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유연계약제 6월 전면 시행… 제약업계 글로벌 진출 든든한 방어막 구축
사후환급 폐지로 환자 부담 '뚝'… 이중 약가로 글로벌 수출 방어
'글로벌 참조가격제' 족쇄 풀었다… R&D 재투자 선순환 기대
5월 18일 인가자 대상 약가파일 사전 오픈 별도 S/W 개발 불필요… 현장 혼선 최소화
입력 2026.05.15 06:00 수정 2026.05.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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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오는 6월 1일부터 국내 보건의료 현장에 새로운 약가 산정 패러다임인 '약가유연계약제'가 전면 도입된다.

지난 4월 개정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 제1171호)에 따라 신약 등 고가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국내 개발 약제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본 제도를 전면 시행한다.

기존의 약가환급제(위험분담제) 체계에서는 환자가 약제비를 전액 또는 일부 선결제한 뒤 본인부담금을 사후에 환급받아야 하는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랐다. 약가유연계약제는 이러한 불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가 약제 가격을 두 가지 트랙으로 분리해 계약하는 구조를 취한다.

대외적으로 공식 고시되는 명목상 가격인 '상한금액표 금액'과 별개로, 실제 요양기관이 약제비를 산정하고 심사·지급받는 기준인 '별도합의 상한금액'을 이중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선 병·의원과 약국은 환자에게 약제를 처방할 때 반드시 '별도합의 상한금액'을 기준으로 단가를 수납하고 급여를 청구하게 되며 , 환자 역시 처음부터 인하된 기준 금액으로 본인부담금을 결제하게 되어 번거로운 사후 환급 신청 절차가 사라진다.

제도 적용 대상은 「약사법」에 따른 신약 및 자료보호의약품, 재심사기간 부여 의약품 등을 비롯해 희귀의약품,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등으로 폭넓게 열려있다. 다만, 기존 규정에 따라 이미 제조업자가 이행할 조건(위험분담제)이 부과된 약제는 중복 적용을 피하기 위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제도 도입은 제약산업계에 특히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건강보험 등재 과정에서 약가를 인하할 경우, 해외 진출 시 타국이 이를 근거로 수입 단가를 깎는 '글로벌 참조가격제'의 함정에 빠져 신약 출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제 대외 고시가('상한금액표 금액')를 높게 방어하면서도 국내에는 이면의 합의 가격으로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되어, 글로벌 시장 수출 경쟁력 확보와 국내 R&D 생태계 선순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도 국내 약가 인하가 해외 수출 단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까 봐 등재를 망설이는 딜레마가 컸다"며, "이번 약가유연계약제로 명목상 고시가를 대외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시장 진출과 R&D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자신 있게 그릴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도 변화에 따른 의약품 유통 및 IT 산업계의 대응 가이드라인도 명확해졌다. 의약품 도매상은 요양기관 납품 시 향후 약제비 청구 기준이 되는 '별도합의 상한금액'을 유념해 유통 단가를 관리해야 한다. 요양기관 역시 분기별 구입 가중평균가격이 '별도합의 상한금액'을 초과하더라도, 최대 상한선인 '별도합의 상한금액'을 최종 구입 약가로 산정해야 한다.

반면, 전국 요양기관의 전산망을 책임지는 청구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업무 부담은 파격적으로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기존 제공하던 약가파일의 상한가 칼럼에 '별도합의 상한금액'만을 덮어씌워 동일한 엑셀 형식으로 배포하기 때문에, 별도의 청구 프로그램 개발이나 대규모 시스템 수정이 원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보건당국은 6월 1일 전면 시행에 앞서 의료 현장의 시스템 안착을 돕기 위해 5월 중순부터 단계적인 준비 로드맵을 가동한다.

우선 오는 5월 18일부터 요양기관 및 청구 S/W 업체들이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변경된 방식의 약가파일 사전 제공이 시작된다. 제약사의 글로벌 약가 방어 정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정보는 요양기관 업무포털에서 공동인증서 로그인을 거친 '인가자'에 한정해서만 폐쇄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 보안이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일반 환자나 제약사 등 비인가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을 통해 오직 명목상 고시가('상한금액표 금액')만 확인할 수 있다.

이후 5월 21일 오전에는 실질적인 처방 및 청구 기준 가격이 전면 반영된 실제 약가파일이 요양기관 업무포털에 공식 배포되어 본격적인 가동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요양기관이 대외적으로 환자나 국민에게 약가 정보를 안내할 때에는 심사평가원 누리집에 공개된 명목상 기준만을 활용해야 한다"며, "인가자에게만 한정 제공된 '별도합의 상한금액'이 약제비 산정 외의 용도로 쓰이거나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현장에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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