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국감 피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의료민영화 변종” 지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20일 진행한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의 종합감사 모습(사진: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발표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자 영리화 변종 정책이라는 지적이 종합감사에서 제기됐다. 보건의료 협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는 해당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추진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복지부와 건강증진개발원이 시범 운영하기로 한 12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무슨 내용인가? 왜 감사 보고 자료에도 없었나”라며 “여당과 당정 협의 없이 2024년 6월까지 2년간 시행하는, 법적 근거 없이 하는 시범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비의료’라는 사업명과는 달리 1군에 포함된 만성질환 관리형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하는 의료 영역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송파보건소를 제외하면 민간기업이 맡게 돼 의료법 위반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이에 대해 국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의료민영화 시발점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영리기관이 관리할 수 있도록 인증해주는 거, 이는 영리기업에 보건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민영화, 영리화 정책의 변종”이라며 “보건의료단체와 서울시약사회 등 각종 단체들이 성명서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알아보니 공공부문에서 다 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공공부문 1차 의료로 해야 할 일들이어서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규홍 장관이 “인증서비스라는 것은 민간 참여를 전체로 민간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범 사업”이라고 답하자 남 의원은 “이 사업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공적 보건의료체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만성질환 관리가 민간기업 영리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는 부분이자, 국민의 의료정보가 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질타했다.
또한 남인순 의원은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보험사가 요구한 의료 빅데이터 제공 여부를 승인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승인 기준은 정보 주체 이익 침해 여부와 과학적 연구 기준 해당 여부로 판단하는데, 최근 건보공단은 6건 신청을 미승인한 데 반해 심평원은 10건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 의원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의료정보 빅데이터에 대해 건보공단은 국민건강자료제공심의위원회에서 과학적 연구 여부에 대해 평가를 하는 반면 심평원은 그런 기준이 없다. 자체기준이 있다고는 하는데 두 기관간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어 혼선이 온다”며 “국민 건강 주요 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기준을 잘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두 기관의 자료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격차가 크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공단과 심평원도 같은 취지의 대답을 내놨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 역시 “데이터 개방은 기관이나 특성이 다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통일해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으며, 김선민 심평원장도 “저희가 좀 더 기관 차원에서 과학적 연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제네릭 공동임상 1+3, 의약품 난립 해결…제약바이오기업 연구개발 역량 키워야”
제네릭 공동임상을 1+3으로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의약품 난립 문제가 나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4월 발간한 ‘2021년 의약품 허가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허가 신고는 총 2,270건으로 전년대비 35.1% 감소했고 제조품목 허가신고 품목서는 전년대비 36.8% 급감했다고 전했다. 또 올해 제네릭 허가 건수도 전문의약품이 올해 상반기에 총 310개, 월 평균 52개로 지난해 제네릭 허가 건수 총 1,176개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이같은 결과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서 의원은 “국내 17개 주요 상장 제약사의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연구개발비 총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연구개발비 9,700억원과 비교해 약 14.3% 증가했다”며 “하지만 제약바이오기업이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인 바이오 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식약처가 지난 11일 발표한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를 언급하면서 “아직 시대적 환경 변화에 부흥하지 못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원천 통제하는 요소를 더 발굴해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는 주무부처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약류 셀프처방, 한 사람이 1년에 2만정도…“오남용 방지‧심사 강화해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의사가 본인에게 처방하는 ‘셀프 처방’으로 인해 마약류 처방 규모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반면, 식약처가 이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연 7,000~8,000명의 의사가 마약류를 셀프처방하고 있다. 이는 연간 건수로는 2만5,000건, 양으로는 80만개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라며 “이렇게 사례가 많은데도 식약처는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마약류를 담당하는 주관 부처로서 도대체 지금까지 무얼했나. 지난해 과도하게 처방된 사례 10건을 확인한 결과, 1년에 2만정을 처방한 의사가 있었다. 1회 15일마다 760개의 마약류를 처방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이 운영된 내내 셀프처방을 한 의사는 1,447명이었고, 149만정이 처방됐다”며 “복지부에서 2018년 이후 마약류 투약과 처방 등으로 행정처분을 한 사례가 총 61명이었고, 이 중 7명은 셀프처방이었다. 한 사람은 타인 명의로 처방했지만 처분은 6명에 불과했다. 마약류 셀프 처방뿐만 아니라 진료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본인과 가족 대상의 일반 처방을 금지하는 나라도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복지부와 심평원, 식약처에 국방부 산하 군병원의 의약품 셀프처방 금지 시스템을 언급하며 이를 벤치마킹해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고 심사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의약품 수급, 안심 못해…필수의약품, 국가간 분쟁으로 중단될 수도”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은 해외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수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요소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때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주요 강대국들이 자국 필요에 따라 자원을 무기화하는 추세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며 “국내 의약품 수급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생산‧수입‧공급이 중단됐다고 보고된 완제 의약품은 총 567품목으로, 이 중 132개가 국가 필수의약품이다. 공급 중단이 보고된 567개 중 31개는 원료 수급문제로 공급이 중단됐고, 이 중 17개 의약품이 국가 필수 의약품이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완제 의약품 중 필수의약품 비중 역시 30%가 넘는 상황이다.
최영희 의원은 “국민보건을 위해 국가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의약품이 국가간 분쟁에 따라 언제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며 “최근 5년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평균 27%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원료 의약품 공급은 약 80%에 달했고,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60%까지 곤두박칠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의약품 원료의 주성분 다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 필수 의약품에 대해서는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원료의약품 자급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급률도 문제지만 수입 비중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며 “지난해 기준 중국, 인도, 일본 3개국으로부터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비중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국가 필수의약품 511개 중 이 3개국에서만 원료가 수입되는 의약품도 34개나 된다. 국내 자급률 제고와 함께 수입선의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식약처에 지난 5년간 제약주권 실현에 대한 변화가 있었느냐고 묻자, 오유경 처장은 “2017년 32.9%에서 지난해 35.4%로 중국 의존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양한 행정지원이나 해외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 의원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완제 의약품 중 대체의약품 2개 이하인 제품은 총 1,546개이며, 이 중 341개 원료가 중국, 인도, 일본 3개국가에서 생산된다”며 “항생제, 해열제, 항염제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보건에 큰 위험이 생긴다. 국민보건 숨통이 타국에 잡혀 있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원료 공급망 다변화, 완제품에 대한 필수의약품 원료의 자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이주영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