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문인, <꽃 부끄리고 가는 바람처럼> 출간
운사(耘事) 김두환
입력 2006.03.12 18:09 수정 2006.09.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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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출신 시인 김두환이 고희를 맞아 일곱 번째 시집 <꽃 부끄리고 가는 바람처럼>을 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약사와 기자 경력을 차치하고서라도 글을 ‘짓는’ 문인을 만나 또 다른 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기자로서 적잖이 편치 않은 일이라 생각하며 만난 자리였다.


종로구 한복판인 견지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인 ‘도서출판 가야마을’에서 반갑게 기자를 맞은 노시인은 칠순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매우 젊어보였고 명철했으며 꽤나 소탈했다.



2년 만에 출산한 일곱 번째 시집

김두환 제7시집 <꽃 부끄리고 가는 바람처럼>은 2004년도에 출간한 그의 여섯 번째 시집 <때 늦은 발견> 이후 2년 만의 것이다.


다작을 하는 김두환으로선 꽤나 오랜 산고를 겪은 셈.

“정말 심혈을 기울였지. 정말이야. 몇 번이고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

이러한 김두환의 시에는 유년시절의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이 풍경화처럼 짙게 배어 있는 반면 시대를 아우르는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이번 7집에 수록된 ‘굿것’은 도깨비를 일컫는 순 우리말로 대통령 탄핵을 지켜보며 쓴 시.


또 ‘도토리 공화국’에서는 “설익어 떠죽거리며 허풍 치는 / 도토리들 서로 키 재며 한참 / 어름새 늘어놓는 / 잔치 마당” 이라며 정치판을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이렇게 정적인 가운데 역동성을 핵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김두환 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고유의 말이 어렵다고?

.김두환의 시에 대한 바깥의 평은 한결같다.

“삶 속에 길어 올린 우리말이 승화된 소리꾼”, “웅숭거리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시인” 등 그에 대해 ‘순 우리말을 깊게 파고드는 맛’이 있다는 평가다.

외래어와 엽기를 혼합시킨 신조어 등 ‘언어의 확장’이 대세인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지향하는 그의 시와 언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두환은 자신의 시가 어렵다는 반응에 수긍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듯 반응한다.

“내가 시에 담은 말들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야. 안 써서 그런 거지.”

또한 최근 ‘얼짱’을 국어사전에 등재를 해야 하는 지를 놓고 갑론을박인 것에 쐐기를 놓는다.

“요즘은 미국 등 외국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 ‘얼짱’이 뭐며 ‘몸짱’이 뭐야. 이런 국적도 없는 은어를 신문에서 인용해 일반화 되는 게 문제지.”

우리 고유의 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노시인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약학도이자 문인

시인 김두환은 약학도로서 문인의 길을 동시에 걸어온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공부를 곧잘 했더랬어. 형님이 의대를 가라시는 데 그저 ‘예~’하고 말만 넙죽하고는 내 맘대로 서울법대에 원서를 넣기도 했지.”

후에 약학도의 꿈을 갖고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에 들어가서도 한시에 조예가 깊은 부친의 영향인지 꾸준히 교내 편집기자 활동을 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워갔다.

졸업 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를 거쳤으니 흔치 않은 이색 경력의 ‘멀티 플레이어’ 커리어를 쌓은 셈이다.

아련했던 약업신문

“벌써 50년이 다 돼가네.”

김두환은 성균관대학교 약대 3학년 재학시절 맺었던 본지와의 인연을 아직도 생생하게 되 읊는다.

“교내 편집기자 시절에 약업신문에 시를 기고했어. 그때는 약업신문이 관철동에 있었지”라며 기자도 몰랐던 본지의 역사를 듣게 됐다.



“돌아가신 함승기 회장님이 노란색 봉투에 고료를 넣어가지고 오셔서 건네주시더라고. 그 돈 가지고 용돈 참 잘 썼지.”



허허 웃는 노시인의 입가에서 수십 년 전의 일들이 엊그제처럼 묻어났다.

40여 년 전 개국약사 시절


청년시절 김두환은 종로에서 ‘김두환 약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명성을 떨쳤던 개국약사였다.


