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의약품,첫 글로벌 승인후 3개월 내 주요국 허가”…‘규제 시차’ 해법은?
“허가 지연, 심사기간만의 문제 아냐”…국가별 제출 시차·중복 규제 요구 지목
ACCESS 제출 지연 260~374일 단축…Project Orbis도 최대 395일 감소
EMA OPEN·Reliance·GMP 상호인정 확대 제안…클라우드 공동심사 활용도 강조
입력 2026.08.28 06:00 수정 2026.08.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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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ne Chan 일라이릴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글로벌 규제정책·전략 디렉터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혁신 의약품의 글로벌 최초 승인 이후 각국 환자들이 실제 치료제에 접근하기까지 발생하는 시간차를 줄이기 위해 규제당국 간 공동심사와 업무분담, 상호신뢰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의약품 승인 지연에는 규제당국의 실제 심사기간뿐 아니라 국가별 임상·CMC·GMP 요구사항 등에 따른 허가신청 시점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제적인 규제협력과 조화를 통해 이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Irene Chan 일라이릴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글로벌 규제정책·전략 디렉터는 27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lobal Bio Conference, GBC) 2026’ 제14회 규제과학 혁신포럼에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가속화를 위한 글로벌 규제 협력 및 조화 증진’을 주제로 발표했다.

Chan 디렉터가 발표에서 제시한 목표는 ‘첫 글로벌 승인 이후 3개월 이내 주요 시장 승인’이다.

그는 혁신 의약품을 전 세계 더 많은 환자에게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개발과 허가신청, 승인이 가능한 한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첫 번째 글로벌 승인 이후 3개월 이내 모든 주요 시장에서 승인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당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해 의약품이 복잡해지면서 심사에 필요한 전문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각국 규제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Chan 디렉터는 한 규제당국이 모든 허가자료를 독립적으로 처음부터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국 규제기관이 심사 경험과 전문성, 평가결과를 공유할 경우 규제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규제기관 간 업무분담과 공동심사, 규제 의존(reliance), 국가 간 규제조화 등을 제시했다.

허가 지연, ‘심사기간’뿐 아니라 ‘제출 시차’도 영향
Chan 디렉터는 글로벌 의약품 승인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규제당국의 심사기간과 함께 ‘제출 시차(submission lag)’를 언급했다.

그가 제시한 아시아 지역 자료에서는 글로벌 최초 허가신청 이후 개별 국가에 허가자료가 제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차가 발생하고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기관이 허가자료를 심사하는 기간보다 글로벌 최초 제출과 해당 국가 제출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간차가 전체 승인 지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출 시차가 발생하는 배경으로는 국가별 행정절차와 현지 임상시험 요구, CMC 데이터 요구사항, GMP 관련 규정 등이 제시됐다.

Chan 디렉터는 기업이 글로벌 허가신청을 동시에 추진하더라도 국가마다 요구하는 자료와 절차가 다르면 실제 제출 시점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규제당국의 심사기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국가별 규제 요구사항을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당국 간 업무분담을 통한 사례로는 ‘ACCESS Consortium’을 소개했다.

ACCESS에는 호주와 캐나다,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 등 5개국 규제당국이 참여하고 있다.

핵심은 ‘워크 셰어링(work-sharing)’이다. 동일한 허가자료를 여러 규제당국이 각각 처음부터 끝까지 심사하는 대신 자료의 특정 부분을 한 규제기관이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해당 평가결과를 참여 규제당국이 공유하는 방식이다.

각 규제당국은 평가보고서를 공유하고 논의하지만 최종 허가 결정은 각국 규제기관이 독립적으로 내린다.

Chan 디렉터가 발표에서 인용한 CIRS 자료에 따르면 ACCESS를 이용한 제품에서는 첫 글로벌 제출과 ACCESS 회원국 제출 사이의 기간이 규제기관에 따라 260~374일 감소했다.

규제당국의 실제 심사기간도 단축됐다. 워크 셰어링을 활용한 제품의 심사기간은 기존 절차와 비교해 규제기관별로 5~102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han 디렉터는 ACCESS의 향후 개선 방향으로 참여 규제당국 확대와 함께 우선심사를 위한 ‘Promise Pathway’ 활용 확대를 제안했다. 조건부·잠정 승인 의약품과 세포·조직제제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공동 과학자문을 활성화하는 한편, 국가별 요구사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Project Orbis, 제출 지연 최대 395일 감소
미국 FDA가 주도하는 항암제 국제 공동심사 프로그램 ‘Project Orbis’도 규제협력 사례로 제시됐다.

Project Orbis는 참여 규제당국이 항암제 허가신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동심사를 진행하더라도 최종 허가 여부와 허가 시점은 각 규제당국이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Chan 디렉터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26년 4월 기준 하나 이상의 참여국에서 승인된 Project Orbis 의약품은 129개라고 설명했다.

Project Orbis에서도 허가신청과 심사기간 단축 자료가 제시됐다.

Chan 디렉터가 인용한 CIRS 자료에 따르면 Project Orbis를 이용한 항암제는 비 Orbis 항암제와 비교해 첫 글로벌 제출 이후 개별 국가 제출까지 걸리는 기간이 39~395일 감소했다. 규제당국의 심사기간도 2~120일 단축됐다.

