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등재방식 ,찬성-반대 모두 복지부 압박
접근권 침해-환자경제적 부담 증가 vs 9월 전면실시
입력 2006.07.27 08:33
수정 2006.09.12 14:57
의약품선별등재 방식에 대해 찬성 쪽 반대쪽 모두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우선 국내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반대에나선데 이어 의약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외자제약사들도 신약 접근성 제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등을 내걸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사와 외자사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논리는 다르지만 체감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국회쪽으로부터도 포지티브제도는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적극적으로 찬성해왔던 시민단체에서는 ‘입법예고기간이 길다’며 9월 전면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찬반 모두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27개 다국적제약사들의 협의체인 KRPIA(회장 마크팀니)는 ‘의약품선별등재방식’도입안 입법예고와 관련, “5월3일 정책안에 대한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입법예고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5.3 정책안은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의 시행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또 ”5.3정책안이 시행되면 신약을 보험등재하기 위해 경제성평가를 위한 자료준비와 평가절차에 오랜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단일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과 협상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환자들은 보다 나은 신약의 치료를 받을 기회가 수년간 지체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RPIA는 신약이 보험급여대상으로 등재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부담은 100% 환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경제적 부담능력이 있는 사람은 신약의 치료 기회가 주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신약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
국민개보험제도인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약제비절감을 위해 환자에게 약제비 부담을 전이해 건강보험에서의 약제비 지출 감소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국민의 약제비 부담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접근성 제한논리에 주력했던 KRPIA가 환자들의 경제 부담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 KRPIA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신약에 대한 약제비지출이 극히 낮은 수준으로, 약제비상승의 주요원인이 아니고 인구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련 약제비의 증가(보건복지부 자료)가 건강보험약제비 증가의 가장 주된 원인이다.
결국 신약을 주 대상으로 약제비를 절감하고자하는 ‘5.3정책안’은 중증질환을 앓는 많은 환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신약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제약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는 것.
KRPIA 측은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권을 촉진하고 보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접근성 제한을 강조한데다 환자들의 경제부담까지 추가해 논리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지티브시스템이고 접근성이고를 떠나 약물경제학 전문가가 극소수인 국내에서 과연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이 평가가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이다”며 “외자제약사들은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이 같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도시행을 지지해왔던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은 “의약품 선별등재방식을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당초 계획대로 9월 전면실시하라”며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60일로 설정한 입법예고 기간 중 정부와 복지부가 미국의 개입을 허용하기 위한 시간과 빌미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
미국이 협상자체를 부정하고 협상단이 퇴장하거나 협상 전후로 다국적제약협회나 미대사관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는 '쇼'를 보여줌으로써 협상에 있어 이 제도를 자국의 중요한 협상카드로 이미 만들어 냈고, 이 상황에서 정부가 입법 예고기간을 60일로 설정한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9월초 미국에서 열리는 3차 협상기간을 넘어서기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늘린 것은 오히려 정부가 이 제도의 시행을 미국처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주권국의 고유한 정책이라고 판단한다면 입법예고 기간을 FTA 3차협상이 지나도록 늘리면서까지 미국의 의견을 수용할 필요가 없고, 9월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든든한 원군이었던 이들 보건의료단체 쪽에서도 등을 돌리며 압박하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입법예고 기간 중 혼란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