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신약 심사, 이제는 ‘데이터 경쟁’ 아닌 ‘전략 경쟁’
신양미 박사, 글로벌 신약개발 BOOT CAMP서 비임상 심사 전략 공개
“FDA 미팅 활용 따라 개발 속도·비용 달라져”…동물실험 축소·NAMs 확대 흐름 진단
AI·인실리코 기반 대체시험법 부상…“규제과학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
입력 2026.05.28 06:00 수정 2026.05.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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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양미 박사가'제1회 글로벌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심사는 더 이상 ‘데이터 제출’만으로 끝나는 시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물실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규제기관을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논리와 전략, 인공지능(AI)·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대체시험법, FDA와의 조기 소통 역량이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규제 전문가 신양미 박사는 최근 동국대학교 약학·바이오산업학과 및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가 주최하고 동국대학교 신약개발연구소가 주관한 ‘제1회 글로벌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FDA 비임상 심사 전략과 최신 신규접근방법론(New Approach Methodologies·NAMs, 동물대체시험법) 활용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신양미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FDA 비임상 심사 과정에서 실제로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와 함께 최근 FDA 규제 패러다임 변화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단순 독성시험 수행 여부보다 ‘왜 이런 전략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논리와 규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미국 FDA 허가 프로세스는 제출 이후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미팅부터 시작된다”며 “어떤 미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FDA는 인터랙트(INTERACT) 미팅,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 전 미팅(Pre-IND 미팅), 타입 A·B·C 미팅 등 다양한 사전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사는 비임상 시험 설계, 적절한 동물종 선정, 독성시험 기간, 안전성 평가 전략 등을 FDA와 조기에 논의할 수 있다.

신 박사는 “예를 들어 약리학적으로 적절한 동물종(pharmacologically active species)이 무엇인지, 특정 독성시험을 반드시 장기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FDA와 사전에 논의할 수 있다”며 “미리 합의가 이뤄지면 불필요한 시험을 줄일 수 있고 전체 개발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FDA 비임상 심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핵심 영역도 소개됐다. 주요 항목은 ▲약리시험 ▲안전성약리 ▲흡수·분포·대사·배설(ADME) 및 약동학(PK) ▲일반독성 ▲유전독성 ▲발암성 ▲생식독성 등이다.

특히 신양미 박사는 최근 FDA가 개념 입증(proof of concept), 바이오마커, 소아 적응증 전략 등을 과거보다 더욱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아 적응증 개발에서는 미성숙 동물시험(juvenile animal study) 필요성이 중요해질 수 있고, 바이오마커와 약리학적 근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도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FDA 심사관들이 실제로 무엇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실무적 설명도 이어졌다.

신 박사는 “독성 결과가 나타났을 때 FDA는 단순히 독성이 있느냐 없느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어떤 위험 완화 전략(mitigation strategy)을 갖고 있는지를 본다”며 “임상에서 용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단계적 투약(sentinel dosing)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등을 함께 본다”고 말했다.

이어 “비임상 데이터와 임상 전략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독성시험은 단순 규제 제출용이 아니라 임상 안전성 전략과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신양미 박사.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특히 발표에서는 FDA 심사관 관점에서 자주 발생하는 비임상 제출 문제점들도 소개됐다.

대표 사례로는 ▲독성시험 정당성 논리(justification) 부족 ▲동물종 선정 근거 미흡 ▲우수실험실관리기준(GLP) 편차(deviation) 누락 ▲예상치 못한 독성 결과 미보고 ▲보고서 수치 불일치 등이 언급됐다.

신양미 박사는 “독성 리포트와 통합 요약 자료 숫자가 하나라도 다르면 회사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며 “기본적인 데이터 일관성(consistency)과 투명성(transparency)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예상하지 못한 독성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숨기기보다 투명하게 제출하고 FDA와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FDA의 동물대체시험법(NAMs) 확대 전략이었다.

NAMs는 기존 동물실험을 줄이거나 대체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in silico), 시험관 기반(in vitro), AI 기반 예측 모델, 생리학 기반 약동학(PBPK) 모델링, 오가노이드 등이 포함된다.

신 박사는 “FDA는 최근 동물실험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며 “단순히 윤리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 예측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FDA는 최근 NAMs 관련 초안 가이드라인(draft guidance)을 발표하며 규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피부자극, 피부감작성 등의 일부 분야는 이미 시험관 기반 평가가 규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신 박사는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규제적으로 수용 가능한 데이터인지 여부”라며 “사용 목적(context of use), 검증(validation), 근거 종합 평가(weight of evidence) 같은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FDA는 이제 개발사가 얼마나 정교한(sophisticated) 규제과학 전략을 갖고 있는지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FDA는 생리학 기반 약동학(PBPK) 모델링이나 컴퓨터 기반 독성 예측 활용도 확대하고 있다.

신 박사는 “PBPK 모델을 사용했다고 단순히 기술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델링 리포트 전체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델의 한계(limitation)와 가정(assumption)까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격차(gap)나 한계를 숨기기보다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FDA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시대에 맞춘 비임상 전략 변화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신양미 박사는 세포·유전자치료제에서는 기존 저분자 의약품과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일반 독성시험보다 체내 분포(biodistribution), 비표적 효과(off-target effect), 체외 배출(shedding), 생식세포 전달 가능성 등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복제 가능한 세포(replicating cells)의 경우 기존 독성시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박사는 “세포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비표적 조직으로 가는지, 생식계통으로 전달되는지 등을 보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저분자 중심 독성평가 체계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분야에서도 FDA 기조 변화가 소개됐다.

신양미 박사는 “최근 FDA는 근거 종합 평가(weight of evidence) 기반 접근을 통해 장기 독성시험을 줄이거나 2종 동물 독성시험(two-species tox)을 면제하는 방향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면역원성(immunogenicity)이나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 형성으로 장기 동물시험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유전독성(genotoxicity) 분야에서는 최근 FDA가 에임스 양성(Ames positive) 물질에 대한 접근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과거에는 에임스 시험 양성이 나오면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추가 기전시험(mechanistic study)과 형질전환 설치류 평가(transgenic rodent assay) 등을 통해 위험성을 재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예전에는 에임스 양성 결과가 나오면 회사가 바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FDA는 추가 시험(additional study)과 위험 완화 전략(mitigation strategy)을 통해 개발 가능성을 평가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QT 연장(TQT) 시험과 관련해서도 통합적 위험평가(integrated risk assessment) 접근이 소개됐다.

신양미 박사는 “충분한 비임상 심혈관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일부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TQT 시험(traditional TQT study)을 대체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며 “다만 FDA와 사전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발표를 마무리하고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는 신양미 박사.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이날 강연에서는 실제 FDA 심사 사례를 기반으로 다양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특히 특정 독성 결과가 사람에게 얼마나 전이 가능성(translational relevance)이 있는지, 적응 반응(adaptive response)인지 실제 독성인지 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신양미 박사는 “규제과학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논리(scientific rationale)가 중요하다”며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FDA는 단순히 데이터 양이 많은 회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논리와 규제 전략을 갖춘 회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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