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서는 '더 많은 종류의 약'에 대한 요구보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의 의약품 접근성 문제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확인됐지만, 구입 이유와 희망 품목 등 세부 응답을 들여다보면 이를 곧바로 품목 확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로 해석하기에는 살펴봐야 할 지점도 적지 않다.
대한약사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안전상비의약품 약국외 판매제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대해 "국민의 구매 편의에 대한 선호를 확인한 조사일 뿐, 의약품 판매 확대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를 품목 확대와 판매처 등록기준 완화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공개한 이번 조사는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용 경험과 인식, 품목 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다.
약사회가 주목한 것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찾는 이유다. 조사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한 이유로는 '약국이 문을 닫아서'가 54%로 가장 높았다. 향후 구입 의향이 있는 이유 역시 '약국이 문 닫는 시간이나 공휴일에도 구입 가능해서'가 84.5%를 차지했다.
약사회는 이를 국민이 겪는 불편의 핵심이 판매 품목 부족보다 야간·휴일의 의약품 접근성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심야약국 확충이나 휴일지킴이약국 활성화, 연중무휴 운영약국 확대 등 다른 접근성 개선방안과 편의점 판매 확대에 대한 국민의 선호를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품목 확대에 대한 일반적인 찬성 의사와 실제 추가를 원하는 의약품에 대한 선호 사이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품목 확대에 찬성한 응답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묻자 가장 많이 선택된 지사제와 멀미약도 각각 29.8%에 그쳤고, 30%를 넘는 품목은 없었다. 일부 응답에서는 수면제나 항생제 등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의약품도 희망 품목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의약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확대 찬성 의사를 구체적인 판매 품목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일하게 해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품목 확대에 반대한 응답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졌다. 반대 이유로 '오남용 우려'가 39.5%로 가장 높았고 '편의점의 의약품 관리 부실' 30.2%, '부작용·주의사항 안내 부족' 25.6%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현장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대한약사회와 미래소비자행동이 전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10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실태조사'에서는 의약품 미판매 등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17곳을 제외한 1033곳 가운데 97.2%인 1004곳에서 한 가지 이상의 판매 준수사항 위반이 확인됐다. 판매자 등록증 미게시 68.8%, 동일 품목 1회 2개 이상 판매 55.1%, 사용상 주의사항 미게시 50.1% 등이 주요 위반 유형이었다.
특히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의 기본 등록요건인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을 지키지 않은 곳도 전체 조사대상 1050곳 가운데 55곳(5.2%)으로 조사됐다. 심야·공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보완한다는 제도 취지와 함께 현행 판매체계의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정부는 여론조사의 찬성률을 앞세우기보다 그동안 제기된 안전관리 문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품목 확대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제도의 실제 이용 양상도 눈에 띈다.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구입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67.5%는 '평소 상비약을 구비해 두기에 긴급한 필요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약사회는 약사 상담을 통해 가정에서 필요한 상비약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것도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편의점 구매 경험자의 53.7%가 가장 최근 의약품을 구입한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사이였다는 결과도 나왔다.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가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공휴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는 점에서, 약사회는 제도가 당초 취지를 넘어 일상적인 의약품 구매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운영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안전상비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성분과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사용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지정할 수 있다. 제도 도입 당시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13개 제품이 지정됐으며, 이 가운데 2개 제품의 생산이 중단돼 현재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11개다.
정부는 올해 안전상비의약품을 실제 유통 중인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하고,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없는 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품목 확대가 이뤄질 경우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14년 만의 변화가 된다.
품목 확대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7~2018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에서 지사제와 제산제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국민인식 조사가 던지는 쟁점은 의약품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 자체보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지에 있다. 편의점 판매 품목과 판매처 확대뿐 아니라 야간·휴일 약국 접근성 개선과 현행 판매체계의 안전관리 강화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약사회는 의약품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과 시간대의 문제를 민간 편의점의 판매 확대에만 의존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과 휴일·연중무휴 운영약국의 이용정보 제공 강화, 의약품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의 공적 공급체계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 부회장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약을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정부는 구매 편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삼기에 앞서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공공보건의료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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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확인됐지만, 구입 이유와 희망 품목 등 세부 응답을 들여다보면 이를 곧바로 품목 확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로 해석하기에는 살펴봐야 할 지점도 적지 않다.
