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 따스한 약손 사랑
옥태석 약사
입력 2006.05.29 23:27 수정 2006.09.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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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비 내리는 부산 동래구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삼강약국은 평화롭고 정겨웠다.

환자에게 열심히 복약지도를 하는 중 갑작스레 방문한 기자를 따스하게 맞아준 옥태석 약사에게 부산시약사회 부회장이란 직함에 어울릴법한 권위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온화한 동네 약사의 모습이었다.

별다른 질문 없이 대뜸 '함께 하는 약사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절절한 사연이 넘친다.

2005년에 발족한 '함께 하는 약사회'는 부산 지역 외국인 근로자 및 유학생에게 무료투약을 해줌으로써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개인적인 의료부담을 덜어주고자 생긴 시민단체. 옥태석 약사는 이 단체의 집행위원장으로 있다.

말이 시민단체이지 약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꾸려가는 일종의 NGO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부산시약사회 여약사위원회의 주도 하에 적십자회관에서 무료투약 행사로 진행한 것이 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 부산시약사회 차원에서 좀 더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에 뜻 있는 약사들이 힘을 모으게 됐습니다."

그 후 시민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시(市)의 지원을 받게 될 만큼 부산에서 인정받는 단체로 성장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경제적으로 보나, 노동의 강도로 보나 내국인보다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더구나 불법체류자가 태반인 그들에게 의료혜택이 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지요."

현재 '함께 하는 약사회'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외국인이 많이 모여 있는 부산 감전교회와 수영로교회 등지에서 무료투약을 실시하고 있다.

자원 봉사에 동참한 의사와의 협진을 통해 일반약과 전문약을 모두 포함해 투약하는 것이 특징. 무료투약에 전문약도 상당부분 차지하는 것으로 보아 약값도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것 같다.

"약값 참 많이 들어요. 그래서 시 의회와 시 보건과에 지원을 요청하게 됐습니다."

'함께 하는 약사회'는 현재 연 예산 4천3백만원 중 시에서 2천5백만원을 지원 받고 있다.

무료투약의 혜택을 받고 있는 외국인들은 중국인과 필리핀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대부분 부산에 거주하며 한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적은 임금으로 종사는 탓에 근육통, 신경통, 소화기 질환에 안구건조증 같은 안질환에서부터 감기, 무좀 등 각종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후원하는 회원 약사는 100여명으로 후원약사와 참여봉사약사로 구성돼있다.

"사실 주중 내내 약국에서 일하다 일요일에 나와서 행사를 하다보니 시간적인 압박이 제일 심해요."

옥태석 약사 또한 예외는 아니다. 평일에 빠듯하게 약국을 지키다 일요일이 되면 쉴 틈 없이 자원봉사에 나서다보니 가장 미안한 사람은 아내라고.

'함께 하는 약사회'가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회원 약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행사 초창기에는 외국인에게 무료투약 기회를 알리기 위해 공원마다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제는 한번 행사를 할 때마다 50~6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2~3시간 내에 몰려온다.

"힘들어도 무료투약하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 성과"라며 뿌듯해 하는 옥 약사는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맙다고 찾아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어떤 날은 저희에게 진료를 받은 한 분이 사탕과 자신들의 회사에서 지급받은 식권을 내밀더군요."

"가난한 그들이 무슨 돈이 있겠냐"는 옥 약사는 외국인들의 고마워하는 모습을 잊지 못했다.

이러한 옥태석 약사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바로 후원금공제 문제.

시에서도 인정한 모범적인 시민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에서만 활동이 이뤄지는 까닭에 후원금공제가 되지 않는 것.

"국세청에 문의를 해봤지요. 우리 회가 마약퇴치본부처럼 전국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혜택은 줄 수가 없다더군요."

약값 등의 비용 소모가 많은 반면 후원금공제가 되지 않는 것은 시민단체 치고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인 이 단체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약사회'는 결핵협회 부산지부에 의약품지원도 하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힘들만도 한데 옥 약사는 "의료봉사 단체가 결핵협회에 의약품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는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무료투약 행사장까지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옥 약사는 부산시와 부산시약사회 차원에서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어 더 많은 외국인이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한편 무료투약 행사는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확대 실시하고 있다.

"우리 회는 봉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민간외교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에 우리 약사회도 일조를 하는 셈이지요."

끝으로 옥태석 약사는 이러한 단체가 전국적으로 결성되어 좀 더 많은 외국인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잊지 않았다.

옥태석 약사와 '함께 하는 약사회'의 세상에 대한 깊은 관심은 이억만리 낯선 외국 땅에서 받은 작은 약손사랑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마음 속의 히포크라테스'로 자리잡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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