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RNA(Small Interfering RNA, 짧은 간섭 RNA)는 질병의 ‘원인 설계도’를 직접 겨냥하는 차세대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저분자 및 항체 치료제가 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기술’로도 불린다. 현대 웬만한 질병 모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시장에서 사용돼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제품도 등장했다.
전통적인 약물은 이미 생성된 단백질을 표적해 기능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이 주류다. 문제가 되는 단백질이 만들어진 이후에 개입하는 구조다.
반면 siRNA는 단백질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를 표적으로 삼는다. 단백질이 생성되기 이전 단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쉽게 말해, 기존 치료제가 스마트폰에 계속 울리는 알람을 그때그때 끄는 방식이라면, siRNA는 문제를 일으키는 애플리케이션 자체를 비활성화하는 접근이다.
‘유전자 가위’처럼 유전자를 직접 수정하지 않고, 단백질 생성 과정만 조절한다는 점에서 안전성 측면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오랫동안 직면해 온 한계도 이 지점에 있다. 질병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알고 있음에도, 결합 포켓(binding pocket)이 명확하지 않아 저분자 화합물이나 항체로는 개발이 어려운 표적이 많다는 점이다. 결합 포켓은 단백질 표면에 특정 분자(리간드)가 결합할 수 있는 구조적 공간을 말한다.
인간 단백질체(proteome)의 80% 안팎이 전통적인 치료제 작용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흔히 ‘언드러거블(undruggable)’, 개발 난도가 매우 높은 표적으로 분류한다.
siRNA는 이 지점을 겨냥한다. 단백질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기반으로 결합 포켓을 설계할 필요가 없다. 표적 mRNA의 염기서열 정보만 있으면 siRNA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할 수 있다. 유전 정보 수준에서 단백질 발현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희귀유전질환부터 암,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기전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뚜렷하다. siRNA는 세포 안에서 RISC(RNA-induced silencing complex)라는 단백질 복합체에 탑재돼,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찾아 분해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같은 상보적 mRNA, 염기서열이 정확히 맞는 표적에 반복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약물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과거 siR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고, 원하는 장기로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가 ‘GalNAc’이라는 당 복합체를 siRNA 말단에 결합해, 간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계기로 siRNA 치료제의 개발과 상업화에 속도가 붙었다.
최근 siRNA 전달 기술은 간을 넘어 중추신경계(CNS)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혈액뇌장벽(BBB)이라는 구조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전달 전략이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에서 검증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아이오니스가 공개한 이번 연구가 siRNA 전달 기술이 CNS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IGF1R 표적 항체 기반 BBB 셔틀 ‘그랩바디-B’를 활용해, siRNA의 CNS 접근 가능성을 정량 데이터로 제시했다. 논문 제목은 ‘항-IGF1R 항체 접합을 통한 CNS 및 말초 조직으로의 siRNA 전신·국소 전달(Systemic and Local Delivery of siRNA to the CNS and Periphery via Anti-IGF1R Antibody Conjugation)’로, bioRxiv에 선공개됐다.
siRNA 기술은 이미 시장에서 상업적 가치를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앨나일람의 앰부트라(Amvuttra)다. 희귀질환인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hATTR) 치료제인 앰부트라는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편의성을 앞세워, 2025년 연 매출 23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만성질환 영역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노바티스의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Leqvio)’는 2025년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어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연 2회 주사만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했던 기존 치료 방식과 환자들의 생활 패턴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siRNA는 단백질을 타깃하던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유전자 발현 단계로 끌어올린 기술”이라며 “전달 기술만 확보되면 적용 질환 범위가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잠재력을 가진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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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NA(Small Interfering RNA, 짧은 간섭 RNA)는 질병의 ‘원인 설계도’를 직접 겨냥하는 차세대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저분자 및 항체 치료제가 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기술’로도 불린다. 현대 웬만한 질병 모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시장에서 사용돼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제품도 등장했다.
전통적인 약물은 이미 생성된 단백질을 표적해 기능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이 주류다. 문제가 되는 단백질이 만들어진 이후에 개입하는 구조다.
반면 siRNA는 단백질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를 표적으로 삼는다. 단백질이 생성되기 이전 단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쉽게 말해, 기존 치료제가 스마트폰에 계속 울리는 알람을 그때그때 끄는 방식이라면, siRNA는 문제를 일으키는 애플리케이션 자체를 비활성화하는 접근이다.
‘유전자 가위’처럼 유전자를 직접 수정하지 않고, 단백질 생성 과정만 조절한다는 점에서 안전성 측면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오랫동안 직면해 온 한계도 이 지점에 있다. 질병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알고 있음에도, 결합 포켓(binding pocket)이 명확하지 않아 저분자 화합물이나 항체로는 개발이 어려운 표적이 많다는 점이다. 결합 포켓은 단백질 표면에 특정 분자(리간드)가 결합할 수 있는 구조적 공간을 말한다.
인간 단백질체(proteome)의 80% 안팎이 전통적인 치료제 작용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흔히 ‘언드러거블(undruggable)’, 개발 난도가 매우 높은 표적으로 분류한다.
siRNA는 이 지점을 겨냥한다. 단백질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기반으로 결합 포켓을 설계할 필요가 없다. 표적 mRNA의 염기서열 정보만 있으면 siRNA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할 수 있다. 유전 정보 수준에서 단백질 발현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희귀유전질환부터 암,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기전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뚜렷하다. siRNA는 세포 안에서 RISC(RNA-induced silencing complex)라는 단백질 복합체에 탑재돼,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찾아 분해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같은 상보적 mRNA, 염기서열이 정확히 맞는 표적에 반복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약물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과거 siR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고, 원하는 장기로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가 ‘GalNAc’이라는 당 복합체를 siRNA 말단에 결합해, 간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계기로 siRNA 치료제의 개발과 상업화에 속도가 붙었다.
최근 siRNA 전달 기술은 간을 넘어 중추신경계(CNS)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혈액뇌장벽(BBB)이라는 구조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전달 전략이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에서 검증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아이오니스가 공개한 이번 연구가 siRNA 전달 기술이 CNS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IGF1R 표적 항체 기반 BBB 셔틀 ‘그랩바디-B’를 활용해, siRNA의 CNS 접근 가능성을 정량 데이터로 제시했다. 논문 제목은 ‘항-IGF1R 항체 접합을 통한 CNS 및 말초 조직으로의 siRNA 전신·국소 전달(Systemic and Local Delivery of siRNA to the CNS and Periphery via Anti-IGF1R Antibody Conjugation)’로, bioRxiv에 선공개됐다.
siRNA 기술은 이미 시장에서 상업적 가치를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앨나일람의 앰부트라(Amvuttra)다. 희귀질환인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hATTR) 치료제인 앰부트라는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편의성을 앞세워, 2025년 연 매출 23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만성질환 영역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노바티스의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Leqvio)’는 2025년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어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연 2회 주사만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매일 약을 복용해야 했던 기존 치료 방식과 환자들의 생활 패턴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siRNA는 단백질을 타깃하던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유전자 발현 단계로 끌어올린 기술”이라며 “전달 기술만 확보되면 적용 질환 범위가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잠재력을 가진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