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거점도매' 재편에 중소 유통사 뭉친다…연합체 구성 움직임
거래처 축소·도도매 위축 우려에 공동 대응…물류·영업망 결합해 협상력 확보
대형사 중심 시장 재편 견제도…"제약사 요구 맞추면서 생존 돌파구 찾는다"
입력 2026.10.13 06:00 수정 2026.10.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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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유통망을 거점도매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소 의약품유통업체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유통망을 소수의 ‘거점형 도매’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소 의약품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거래처 축소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물론 도매업체 간 거래인 ‘도도매’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일부 중소업체들은 공동 대응을 위한 연합체 구성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품유통·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국내 제약사들은 물류 효율화와 공급망 관리 등을 위해 기존 거래 유통업체 수를 줄이고 일정 규모와 물류 역량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수 유통업체와 개별적으로 거래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권역이나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통업체에 물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거래처와 물류 경로를 단순화해 유통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기존 거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중소 유통업체에는 직접적인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소 유통업체들은 거점도매 체제가 확산될 경우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와 직접 거래하며 지역 중소병원과 약국 등에 의약품을 공급해온 업체들이 거래처에서 제외될 경우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매업체 간 의약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도도매’ 거래의 위축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점업체 중심으로 제약사 공급 물량이 집중되고 유통 단계에 대한 관리가 강화될 경우 중소업체가 다른 유통업체를 통해 필요한 의약품을 확보하는 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일부 중소 의약품유통업체들은 개별 업체 단위의 대응에서 벗어나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 업체가 보유한 물류 인프라와 영업망 등을 연계해 제약사가 거점업체에 요구하는 공급 역량을 갖추는 한편, 거래 조건과 공급 방식 등을 놓고 공동의 협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제약사의 거점도매 정책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중소업체들이 연합을 통해 제약사가 요구하는 형태와 규모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일부 대형 유통업체로 물량과 거래가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면서 중소업체의 생존 기반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도권의 한 중소 의약품유통업체 대표는 “하루아침에 주요 거래선을 잃을 수도 있는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개별 업체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연합체 구성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도 공급망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지만 기존 유통업체와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조를 급격하게 바꾼다면 중소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점도매 정책이 확대되면 결국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소업체들의 가장 큰 우려”라며 “중소업체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연합한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하나의 거래 주체 또는 공급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업체들도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제약사가 원하는 유통 효율성과 중소업체의 생존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연합체가 실제로 구성되고 일정한 규모를 갖추게 된다면 향후 제약사들의 거점도매 정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약사들의 공급망 효율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 유통업체들의 대응 역시 단순 반발에서 공동 물류·영업망 구축을 통한 규모화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향후 중소업체들의 연합 논의가 실제 조직 구성과 공동 사업으로 이어질지, 또 제약사들이 이를 새로운 거래 주체로 받아들일지가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 재편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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