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MSD)가 전 세계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의 감원을 단행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는 연간 30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027년까지 달성될 계획이다.
머크는 "일부 글로벌 조직의 인력을 감축하고, 부동산 및 생산 시설의 운영 효율화를 함께 추진한다"며 "해당 직원들에게는 재교육 및 새로운 포지션으로의 전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감원 대상 부서나 폐쇄 예정 시설의 위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머크의 사업 체질 자체를 전환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는 현재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특허 만료(2028년 미국 기준) 이후의 매출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키트루다는 올해 2분기 80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머크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은 같은 기간 1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머크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중국으로의 추가 공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단기 실적뿐만 아니라 백신 사업의 전략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머크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 전반에서 관측되는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 트렌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머크 외에도 여러 빅파마들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화이자(Pfizer)는 2023년 110억 달러에 달했던 팬데믹 백신·치료제 수익의 급감 이후, 2027년까지 총 77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R&D) 재편과 공장 통합, 일부 임상 파이프라인 정리 등이 포함돼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역시 ‘생산성 강화 전략’(Strategic Productivity Initiative)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2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특히 항암제·면역질환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저성장 사업부는 정리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바이엘(Bayer)은 2년 전부터 1만 1000명 이상을 감원하며 유럽 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23억 달러를 절감할 계획이다. 경영진 개편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판매 거점을 재조정하고 있다.
머크는 키트루다 이후의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항암제,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백신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TIGIT 및 LAG-3 억제제와 같은 차세대 면역항암제 조합 요법, mRNA 기반 백신 기술, 신규 항바이러스제 개발 등이 중장기 전략에 포함된다.
심혈관 분야에서는 경구용 PCSK9 억제제 MK-0616과 같은 퍼스트인클래스 후보물질이 개발 중이며, 대사질환에서는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도 병행 중이다. 특히 일부 파이프라인은 일본 다이이찌 산쿄, 독일 큐어백 등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되고 있어, 글로벌 전략적 제휴도 강화되고 있다.
회사는 또한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일부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AI바이오텍 기업들과의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제조 및 유통망 최적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머크는 “환자와 가까운 곳에서 의약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망의 지리적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팬데믹과 지정학적 리스크 이후 강조되고 있는 ‘공급망 회복탄력성’ 확보 차원에서 나온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저성장 지역의 생산시설은 단계적으로 통합 또는 폐쇄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인도,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제조와 물류의 거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머크는 전 세계 부동산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머크의 이번 인력 감축 및 비용 절감 조치는 단기적인 긴축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의 출발점이라 풀이된다. 바이오시밀러의 위협, 급변하는 중국 시장,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공급망 분절화 등 복합적 리스크가 제약 산업 전반을 흔드는 가운데, 머크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선제적인 승부수를 띄운 셈.
업계 관계자들은 “키트루다 이후 머크가 어떤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주력 제품을 확보할지가 향후 글로벌 제약 시장 내 머크의 입지를 좌우할 것”이라며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전략적 사업 재편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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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MSD)가 전 세계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의 감원을 단행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는 연간 30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027년까지 달성될 계획이다.
머크는 "일부 글로벌 조직의 인력을 감축하고, 부동산 및 생산 시설의 운영 효율화를 함께 추진한다"며 "해당 직원들에게는 재교육 및 새로운 포지션으로의 전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감원 대상 부서나 폐쇄 예정 시설의 위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머크의 사업 체질 자체를 전환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는 현재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특허 만료(2028년 미국 기준) 이후의 매출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키트루다는 올해 2분기 80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머크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은 같은 기간 1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머크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중국으로의 추가 공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단기 실적뿐만 아니라 백신 사업의 전략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머크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 전반에서 관측되는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 트렌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머크 외에도 여러 빅파마들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화이자(Pfizer)는 2023년 110억 달러에 달했던 팬데믹 백신·치료제 수익의 급감 이후, 2027년까지 총 77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R&D) 재편과 공장 통합, 일부 임상 파이프라인 정리 등이 포함돼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역시 ‘생산성 강화 전략’(Strategic Productivity Initiative)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2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특히 항암제·면역질환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저성장 사업부는 정리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바이엘(Bayer)은 2년 전부터 1만 1000명 이상을 감원하며 유럽 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23억 달러를 절감할 계획이다. 경영진 개편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판매 거점을 재조정하고 있다.
머크는 키트루다 이후의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항암제,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백신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TIGIT 및 LAG-3 억제제와 같은 차세대 면역항암제 조합 요법, mRNA 기반 백신 기술, 신규 항바이러스제 개발 등이 중장기 전략에 포함된다.
심혈관 분야에서는 경구용 PCSK9 억제제 MK-0616과 같은 퍼스트인클래스 후보물질이 개발 중이며, 대사질환에서는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도 병행 중이다. 특히 일부 파이프라인은 일본 다이이찌 산쿄, 독일 큐어백 등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되고 있어, 글로벌 전략적 제휴도 강화되고 있다.
회사는 또한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일부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AI바이오텍 기업들과의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제조 및 유통망 최적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머크는 “환자와 가까운 곳에서 의약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망의 지리적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팬데믹과 지정학적 리스크 이후 강조되고 있는 ‘공급망 회복탄력성’ 확보 차원에서 나온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저성장 지역의 생산시설은 단계적으로 통합 또는 폐쇄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인도,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제조와 물류의 거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머크는 전 세계 부동산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머크의 이번 인력 감축 및 비용 절감 조치는 단기적인 긴축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의 출발점이라 풀이된다. 바이오시밀러의 위협, 급변하는 중국 시장,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공급망 분절화 등 복합적 리스크가 제약 산업 전반을 흔드는 가운데, 머크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선제적인 승부수를 띄운 셈.
업계 관계자들은 “키트루다 이후 머크가 어떤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주력 제품을 확보할지가 향후 글로벌 제약 시장 내 머크의 입지를 좌우할 것”이라며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전략적 사업 재편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