대한약사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안전상비의약품 약국외 판매제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대해 "국민의 구매 편의에 대한 선호를 확인한 조사일 뿐, 의약품 판매 확대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를 품목 확대와 판매처 등록기준 완화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공개한 이번 조사는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용 경험과 인식, 품목 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다.
약사회가 주목한 것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찾는 이유다. 조사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한 이유로는 '약국이 문을 닫아서'가 54%로 가장 높았다. 향후 구입 의향이 있는 이유 역시 '약국이 문 닫는 시간이나 공휴일에도 구입 가능해서'가 84.5%를 차지했다.
약사회는 이를 국민이 겪는 불편의 핵심이 판매 품목 부족보다 야간·휴일의 의약품 접근성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심야약국 확충이나 휴일지킴이약국 활성화, 연중무휴 운영약국 확대 등 다른 접근성 개선방안과 편의점 판매 확대에 대한 국민의 선호를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품목 확대에 대한 일반적인 찬성 의사와 실제 추가를 원하는 의약품에 대한 선호 사이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품목 확대에 찬성한 응답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묻자 가장 많이 선택된 지사제와 멀미약도 각각 29.8%에 그쳤고, 30%를 넘는 품목은 없었다. 일부 응답에서는 수면제나 항생제 등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의약품도 희망 품목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의약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확대 찬성 의사를 구체적인 판매 품목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일하게 해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품목 확대에 반대한 응답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졌다. 반대 이유로 '오남용 우려'가 39.5%로 가장 높았고 '편의점의 의약품 관리 부실' 30.2%, '부작용·주의사항 안내 부족' 25.6%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현장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대한약사회와 미래소비자행동이 전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10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실태조사'에서는 의약품 미판매 등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17곳을 제외한 1033곳 가운데 97.2%인 1004곳에서 한 가지 이상의 판매 준수사항 위반이 확인됐다. 판매자 등록증 미게시 68.8%, 동일 품목 1회 2개 이상 판매 55.1%, 사용상 주의사항 미게시 50.1% 등이 주요 위반 유형이었다.
특히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의 기본 등록요건인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을 지키지 않은 곳도 전체 조사대상 1050곳 가운데 55곳(5.2%)으로 조사됐다. 심야·공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보완한다는 제도 취지와 함께 현행 판매체계의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정부는 여론조사의 찬성률을 앞세우기보다 그동안 제기된 안전관리 문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품목 확대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제도의 실제 이용 양상도 눈에 띈다.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구입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67.5%는 '평소 상비약을 구비해 두기에 긴급한 필요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약사회는 약사 상담을 통해 가정에서 필요한 상비약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것도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편의점 구매 경험자의 53.7%가 가장 최근 의약품을 구입한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사이였다는 결과도 나왔다.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가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공휴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는 점에서, 약사회는 제도가 당초 취지를 넘어 일상적인 의약품 구매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운영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안전상비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성분과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사용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지정할 수 있다. 제도 도입 당시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13개 제품이 지정됐으며, 이 가운데 2개 제품의 생산이 중단돼 현재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11개다.
정부는 올해 안전상비의약품을 실제 유통 중인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하고,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없는 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품목 확대가 이뤄질 경우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14년 만의 변화가 된다.
품목 확대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7~2018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에서 지사제와 제산제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국민인식 조사가 던지는 쟁점은 의약품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 자체보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지에 있다. 편의점 판매 품목과 판매처 확대뿐 아니라 야간·휴일 약국 접근성 개선과 현행 판매체계의 안전관리 강화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약사회는 의약품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과 시간대의 문제를 민간 편의점의 판매 확대에만 의존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과 휴일·연중무휴 운영약국의 이용정보 제공 강화, 의약품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의 공적 공급체계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 부회장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약을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정부는 구매 편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삼기에 앞서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공공보건의료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