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귀여운 혁신' 가고 '진지한 과학' 뜬다… 코스메슈티컬, 구원투수 되나?
뷰티스트림즈, 2차 웨이브 화두 '진지한 과학' 제시… 뷰티넥소스, 글로벌 소셜 인프라 주목
1차 웨이브 '귀여운 혁신'의 한계… 트렌드 피로감과 카피캣에 무너지다
R&D 무기로 글로벌 트렌드 정조준한 국내 제약사들, 더마 뷰티 맹활약 예고
이세훈 회장 "퍼포먼스 마케팅 의존 멈추고 지속 가능성 고민해야" 뼈있는 자성
입력 2026.05.28 06:00 수정 2026.05.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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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뷰티스트림즈 주최로 열린 세미나 현장 전경. 이날 세미나는 뷰티스트림즈가 새롭게 선보인 뷰티넥소스 역할이 주목 받았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글로벌 뷰티 시장을 호령하던 K-뷰티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흥미 위주의 이색 성분과 화려하고 귀여운 패키지를 앞세웠던 과거의 '1차 웨이브'가 막을 내리고, 철저한 임상적 효능과 피부 장벽 강화 등 '진지한 피부 과학'을 내세운 '2차 웨이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뷰티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K-뷰티의 차세대 생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 전문 기업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 주최로 ‘K-뷰티는 두 번째 글로벌 웨이브를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K-뷰티의 뼈아픈 과거를 돌아보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뷰티스트림즈의 분석에 따르면, K-뷰티가 서구 시장에서 거둔 초기 성공의 이면에는 '재미'와 '새로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판다나 과일 모양의 패키지, 카툰 감성의 디자인, 그리고 달팽이 점액이나 당나귀 우유 등 이색적인 성분들은 글로벌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며 초기 바이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다기능성 포맷과 재미있는 텍스처는 당시 서구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놀이 문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되면서 K-뷰티는 치명적인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거의 동일한 콘셉트와 성분, 유사한 패키지를 지닌 수백 가지의 마스크팩과 에센스들이 시장에 끊임없이 쏟아지자 서구 리테일러와 소비자들은 극심한 선택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프리미엄 소비자와 성숙한 구매층 사이에서 '귀여운 혁신'은 과학적으로 덜 진지해 보이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되었고, 이는 장기적인 프리미엄 신뢰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족쇄가 되었다.

한국 뷰티의 상징과도 같았던 '10단계 멀티 스텝 스킨케어 루틴' 역시 결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너무 많은 스킨케어 단계와 긴 소요 시간, 중복되는 제품 구매 비용에 지친 서구 소비자들은 미니멀 웰니스를 추구하는 간소화된 뷰티 루틴인 '스키니멀리즘'으로 발길을 돌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르니에(Garnier), 드렁크 엘리펀트(Drunk Elephant), 글로우 레시피(Glow Recipe) 등 서구 주요 메인스트림 브랜드들이 K-뷰티의 스킨 퍼스트(Skin-first) 철학과 투명성 트렌드, 하이드로겔 및 젤 텍스처를 발 빠르게 현지화하면서 K-뷰티 고유의 희소성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발성 바이럴 시대가 저물면서, 1차 웨이브의 실패를 거친 서구 시장은 이제 K-뷰티에 철저하게 '신뢰받는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이 기대하는 차세대 K-뷰티의 핵심 가치는 장수와 피부 유지, 강력한 피부 장벽 과학, 마이크로바이옴 및 염증 케어 등의 진지한 전문성이다.

전문가들은 K-뷰티 2차 웨이브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각 권역별 소비자의 마인드셋을 관통하는 정교한 현지화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임상적 효능과 피부과 전문의 협업을 통해 더마 코스메틱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는 북미 시장, 과장된 마케팅을 지양하고 약국 화장품 수준의 성분 투명성과 친환경 진화를 요구하는 유럽 시장, 맑고 빛나는 피부와 높은 자외선 차단 수요를 공략해야 하는 라틴 아메리카 시장 등 세분화된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글로벌 확장을 돕기 위해 뷰티 산업의 B2B 인프라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뷰티스트림즈가 새롭게 선보이는 글로벌 뷰티 산업의 게이트웨이 '뷰티넥소스(BEAUTYNEXOS)'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뷰티넥소스는 전 세계의 뷰티 기업, 개인, 제품, 인사이트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앙화된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 플랫폼이다. 직관적인 AI 번역 기능을 내재화하여 언어 장벽 없이 암호화된 1:1 대화나 비공개 그룹 채팅을 통해 글로벌 뷰티 생태계 파트너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커뮤니티 내 업계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서클 포럼'과 브랜드 혁신을 연중 소개하는 쇼케이스 기능을 통합 제공한다. 

나아가 뷰티스트림즈는 올해 11월 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초청자 한정 VIP 이벤트인 "BEAUTY IS BORDERLESS" 글로벌 뷰티 산업 서밋을 개최하여 전 세계 뷰티 리더들에게 K-뷰티의 차세대 비전과 역량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뷰티스트림즈가 제시한 이 같은 거시적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뷰티 시장 진출은 K-뷰티의 위기를 타개할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약 개발과 치료제 연구를 본업으로 삼던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묵직한 R&D 자산을 화장품에 이식하며 K-뷰티 2차 웨이브의 핵심 주역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현재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뷰티 시장 진출 성과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마데카크림)'는 상처 치료제 핵심 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을 화장품에 성공적으로 적용해 홈쇼핑과 이커머스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 중이다. 

동아제약은 자사의 흉터 치료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더마 브랜드 '파티온'을 론칭,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채널의 트러블 케어 부문 신흥 강자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의 '이지듀(EGF 성분)', 일동제약의 '퍼스트랩(프로바이오틱스)' 등 다수의 제약사 브랜드들이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대중화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제약사들은 단기적인 바이럴이나 화려한 패키지에 의존하던 기존 뷰티 업계의 관행을 벗어나 철저한 '데이터와 임상 결과'로 글로벌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임상적 효능을 중시하는 북미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제약사 고유의 독자적인 특허 성분과 피부과 전문의 테스트 결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성분 투명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유럽 시장에는 의약품 제조 수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약국 화장품 수준의 절대적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현장에서는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메가 산업으로 롱런하기 위한 업계 리더의 뼈있는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과거 다수의 외국계 기업 수장과 LG생활건강 해외 사업을 이끌었던 이세훈 경기화장품협의회 회장은 단상에 올라 K-뷰티 2차 웨이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매우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이 회장은 현 상황에 대해 "과거 중국 시장 팽창기 때 큰 기회가 왔다가 한 번 크게 주저앉았던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아마존이나 틱톡 같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타고 에이피알(APR), 고운세상코스메틱 등 굴지의 뷰티 브랜드들의 약진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하며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화두는 '과연 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브랜드들이 본질적인 자산 구축은 뒤로한 채 퍼포먼스 마케팅에 과도하게 의존해 짧은 시간 내에 외형적 성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에는 훗날 뼈아픈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깔려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오늘 세미나에서 지적된 1차 웨이브의 구조적 한계들은 현업에서 실제로 느끼고 있는 굉장히 무겁고 정확한 통찰"이라며 "단기적 성과와 플랫폼 알고리즘에만 매몰된다면 앞으로 업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 자산 구축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업계 전체가 무겁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세훈 경기화장품협의회 회장©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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