당시 그 일대 환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약국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제대하고 나서 차린 약국이었어. 그때는 새벽 다섯 시에 문을 열어서 다음 날 한시에나 잘 수 있었다고. 젊으니까 버텼지 뭐.”



약국과 함께 해온 40여년 종로 터줏대감인 탓일까. 지금은 내 집 같아 돈 한 푼 없이 종로 어디를 나가도 편하기만 하단다.

자식이 ‘보약’이야

세상 연륜 깊은 노시인에게도 자식이 차지하는 마음자리는 꽤 커보였다.

김두환은 슬하에 1남2녀를 두었다.

장남인 규헌 씨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팀장 및 경희대 부교수로 차세대 동영상 기술을 선도하는 과학도로 작년에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한 재원이다.

이 밖에 장녀는 영국에서 이학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차녀도 패션 사업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애들한테 항상 겸손함·꾸준함·개척정신을 강조했어. 그 덕인지 애들이 참 겸손해서 좋아.”

장성한 자식들이 저마다 크게 성장해 아비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 역할을 든든히 해주기 때문인지 김두환의 시에는 평온함과 감사가 묻어난다.

일상에 대한 접사

이러한 김두환의 시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코드는 ‘일상에 대한 접사’다.

경복궁을 휘휘 돌면서 ‘째못’을, 지하철을 타고 가다 ‘성희롱 왈가왈부’를 지었다.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영감을 얻어 ‘새참’을 짓기도 했다.

한편 자연과 풍경,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 시어로 재창조하는 김두환은 수필가 김택근과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기자 출신으로 문예에 등단한 점이다.

김택근은 경향신문 기자출신으로 여러 수필집을 낸 문인이다.

언론계 출신으로 여러 성향의 저서를 출간해 판매부수를 올리는 이들과 달리 글짓기 자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명예욕을 지양한다는 점에서 둘은 상당부분 비슷하다.

둘째로 느림의 미학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셋째로 일상의 소재를 토착어로 묘사했다.

김택근의 <뿔난 그리움>과 김두환의 <꽃 부끄리고 가는 바람처럼>은 장르는 다르지만 자연과 일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점에서 유사하다.

사람 사는 모습이 시상(詩想)

김두환은 주로 전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아무리 노익장을 과시한다 해도 칠순 노시인의 교통수단으로는 무리일 법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대중교통이 좋아. 편하기도 하고 사람들 사는 모습, 하나하나 보면서 시상을 떠올리는 데도 아주 좋거든.”

노시인의 뜨거운 향시열(向詩熱)을 누가 막으랴.



“사전과 고서적이 내 싯구의 원천”

전공이나 직업과도 거리가 멀거니와 젊은 시절부터 서울살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토착어에 능한 남다른 비결이 궁금했다.

“국어사전을 펼쳐서 ‘ㄱ’이든 ‘ㄴ’이든 정해서 죽 읽다보면 어느새 머리에 메모링 되더라고.”



이렇게 토착어들이 하나 둘 쌓여 시상이 떠올랐을 때 바로바로 인용이 되더라는 대목에서 시인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김두환은 이렇게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토속어 사전을 출간하는 것이 꿈.

“우리말을 공부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토속어 사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 토착어에 대한 애착을 절절히 엿볼 수 있었다.

‘약국 하던 버릇’에 아직도 부지런해

기자가 처음 김두환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고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젊다는 것이었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는 생각에 아직도 목요일과 일요일에 하는 등산은 절대로 빼놓지 않는다고.

일이 없더라도 작업실에 매일같이 출근해서 푸시-업 50회에 30분 정도 운동을 한 후 맑은 정신으로 시상을 정리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개국시절부터 이어져온 근면이 그의 젊음의 원천일까.

“약국 하던 시절에 많이 바빴는데 그때 버릇이 돼서 그렇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갔다.

노시인의 세 가지 바램

김두환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토속어 사전 출간, 치매병원 설립이 그것.

사회 환원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그에게 건강은 당연히 필요충분조건일 터다.

그의 시 세계와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은, 그의 바램을 지켜보는 것도 적잖이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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