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역의료 패러다임 바꾼다…김한숙 국장 “의료진 정주 여건 마련 우선”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 등 대안 마련에 박차
공보의 복무 단축은 형평성 고려해 '장기 과제'로 전환
"질병 통제 넘어 '워라밸' 맞춤형 건강증진정책 패러다임 전환할 것"
입력 2026.06.08 06:00 수정 2026.06.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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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숙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존의 기계적인 인력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의 수가 신설과 비대면 협진 등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및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이슈에 매몰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의료인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현존하는 보건의료 인력의 ‘효율적 활용’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의료 대책 및 국민건강증진정책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한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김 국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직접 설계하고 추진한 핵심 성과로 꼽힌다.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인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농어촌의료법에 따라 의사 배치가 어려운 지역의 보건진료소에는 91종의 의약품 처방과 예방접종 등 경미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간호사(보건진료 전담공무원)가 배치되어 있다. 전국 1,300여 개의 보건지소와 1,800여 개의 보건진료소가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지만, 그동안 제도적 한계로 인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복지부는 지난 3월, 인접한 보건진료소에 근무하는 전담공무원이 보건지소에서도 통합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문제는 ‘수가’였다. 규제는 풀렸으나 청구할 수 있는 수가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서 안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김 국장은 이번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통해 동일한 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담공무원의 경미한 의료행위를 넘어 '비대면 협진' 모델을 기획해 수가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현장에 가보면 젊은 남성 간호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지역 책임의료기관의 자문을 받고, 자문을 제공한 지역 의료기관 역시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의료인 간의 비대면 협진인 만큼 법적·제도적 리스크 없이 지역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단기 대책을 마련한 셈이다.

전임자 시절부터 의료계의 강한 요구가 있었던 ‘공보의 및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현 3년)’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적 접근 방식을 달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가 복무 단축 논의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와의 협의 및 사회적 형평성 문제가 얽혀 있어 단기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김 국장은 "복무기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병역법 개정은 국방부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타 병역 의무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뼈아픈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두가 3년을 복무하는데 의사만 줄여주는 것이 새로운 특혜로 비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국장은 의료계의 본질적인 요구가 단순히 ‘기간 단축’에 머물러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계가 보내는 진짜 시그널은 공보의 제도를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지역에 내려가서 일할 수 있는 전반적인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단순히 기존에 세팅된 ‘공보의 기간 단축’이라는 하나의 솔루션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춰 의료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변화 관리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복무기간 단축 이슈를 억지로 추진해 불필요한 갈등을 빚기보다, 이번 농어촌 수가 시범사업처럼 실질적인 보상 체계와 지역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우선순위라는 국장으로서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역의료 인프라 개선과 함께 국가 건강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예고했다. 과거 질병의 위험 요인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했던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워라밸'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과거의 리스크 팩터 위주의 이슈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라며 "지난 3월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 중간 평가를 바탕으로, 개인이 스스로 건강 관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전문가들과 포럼 등을 통해 새롭게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국장은 "무엇보다 현장의 의견을 가장 잘 수렴하여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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