분 균형 등에 영향을 미쳐 변비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설사를 일으키는 약물도 존재한다.
따라서 새롭게 배변 습관이 변한 고령 환자에서는 단순히 변비약이나 지사제를 추가하기에 앞서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변비 역시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식사량이나 수분 섭취 감소, 활동량 변화부터 약물,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배변 기능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증상이 지속되거나 발열이나 혈변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히 장운동을 억제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설사는 ‘무조건 멈추고’, 변비는 ‘무조건 빼는’ 시대 지나
설사와 변비 치료제는 서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한다.
변비에서는 장내 수분을 늘리고 장 운동을 촉진하는 반면 설사에서는 필요한 경우 장의 움직임을 늦춰 배변 횟수를 줄인다.
그러나 최근 약물치료의 흐름은 단순히 장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만드는 것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만성 변비에서는 PEG와 같은 삼투성 하제와 비사코딜 같은 자극성 하제에 더해 장내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과 프루칼로프라이드처럼 장 운동성을 겨냥하는 치료제까지 서로 다른 기전의 선택지가 마련됐다.
설사에서는 반대로 약물 사용 이전에 감염 여부와 동반 증상, 탈수 상태 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며, 장운동억제제 역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용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특히 여러 질환과 약물을 함께 관리하는 고령층에서는 배변장애 자체뿐 아니라 그 원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에는 지사제, 변비에는 하제라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원인과 증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배변장애 약물치료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