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일→240일…식약처, ‘다인 병렬심사+AI 보조’로 신약 허가체계 바꾼다
허가 신청 전부터 전담팀 구성…최대 15명이 분야별 동시 심사
AI 심사보조 시스템 2026~2028년 구축…방대한 허가자료 처리 지원
피어리뷰로 규제 의사결정 재검증…속도와 심사 일관성 함께 관리
입력 2026.09.02 06:00 수정 2026.09.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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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10월부터 시행하는 신약 240일 허가심사 체계는 최대 15명의 품목전담심사팀이 Pre-NDA 단계부터 투입돼 분야별 병렬심사를 진행하고, AI 심사보조 시스템이 번역·요약·비교 등 자료처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10월부터 신약 허가·심사 목표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새로운 심사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기존 소수 심사자가 분야별 자료를 순차적으로 검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품목별 전담심사팀을 구성해 여러 전문 심사자가 안전성·유효성, 통계, 품질 등을 동시에 검토하는 병렬심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방대한 허가자료의 번역과 요약, 기허가 자료와의 비교, 반복·정형 업무 등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심사보조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AI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심사자가 자료 정리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이고 과학적·규제적 판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식약처의 구상이다.

식약처가 지난 7월 31일 개정한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와 출입 전문지 기자단 질의답변, 202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2026)에서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앞으로 신약 허가심사는 허가신청 이전부터 품목별 전담팀이 가동되고, 실제 신청 이후에는 분야별 심사자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식약처는 신약 신청 시 제품의 특성과 효능, 해당 분야 전문성과 심사경력 등을 고려해 품목별 전담심사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비임상·임상·통계·원료·완제 등 각 분야에 2~3명의 심사자가 배치되며 품목에 따라 최대 15명이 하나의 신약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식약처가 추진하는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방안’의 핵심 변화 가운데 하나다. 식약처는 기존 약 420일 수준이던 신약 허가심사 기간을 240일로 줄이기 위해 올해 전문 심사인력 195명을 추가 채용하고, 허가신청 전 대면회의(Pre-NDA Meeting), 품목별 전담심사팀, 병렬·수시검토, 보완자료 사전등록, GMP·GCP 실태조사 우선 실시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허가신청 전부터 전담팀 가동…순차심사서 병렬심사로
새 체계에서는 신약 허가신청서가 정식으로 접수된 뒤에야 전담팀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식약처는 기자단 질의에 “품목마다 품목전담심사팀이 구성되며, 품목전담심사팀은 허가신청 전 대면회의부터 구성·운영된다”고 밝혔다.

Pre-NDA Meeting은 3개월 이내 품목허가 신청이 예정된 신약을 대상으로 한다. 업체가 품목 설명자료와 제출자료 체크리스트, 질문지 등을 제출하면 식약처가 품목별 전담팀을 구성하고 허가 신청 전에 주요 심사 쟁점을 사전 확인하는 방식이다.

GBC 2026에서 공개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1차 대면회의는 신청 후 7일 이내, 2차 회의는 30일 이내 진행하는 구조다. 업체는 제품 개요와 체크리스트, GMP 실태조사 현황 및 일정, 시험방법 검토 필요 여부 등을 설명하고 식약처는 전담심사팀과 GMP·GCP 조사 현황, 업체 질의 및 체크리스트 검토 결과 등을 공유한다.

기존에는 회사의 규제 경험과 이해 수준에 따라 제출자료의 준비 정도가 달랐고 허가 전 상담 역시 제한적으로 운영됐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업체가 제출자료의 완결성을 미리 점검하도록 하고, Pre-NDA Meeting을 거쳐 허가 신청 전부터 주요 쟁점을 확인하도록 절차를 변경한다.

허가 신청 이후 심사 방식 역시 달라진다.

기존 제한된 심사인력 아래에서는 각 분야가 자료를 순차적으로 검토하고 이후 보완자료를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증원된 인력을 활용해 안전성·유효성과 품질 등 여러 분야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병렬심사를 실시한다.

GBC 발표자료는 기존 순차심사·일괄보완 방식에서 ‘Rolling Review and Supplement’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여러 심사자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자료에서는 기존 1차 보완요청 시점이 심사 87일 수준이었던 데 비해 새 체계에서는 초기 검토와 수시보완을 통해 보완사항을 보다 빠르게 확인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병렬심사 과정에서 특정 분야의 보완이 발생했을 때 다른 분야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식약처는 세부적인 중단 여부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기자단 질의에 “신약 허가심사 혁신방안은 신속한 허가·심사를 통해 국민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식약처의 보완 요청에 따른 업체의 보완기간을 포함해 240일 내 허가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수시검토·보완 역시 함께 운영한다.

바이오의약품 최소 8명…비임상부터 용기·안정성까지 분업
바이오의약품은 새로운 전담심사체계에서 심사분야가 더욱 세분화된다.

권오석 식약처 바이오생약심사부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연구관은 GBC 2026에서 기존에는 인력 부족으로 안전성·유효성 담당 1명과 품질 담당 1명, 임상·통계 담당 1~2명 정도가 심사에 참여했지만, 심사인력 확충 이후 분야를 보다 세밀하게 나눠 검토하는 방향으로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에는 비임상 및 핵심 임상 담당자와 임상약리, 위해성관리계획(RMP) 담당자가 각각 참여한다. 이와 별도로 임상시험 설계 및 분석의 통계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임상통계 심사자가 배치된다.

