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相生의 길
백문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상무〉
오늘날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실시간에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전지구적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이류, 삼류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일류를 지향해야 하고 기업도 개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류가 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일류만이 살수 있고 이류, 삼류는 도태되어 살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삶이 제대로 영위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류, 이류, 삼류가 모두 어우러져 함께 살게 되어 있으며, 또 그래야만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일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에 못지않게 뒤쳐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생존권도 보장해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생(相生)의 길이요 우리들의 삶의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류, 삼류가 없이 어떻게 일류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상생의 삶은 더불어 사는 삶과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상생의 삶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도 각각이 독자적으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해 더불어 사는 삶은 한쪽이 다른쪽에 의존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측면이 강한 삶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우리 헌법에서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선언하여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상생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자란 사람이 있기에 잘난 사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찍이 노자 선생께서도 낮은 곳이 있기에 높은 곳이 있고, 악이 있기에 선이 있다고 말씀하셨듯이 이 세상은 못난 사람 잘난 사람,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이 공존하면서 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전지구적 무한경쟁 시대에도 일류, 이류, 삼류는 어떤 형태로든 공존할 수밖에 없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능력있는 자와 능력없는 자의 격차가 어느때보다도 더 벌어져 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상생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가 못가진 자를 돕고, 능력있는 자가 능력없는 자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역으로 못가진 자도 능력없는 자도 사실은 가진 자와 능력있는 자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각하고 못가진 자와 능력없는 자를 돕는 것이 단순히 더불어 사는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서로같이 살아야 하는 당위의 차원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돕는 차원, 상생의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강구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세계 4강 신화를 창조함으로써 우리 역사상 유례가 없는 국민적 에너지가 결집되어 분출되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이러한 에너지를 우리 모두의 상생의 차원으로 끌어올려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상생의 길만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인간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2002-07-12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