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다차원 가치평가 도입 촉구…"약품비 통제 멈추고 사회적 가치 봐야"
안희경 교수 "단순 수명 연장 넘어 환자·가족의 사회 복귀 가치 포괄해야"
홍석철 교수 "신약은 비약제 의료비 절감하는 '투자'…다차원 가치평가 도입 시급"
입력 2026.09.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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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건강금융연구센터장)가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중요성과 제도 개선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건강보험 재정 위기 속에서 혁신신약을 단순한 재정 지출 요인이 아닌 미래를 위한 '사회적 투자'로 바라보고, 다차원적인 가치 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국회에서 나왔다.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한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새로운 방향'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의료계 및 경제학계 전문가들은 경직된 현행 약가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혁신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개선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서미화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이제는 혁신신약의 가치를 치료 효과와 비용만으로 평가하는 데서 나아가, 환자의 삶의 질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며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약 도입 이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축적되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에 반영하고, 불확실성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안희경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대한종양내과학회 보험정책이사)는 '혁신신약이 환자와 사회에 제공하는 임상적·사회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안 교수는 특정 항암치료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가 주로 사용되지만, 단순한 생존 기간 연장 수치만으로는 혁신신약이 이뤄낸 장기 생존자 증가나 사망 위험 감소 등의 실질적 임상 발전을 전부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혁신신약은 독성을 줄여 환자가 병원 대신 직장으로 복귀하게 만들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어 사회적 생산성을 유지시키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며 신약의 가치가 환자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됨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약 급여 결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거나, 엄격한 급여 통과 전까지 재난적 수준의 약제비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약제의 가치와 근거 수준에 따른 선별급여 활용, 실사용데이터(RWD) 기반의 급여 수준 조정, 환자 동의를 전제로 한 신속한 허가초과 항암제 접근성 완화 등을 제안했다.

이어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중요성과 제도 개선 과제'를 발표한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건강금융연구센터장)는 거시경제 관점에서 신약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한국이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6년 건보 재정 적자 전환, 2029년 누적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는 만큼 만성·중증질환 악화를 막아 생산연령인구의 노동 손실을 방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신약 처방 확대로 추가 약제비가 발생하더라도 입원이나 수술 등 고비용의 비약제 의료비 지출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의료비 상쇄' 효과에 주목했다. 

반면 한국의 건강보험 총 약품비 중 신약 지출 비중은 13.5%로 OECD 평균(33.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1인당 GDP 대비 보수적인 ICER 상한선 탓에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식약처 허가 후 건보 등재까지 항암제는 평균 659일, 희귀질환 치료제는 평균 954일이 걸리고 있으며, 2025년 등재 신약 기준으로는 각각 2.3년, 3.8년까지 늘어나는 등 치료 공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혁신신약은 단순한 비용이 아닌 복지 지출 감소, 노동 생산성 유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사회적 투자"라며 현행 가격 규제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개선 방향으로 입원율 감소 및 노동생산성 보존 등의 거시적 가치를 반영하여 ICER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상향하는 다차원 가치 평가 체계 전환을 제안했다. 아울러 본인부담률을 30%, 50%, 80% 등으로 다양화하는 선별급여 제도의 유연한 확대와 허가·평가·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처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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