품질 분야에는 제조방법과 품질관리(QC), 용기·안정성을 각각 담당하는 심사자가 참여한다.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 분야의 검토를 담당하는 연구관까지 포함하면 권 연구관이 GBC에서 제시한 바이오의약품 심사인력은 품목당 최소 8명이다. 실제로는 품목 특성에 따라 더 많은 심사자를 배치할 수 있다.

식약처는 심사기간 단축 과정에서 심사자 간 판단 편차를 줄이기 위한 검증구조도 운영한다.

기존에는 안전성·유효성이나 품질 등 큰 분야별로 2차 심사자가 참여했다면, 의료제품 심사 혁신방안 시행 이후에는 비임상, 임상, 원료, 완제 등 세부 분야의 2차 심사자가 참여해 1차 심사자와 검토 내용을 함께 논의한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 검토와 관련해 심사자 간 심사 편차를 줄이고 심사 역량을 높여 전문성 있는 심사를 일관성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허가 결정 전에는 동료심사(Peer Review)도 실시한다.

피어리뷰는 이번 240일 체계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심사팀과 다른 전문 분야의 심사자들이 모여 규제 의사결정에 대해 종합적·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이중 검증장치로 기존부터 운영돼 왔다.

223억원 들여 AI 구축…“심사자가 판단에 집중하도록”
식약처는 병렬심사와 함께 AI를 허가·심사 업무에 적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GBC 발표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총 223억원을 투입해 의약품 허가·심사업무에 활용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 AI 프로젝트 참여기관인 LG AI연구원의 EXAONE을 기반으로 의약품 규제업무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실제 심사 업무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 도입은 240일 허가심사 체계와도 연결된다.

권 연구관은 식약처의 심사자 수와 품목당 투입 인력이 해외 주요 규제기관과 비교해 부족한 상황에서 심사자의 업무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고, 기존 평균 약 420일 걸리던 신약 허가심사를 240일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업무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195명의 신규 허가·심사 전문인력이 채용된 만큼 이들이 식약처의 규정과 가이드라인, 기허가 품목의 CTD 자료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규제심사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제네릭 의약품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이후 바이오의약품 등을 포함한 다른 의료제품 분야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권 연구관은 빠르면 올해 10월부터 제네릭 의약품 분야에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AI가 맡을 업무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회사가 제출하는 방대한 영문 허가자료를 한국어로 번역·요약하고, 기허가 품목 자료를 검색해 비교·분석하며, 심사 검토서 작성 과정에서 초안을 지원하는 기능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업체가 240일 허가절차에서 사용하는 체크리스트를 제출하기 전에 오류를 스스로 확인하는 기능과 식약처 규정·가이드라인 및 제·개정사항을 검색하는 기능도 개발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식약처가 사용하는 공식 개념은 ‘AI 심사관’이 아닌 ‘AI 심사보조 시스템’이다.

식약처는 기자단 질의에 “AI가 직접 심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출자료 요약, 전문 번역 등 심사자의 업무를 보조·지원하는 시스템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AI 심사 보조 시스템’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기능으로는 방대한 허가·심사자료의 신속한 번역·검토 지원, 반복적·정형적 업무 자동화, 업체가 제출 전 오류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등이 제시됐다.

권 연구관도 GBC 발표에서 AI가 심사자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심사자의 규제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대한 자료의 정리와 검토서 작성 과정 등을 AI가 보조하고, 심사자는 이를 바탕으로 피어리뷰와 최종적인 규제 판단에 집중하는 방향이다.

대용량 자료·내부망·할루시네이션은 풀어야 할 과제
실제 AI 심사보조 시스템 구축까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다.

권 연구관은 신약 한 품목의 허가자료가 수십만 페이지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어 대용량 자료를 번역·요약하고 기허가 자료와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연산비용과 처리용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안 문제도 있다. 식약처 업무는 내부망과 외부망이 분리돼 있고 주요 심사업무는 내부망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ChatGPT나 Gemini 등 외부 상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심사시스템에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어렵다.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성·유효성, 품질 등 규제 특화 용어와 개별 회사의 제품명·개발코드 같은 고유명사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제출자료 형식 역시 과제다. 구조화된 자료뿐 아니라 대용량 PDF 형태로 제출되는 자료가 존재해 수십만 페이지 수준의 문서를 AI가 한꺼번에 분석할 경우 시스템 처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240일 허가심사 체계 역시 모든 신약이 신청일부터 자동으로 240일 안에 허가되는 구조는 아니다.

식약처가 제시한 목표허가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Pre-NDA Meeting을 실시하고, 1차 보완자료를 목표허가일 55일 전까지 제출해야 하며, 신청인 사정에 따른 GMP·GCP 실태조사 일정 지연이 없어야 한다. 보완자료 제출에 소요되는 업체의 기간도 240일 목표기간에 포함된다.

개정된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는 오는 10월 1일 이후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신약부터 적용된다.

식약처가 제시한 240일 체계는 허가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허가신청 전부터 전담팀을 구성하고, 여러 전문분야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며, AI가 자료처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심사 업무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다. 오는 10월 새 절차가 적용되면 Pre-NDA Meeting과 전담심사팀, 병렬·수시검토, AI 심사보조 시스템 등이 실제 신약 허가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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