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전 차관 “백서에 없는 3년 4개월 코로나19 방역 사투 기록”
방역 실무 담당한 40인과 함께 엮은 '코리아는 코로나와 어떻게 싸웠나' 출간
생활치료센터 도입·특별입국절차 신설 등 유연한 '임기응변'이 의료체계 붕괴 막아내
이 전 차관 "공식 기록인 '삼국사기' 대신 현장 숨결 담은 '삼국유사' 자처"
입력 2026.07.13 06:00 수정 2026.07.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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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전 차관이 방역 실무자 40명과 함께 K-방역 3년 4개월의 이면을 기록한 단행본 ‘코리아는 코로나와 어떻게 싸웠나’를 출간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공식 백서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보건의료 현장의 치열한 사투와 정책 결정의 막전막후가  공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야전사령관 격인 보건복지부 제2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을 지낸 이기일 전 차관이 방역 실무자 40명과 함께 K-방역 3년 4개월의 이면을 기록한 단행본 ‘코리아는 코로나와 어떻게 싸웠나’가 정식 출간됐다.

이 책은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한 남겨야 할 기억’ 아래, 최전선에서 대응을 이끌었던 전·현직 보건의료 공직자들이 현장에서 내린 판단과 시행착오, 무거운 책임과 긴장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겼다. 입국 관리, 병상 수급, 백신 확보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성과뿐만 아니라 뼈아픈 한계와 성찰까지 솔직하게 담아내며 다가올 또 다른 공중보건 위기에 맞설 실전 지침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차관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책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이번 저서에는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노홍인 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 권준욱 전 국립보건연구원장 등 핵심 정책 결정자들이 편저자로 의기투합했다.

이 전 차관은 간담회에서 이번 책의 정체성을 ‘삼국유사’에 비유했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부처별 백서가 국가 차원의 공식 기록인 ‘삼국사기’라면, 이 책은 방역 현장을 직접 발로 뛴 실무자들의 고뇌와 숨은 에피소드를 오롯이 담아낸 야사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이진석 전 실장과 만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엇갈린 기억들을 맞추다, 있는 그대로의 기록을 남기자고 뜻을 모았다"며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은 기존 백서와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정책 결정의 이면과 현장의 숨결을 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기록의 투명성을 위해 장·차관 같은 직위는 철저히 배제하고 실무자 40명이 가나다순으로 집필에 참여했으며, 편차가 큰 원고들을 560쪽 분량의 한 권으로 엮어내기 위해 1년여간 수십차례 교차 검증을 거쳤다.

이 전 차관이 꼽은 K-방역의 핵심 성공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유연한 '임기응변'이었다. 기존 감염병 대응 원칙이 2020년 3월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로 한계에 부딪히자, 1급 감염병은 반드시 음압병상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깨고 일반 연수원에 의료진을 투입하는 '생활치료센터'라는 전례 없는 모델을 창조했다. 대중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단순한 격리 목적이 아닌 '치료'의 개념을 명칭에 반드시 포함시킨 것도 치열한 논의의 결과였다.

법적 용어였던 '자가치료'를 '재택치료'로 전격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가(내 집)'가 없는 취약계층의 박탈감을 방지하고, 당시 대중화되기 시작한 '재택근무' 개념을 응용해 방역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끌어올렸다.

의료 현장의 헌신을 실제 방역 성과로 연결한 '정교한 보상(수가) 체계' 설계 과정도 눈길을 끈다. 확진자가 하루 수십만 명으로 치솟으며 PCR 검사 역량이 한계에 달하자, 정부는 신속항원검사(RAT) 전면 도입을 결정했다. 

이 전 차관은 진단기기 생산업체를 직접 방문해 민감도와 최대 생산 능력을 확인한 뒤 곧바로 공식 도입을 발표했고, 5만 5920원의 검사 수가를 신속히 확정해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재택치료 안착 과정에서 정책 당국의 과감한 결단이 돋보였다. 실무진이 초기 검토한 5만 7000원 선의 수가 안을 이 전 차관이 직접 반려한 것이다. 생활치료센터 1인당 1일 운영비가 30만 8000원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의료기관이 확진 환자를 온전히 책임지고 매일 상태를 확인하려면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약 8만 3000원 수준으로 수가가 책정되자, 전국의 병·의원이 앞다투어 재택치료 관리기관으로 동참하며 방파제 역할을 해냈다.

급박한 위기 속 격식을 파괴한 현장 밀착형 소통도 빛났다. 이 전 차관은 대형 상급종합병원장들과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이튿날 바로 제도로 개선하는 속도전을 펼쳤다. 제반 절차가 지연될 때는 "먼저 시행해 주시면, 수가는 무조건 소급 적용하겠다"며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행정 혁신을 주도했다.

재정 운용 역시 영리했다. 급박한 의료 대응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시설 장비 지원과 의료기관 손실보상은 국고로 부담해 재정 건전성과 방역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

이 책의 말미에는 방역 정책의 한계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일선에서 헌신한 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헌사가 담겨 있다. 책의 표지 뒷면이 밝히듯, 이 기록은 팬데믹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모아준 국민께 전하는 공직자들의 감사이자 헌사이며,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다짐이자 증언이다.

이 전 차관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통과 막대한 영업 손실을 묵묵히 감내해주신 자영업자와 국민 여러분, 3500만 명이 넘는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해 중환자 병상에서 사투를 벌인 의료진, 그리고 헌신한 모든 공직자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책은 단순한 과거 회고록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양상의 감염병 팬데믹이 닥쳐올 때, 보건의료 정책 담당자들과 현장 의료진이 통찰과 대안을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실전 지침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출간의 진정한 의미를 갈음했다.

이기일 전 차관이 출간된 책에 직접 서명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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