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정부의 의료비 절감 정책을 둘러싼 제약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로슈가 독일 내 신규 투자 결정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 변화가 장기 투자에 필요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니엘 슈타이너스(Daniel Steiners) 로슈 독일법인 대표는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의 모든 향후 투자 결정을 당분간 보류했다”고 밝혔다.
로슈는 이미 올여름부터 독일 내 신규 투자 결정을 멈춘 상태다.
직접적인 배경에는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비 절감 개혁안이 있다.
독일은 법정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에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업계 반발이 컸던 변동형 리베이트 제도는 철회됐지만, 고정 리베이트는 기존 7%에서 15.5%로 높아질 예정이다. 해당 조치는 2027년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슈타이너스 대표는 최근 정책 변화가 기업과 정부 사이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로슈 역시 독일 정부가 의료체계의 구조적 개혁보다 단기적인 재정 절감에 의존하면서 바이오제약 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접근이 독일에 장기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제약사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이른바 ‘입지 예외조항(site-exemption clause)’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내 사업기반과 투자 규모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추가 리베이트를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로슈는 해당 조치만으로는 현재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상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슈타이너스 대표는 이 조항이 독일을 경쟁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로 다시 평가받게 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로슈 측도 예외조항이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리베이트 조정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보상하고 투자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보다 폭넓은 경제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조항은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로슈는 그동안 독일에서 투자와 고용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20년 이후 독일에서 18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고, 약 38억유로를 투자했다.
기존 투자 가운데는 펜츠베르크(Penzberg) 진단시설에 대한 6억유로 규모의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로슈는 독일 약가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이후에도 해당 투자는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 보류된 신규 투자 결정에 연구개발(R&D), 신규 임상시험, 사업개발 등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로슈의 결정은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약업계 투자 축소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독일은 오랫동안 유럽 내 생명과학 연구개발과 생산, 상업화의 주요 거점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 재조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엔텍은 독일 내 사업장 3곳을 폐쇄하면서 약 1800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정부 정책보다는 코로나19 이후 사업 규모 조정의 성격이 더 크다.
GSK 역시 드레스덴의 전통적인 계란 기반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수요 감소가 직접적인 이유지만, 같은 기능의 사업장을 독일이 아닌 캐나다에서 선택했다는 점은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정책환경과 직접 연결된 투자 축소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독일에서 계획했던 23억유로 규모 투자를 절반으로 줄였고, 독일 기업 베링거인겔하임도 자국 투자 규모를 9억유로 감축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 역시 독일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최근 정책 변화가 제약사의 장기 투자에 필요한 시장 예측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노바티스의 바스 나라시만 CEO도 독일의 비용절감 조치가 혁신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큰 후퇴이며, 독일이 바이오제약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제약시장에 대한 압박은 대외적으로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약사의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정책적 압박이 강화되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의약품 지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최근 독일의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이른바 ‘지속적인 저지급’을 문제 삼으며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독일은 의료비 절감과 산업 경쟁력 유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로슈는 기존 독일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투자 결정은 멈춘 상태다.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의 투자 축소, 화이자와 노바티스의 공개적인 우려까지 이어지면서 독일의 약가정책이 향후 글로벌 제약사의 R&D·생산 투자 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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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의 의료비 절감 정책을 둘러싼 제약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로슈가 독일 내 신규 투자 결정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 변화가 장기 투자에 필요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니엘 슈타이너스(Daniel Steiners) 로슈 독일법인 대표는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의 모든 향후 투자 결정을 당분간 보류했다”고 밝혔다.
로슈는 이미 올여름부터 독일 내 신규 투자 결정을 멈춘 상태다.
직접적인 배경에는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비 절감 개혁안이 있다.
독일은 법정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에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업계 반발이 컸던 변동형 리베이트 제도는 철회됐지만, 고정 리베이트는 기존 7%에서 15.5%로 높아질 예정이다. 해당 조치는 2027년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슈타이너스 대표는 최근 정책 변화가 기업과 정부 사이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로슈 역시 독일 정부가 의료체계의 구조적 개혁보다 단기적인 재정 절감에 의존하면서 바이오제약 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접근이 독일에 장기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제약사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이른바 ‘입지 예외조항(site-exemption clause)’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내 사업기반과 투자 규모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추가 리베이트를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로슈는 해당 조치만으로는 현재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상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슈타이너스 대표는 이 조항이 독일을 경쟁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로 다시 평가받게 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로슈 측도 예외조항이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리베이트 조정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보상하고 투자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보다 폭넓은 경제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조항은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로슈는 그동안 독일에서 투자와 고용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20년 이후 독일에서 18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고, 약 38억유로를 투자했다.
기존 투자 가운데는 펜츠베르크(Penzberg) 진단시설에 대한 6억유로 규모의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로슈는 독일 약가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이후에도 해당 투자는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 보류된 신규 투자 결정에 연구개발(R&D), 신규 임상시험, 사업개발 등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로슈의 결정은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약업계 투자 축소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독일은 오랫동안 유럽 내 생명과학 연구개발과 생산, 상업화의 주요 거점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 재조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엔텍은 독일 내 사업장 3곳을 폐쇄하면서 약 1800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정부 정책보다는 코로나19 이후 사업 규모 조정의 성격이 더 크다.
GSK 역시 드레스덴의 전통적인 계란 기반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수요 감소가 직접적인 이유지만, 같은 기능의 사업장을 독일이 아닌 캐나다에서 선택했다는 점은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정책환경과 직접 연결된 투자 축소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독일에서 계획했던 23억유로 규모 투자를 절반으로 줄였고, 독일 기업 베링거인겔하임도 자국 투자 규모를 9억유로 감축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 역시 독일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최근 정책 변화가 제약사의 장기 투자에 필요한 시장 예측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노바티스의 바스 나라시만 CEO도 독일의 비용절감 조치가 혁신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큰 후퇴이며, 독일이 바이오제약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제약시장에 대한 압박은 대외적으로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약사의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정책적 압박이 강화되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의약품 지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최근 독일의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이른바 ‘지속적인 저지급’을 문제 삼으며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독일은 의료비 절감과 산업 경쟁력 유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로슈는 기존 독일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투자 결정은 멈춘 상태다.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의 투자 축소, 화이자와 노바티스의 공개적인 우려까지 이어지면서 독일의 약가정책이 향후 글로벌 제약사의 R&D·생산 투자 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