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에서 조기 폐암까지…“폐암 치료 목표 자체가 달라졌다”
삼성서울병원 이세훈 교수, 대한폐암학회서 면역항암제 10년 조명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서 조기 폐암까지 확장된 면역항암 치료
“치료 목표, 연명에서 재발 감소·완치 가능성 향상으로 변화”
입력 2026.06.25 06:00 수정 2026.06.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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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가 2026 대한폐암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를 오랫동안 차지해 온 폐암은 한때 진단 자체가 곧 절망을 의미하는 질환으로 여겨졌다. 특히 전이성 폐암은 제한적인 치료 옵션과 낮은 생존율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암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폐암 치료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항암화학요법 중심의 치료 시대에서 면역항암제 중심의 치료 시대로 전환됐고, 치료 목표 역시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에서 장기 생존, 나아가 완치 가능성 확대까지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강릉에서 열린 2026 대한폐암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조명하는 런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10년 진전: 키트루다로 재정의되는 조기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전이성 폐암에서 시작된 면역항암 치료의 진화가 조기 폐암까지 확대되면서 폐암 치료 목표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세훈 교수는 약업닷컴과 서면 인터뷰에서 “항암약물치료의 근간이 기존 항암화학요법 중심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로 전환됐다”며 “장기 생존과 재발 감소, 완치 가능성 향상으로 치료 목표가 변화됐다”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폐암 치료의 근간이 바뀌었다”
이세훈 교수가 꼽은 지난 10년간 가장 큰 변화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이다.

과거 비소세포폐암은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됐고 대부분의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을 받았다. 생존 이득은 제한적이었고 독성 부담은 컸다. 폐암은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분류됐다.

변화의 출발점은 PD-L1 바이오마커에 대한 이해였다.

암세포 표면의 PD-L1이 면역세포의 PD-1과 결합하면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러한 결합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 교수는 “표적항암제가 일부 환자에게 큰 희망을 제공했지만 적용 가능한 환자는 제한적이었다”며 “면역항암제는 표적치료가 어렵거나 표적치료제 내성이 발생한 환자들을 포함해 보다 넓은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키트루다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서 시작해 1차 단독요법,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 수술 가능한 조기 폐암의 수술 전·후 치료까지 적응증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의료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매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8년·10년 생존 데이터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면역항암제가 폐암 치료에 미친 영향은 장기 추적 데이터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은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장기 추적 연구들은 일부 환자에서 장기 생존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교수는 KEYNOTE-010 연구의 10년 추적 결과와 KEYNOTE-024 연구의 8년 추적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YNOTE-010 연구에서는 PD-L1 양성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대조군 1.9% 대비 키트루다 치료군에서 9.3%로 나타났다.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키트루다 치료군의 10년 생존율은 15.5%로 대조군 2.7% 대비 약 5배 높게 나타났다.

또한 KEYNOTE-024 연구에서는 PD-L1 발현율 50% 이상 환자의 8년 생존율이 24.3%를 기록했다. 이는 대조군 12.8% 대비 약 두 배 수준이다.

이 교수는 “난치성 질환으로만 여겨졌던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라며 “장기 생존 가능성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 역시 치료 영역을 크게 넓혔다.

KEYNOTE-189와 KEYNOTE-407 연구는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비편평상피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환자까지 치료 혜택을 확대했다.

특히 치료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편평상피세포암에서도 의미 있는 생존 개선이 확인되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면역항암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조기 폐암에서도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시대”

이세훈 교수는 앞으로의 폐암 치료 변화를 이야기할 때 조기 폐암 영역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KEYNOTE-671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절제 가능한 2기, 3A기, 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후 면역항암치료 전략을 평가했다.

폐암은 수술 후에도 재발과 전이 위험이 높은 암종이다. 수술 시 발견되지 않는 미세전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수술 전과 수술 후 치료를 하나의 연속된 치료 과정으로 보고 재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수술 가능한 조기 폐암은 수술 후 재발 위험이 높다”며 “수술 전·후 항암치료를 연속적으로 완료하는 것이 미세전이와 재발 위험을 관리하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EYNOTE-671 연구에서는 수술 전·후 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이 64.6%로 대조군 53.6%보다 높게 나타났다.
질병 진행, 재발 및 사망 위험은 42% 감소했다. 특히 비교적 이른 병기인 2기 환자 하위분석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확인됐다.

4년 추적 결과 질병 진행, 재발 및 사망 위험이 50% 감소했으며 병리학적 완전관해율과 주요 병리학적 반응률도 대조군 대비 크게 향상됐다.

이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발 및 사망 위험 감소라는 객관적 성과뿐 아니라 환자가 겪는 재발 불안, 반복 치료에 따른 신체적·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장기적인 일상 복귀와 사회생활 유지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환자의 시간과 삶까지 고려하는 치료”

최근 국내 허가된 피하주사(SC) 제형 역시 폐암 치료의 새로운 변화로 꼽힌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이 약 30분의 투여 시간이 필요했다면 피하주사 제형은 약 1~2분 만에 투여가 가능하다.

3주마다 치료받는 환자를 기준으로 연간 누적 투여 시간은 96% 이상 감소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체류시간과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절감된 시간을 다른 환자 진료와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교수는 “기존 정맥주사 치료를 받던 환자들도 새로운 투여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의 병원 체류시간과 치료 부담을 줄이고 일상생활 유지와 치료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0년의 폐암 치료는 단순히 효과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시간과 삶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존을 넘어 완치를 향해”

지난 10년은 면역항암제가 폐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시간이었다.

전이성 폐암에서 시작된 변화는 조기 폐암까지 확대됐고, 장기 생존이라는 개념은 이제 완치 가능성이라는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이세훈 교수는 “폐암 치료는 더 오래 생존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삶을 유지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치료 전략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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