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필수의약품 10개 중 1개는 수급 불안정...병원-약국 의약품 품절 '대란'
생산비용 늘어도 약가인하 지속에 '생산 중단'...제도 보완 목소리 커져
입력 2024.01.05 06:00 수정 2024.01.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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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약품까지 품절이 장기화되면서, 국가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국가 지정 필수의약품 10개 중 1개는 수급이 불안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에는 해열제,독감약에 이어 항암제까지 품절대란이 일어나면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에 따르면, 퇴장방지 및 국가필수의약품 중에서 최근 3년 간 생산 혹은 수입이 중단된 의약품이 지난해 11월 기준 46개 품목이나 된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 국가에서 지정, 관리하는 의약품으로 현재 총 408종 성분, 448개 품목이 있다. 국가 필수의약품의 10% 이상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제출한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보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252건의 의약품 공급중단, 176건의 의약품 부족 보고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동제약이 만들어 JW중외제약이 독점 공급하는 항암주사제 ‘5-플루오르우라실(이하 5-FU)’의 품절 사태로 일부 암환자들이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5-FU는 필수의약품이다.

건약은 "한달 전부터 5-FU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전국 암환자들이 항암치료 일정을 1~4주씩 미루거나 다른 약제로 대체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약은 필수의약품 품절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부의 조치사항을 공개하고 향후 문제 해결 방안 제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건약 관계자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필수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경우 원가는 상승하는데 약가 하락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 정책 탓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금이 43.6에서 159.5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은 1999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반면, 주요 의약품의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인하됐다. 주요 의약품 중 항생제인 아목시실린은 1999년 대비 45%, 골격근이완제인 바클로펜은 54% 각각 가격이 떨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전체적인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면서 “어느 기업이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현행 제도를 수정, 보완해 상시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병원약사회 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공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도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24 약업계 신년교례회에서 지난해 약업계 종사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응 강화를 위한 공급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품절약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서 "민관이 의약품 수급불안 상황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후속적인 입법 상황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 지역 약사는 "꽤 많은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 않느냐"면서 약업계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만이 아니라 약국 뺑뺑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적극 나서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한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 공급관리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오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부에 긴급 생산과 수입 명령권을 부여하는 '품절약 민관협의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다면 다음날인 9일 열릴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다.

이 법안이 처리돼 별도의 수급 불안정약 공급관리위원회가 신설되면 수급 불안정 품절약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수급 불안정 의약품 지정이 가능하고 정부가 제약사에 해당 의약품의 긴급 생산이나 수입을 명령할 수 있어 장기화되고 있는 품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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