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U, 메이저제약 vs 제네릭 메이커 '기싸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적용될 새로운 약사법 초안이 4일 유럽의회에 제출됨에 따라 이 지역 메이저 제약업계와 제네릭 메이커가 펼치고 있는 신경전이 기싸움의 양상을 띄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새 EU 약사법(pharmaceutical legislation)은 올해 말까지 유럽의회의 심의를 완료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EU 각료회의에서 최종안이 도출되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종안이 확정되면 EU 전역에서 일제히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이번에 제출된 약사법 초안은 제네릭 의약품의 명확한 정의를 규정하려는 대목이 포함되어 첨예한 논란을 낳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서 제네릭 제형들이 오리지널 제품들을 대신하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논란의 핵심은 특허 데이터의 보호기간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럽 각국은 대부분 20년 동안 특허를 보호하고 있으나, 특허 데이터의 보호기간과 관련해서는 그리스의 6년에서부터 프랑스의 10년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의 경우 10년 동안 보호하되, 적응증 추가 등이 뒤따를 경우 기간을 연장해 주는 내용이 새 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며 메이저 제약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8년의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8년이 경과한 후 2년 동안은 자료공개만 허용하되, 제네릭 메이커가 이 기간 중 카피품목을 발매하지는 못하도록 제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값싼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으로부터 특허를 보호하는데 주력해 온 메이저 제약업계들은 "제출된 초안의 수위가 지나치게 완화된 것이어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되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상실될 것"이라며 반발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다.
반면 제네릭 메이커들은 "새 법은 제네릭 제형들의 허가취득이 가능한 시기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비용절감과 법적분쟁 소지의 차단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유럽 제약협회(EFPIA)의 브리앙 아제르 회장은 "새 법이 규정한 제네릭의 정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느슨할 뿐 아니라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지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오리지널 제품의 유도체나 이형제, 에스테르, 염기서열을 달리한 제형 등을 포괄적으로 제네릭이라 규정하고 있지만, 화학에서는 미묘한 차이점이 엄청난 차이로 귀결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리라는 것.
그러나 유럽 제네릭의약품협회(EGA)의 그레그 페리 회장은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제네릭 제형들의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비난의 톤을 높였다. 제네릭 제형들의 경우 오리지널 제형과 생물학적 동등성을 확보했음을 입증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이다.
페리 회장은 "오히려 메이저 제약기업들이야말로 화학구조상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인 물질들에 신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미 유럽 제약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보호조치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도높은 수준"이라며 "유럽의회 의원들은 제네릭의 의미축소 등 법안을 손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그들로부터 등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새 EU 약사법은 생물학적 제제(biotech drugs)의 제네릭 제형(biosimilar medicines)에 대한 허가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유럽에서 생물학적 제제들은 내년 초부터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제형들의 허가취득과 발매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생명공학협회(EuropaBio)의 위고 셰팽 회장은 "전통적인 화학합성 의약품과 생물학적 제제는 복잡성과 예상 시장규모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별개의 의미규정과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유하자면 화학합성 의약품과 생물학적 제제는 이동식 간이주택과 70층짜리 마천루의 차이가 있다는 것.
한편 IMS 헬스社에 따르면 세계 제네릭 시장규모는 올해 290억 달러대에 이르고, 오는 2007년도에 이르면 49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덕규
200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