다만 현재 Project Orbis는 항암제에 한정돼 있으며 미국에서 우선심사 대상이 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Chan 디렉터는 향후 생물학적제제와 비종양 의약품 등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FDA 우선심사 자격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요건을 개선하는 한편 참여 규제당국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 참여 ‘EMA OPEN’…적응증·규제질의 조율
유럽의약품청(EMA)이 운영하는 ‘OPEN’도 소개됐다.

Chan 디렉터는 EMA OPEN에 호주와 캐나다, 일본, 스위스를 비롯해 한국과 브라질,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PEN은 참여 규제당국이 EMA와 병행해 의약품을 평가하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EMA 평가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에는 항균제 내성과 관련한 의약품을 비롯해 EMA의 PRIME 대상 의약품, 높은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의약품, 공중보건 위협 및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등이 포함된다.

Chan 디렉터는 OPEN이 참여기관 간 적응증을 조율하고 규제심사를 조정하는 동시에 기업에 전달하는 규제질의를 하나로 맞추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참여국과 정보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적용 가능한 치료영역을 넓히는 한편 신규 허가뿐 아니라 허가 후 변경까지 활용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규제당국 간 업무분담과 함께 ‘규제 의존(Regulatory Reliance)’도 환자의 치료제 접근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Reliance는 한 규제당국이 다른 신뢰할 수 있는 규제기관의 평가결과를 활용해 자체적인 규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먼저 평가를 완료한 참조 규제당국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한 동시심사와는 차이가 있지만 Chan 디렉터는 심사자원이 제한된 규제당국이 보다 신속하게 의약품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계가 국가별 reliance 체계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WHO나 국제의약품규제기관연합(ICMRA)이 어떤 국가에서 어느 규제기관의 평가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리한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Irene Chan 일라이릴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글로벌 규제정책·전략 디렉터가 발표 후 Q&A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신속심사 기준도 국가마다 달라…적격성 조화 제안
신속심사 제도에 대한 국가별 차이도 다뤄졌다.

Chan 디렉터는 우선심사와 획기적 치료제 지정, 조건부 승인, 가속승인 등이 규제기관 간 협력 프로그램 자체는 아니지만 의약품의 신속한 환자 접근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마다 신속심사 제도의 진입 기준과 운영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충족 의료수요의 정의와 질환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기준, 기존 치료제 대비 임상적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예비자료의 수준 등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에 Chan 디렉터는 신속심사 제도의 적격성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국가 간 기준을 보다 일관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가신청 직전에 신속심사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규제당국과 적격성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GMP도 규제협력…“중복 현장실사 줄여야”
규제협력의 대상은 신약 허가자료 심사에 한정되지 않았다.

Chan 디렉터는 제조소 승인이 늦어질 경우 의약품의 시판허가도 지연될 수 있다며 GMP 분야에서도 규제당국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례로 미국 FDA와 EMA 등의 GMP 상호인정과 함께 한국 식약처(MFDS)와 스위스메딕(Swissmedic),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 간 협력을 소개했다.

다른 규제당국이 최근 실시한 GMP 실사결과를 활용한 데스크톱 심사와 한 규제기관이 현장에서 실사를 실시하고 다른 기관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공동실사 등의 방식도 제시했다.

Chan 디렉터는 향후 GMP 관련 문서 요구사항을 글로벌 수준에서 조화시키고 위험기반 접근을 통해 다른 규제당국의 실사결과를 활용함으로써 중복되는 현장실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HO Listed Authority와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를 활용한 협력 확대도 제안했다.

국가별로 별도 실시되는 의약품 시험 역시 규제조화 대상으로 제시했다.

Chan 디렉터는 일부 국가가 허가 과정에서 별도의 현지 시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승인 지연과 시험 중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ICH Q10과 일관된 의약품 품질시스템 등을 갖춘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다른 규제당국의 승인과 GMP 인증, 제조업체가 수행한 시험결과 등을 활용하는 reliance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같은 자료 동시에 심사…클라우드 기반 규제협력 제시
발표 후반부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규제협력 방안도 소개됐다.

Chan 디렉터는 정적인 문서를 국가별 규제당국에 각각 제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규제기관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동일한 자료에 접근하고 동시에 평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관련 사례로 Accumulus 플랫폼을 활용한 파일럿 결과를 소개했다.

Chan 디렉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수십개 보건당국이 참여한 파일럿에서는 허가 후 CMC 변경이 각국에서 승인되는 데 걸리는 글로벌 기간이 평균 2.5년에서 6.5개월 미만으로 단축됐다.

다만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에 모든 규제기관과 데이터를 집중시키기보다 독립적인 플랫폼들이 공통 표준을 기반으로 연결되면서 각 지역이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연합형(federated) 구조가 단기적으로 보다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과 공통 데이터 표준을 확보하는 동시에 데이터 저장 위치와 개인정보 보호, 지식재산권 보호 등 법적·정책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n 디렉터는 발표 마지막에 첫 글로벌 승인 후 3개월 이내 주요 시장에서 승인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다시 제시했다.

이를 위해 ACCESS와 Project Orbis, EMA OPEN과 같은 규제당국 간 업무분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신속한 reliance 활용과 공동 GMP 심사 등을 통해 규제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가별로 추가되는 행정적·과학적 절차를 최소화하고 높은 수준의 규제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요구사항으로 인해 글로벌 최초 제출과 개별 국가 제출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를 줄이는 것 역시 환자가 혁신 의약품에 접근하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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