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지각으로 시작해 깊은 잠까지 빠진 국회 '깨어나라'
지각 개원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으며 출발한 18대 국회가 이번에는 원구성이라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또 다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특히 타결 임박까지 갔던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은 결국 최종 결렬되면서 자칫하면 상임위 활동이 국감이 시작되는 가을에야 개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는 당초 지난달 31일 18개 상임위원장 중 법사위, 농식품, 지식경제, 환경노동위 등은 민주당이 맡고 운영위를 비롯한 복지위, 기획재정, 정무, 예결특위, 문화관광위 등 12곳은 한나라당이 맡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교육과학부, 농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특위 구성을 통해 진행된다는 것에 청와대가 발목을 잡아 원 구성은 초읽기 들어갔다가 다시 뒷걸음질 치게 됐다.
물론 인사청문회 없이 청와대가 장관을 임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으로 장관이 임명된다면 분명 야당은 거센 반발과 저항을 할 테고 조속한 원구성과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그야말로 먼 얘기가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 원 구성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장관 인사 청문특위에 대한 여야와 청와대의 이견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당리당략과 여야 그리고 청와대간의 힘겨루기로 이번에도 여지없이 국민만 농락을 당하게 됐다.
이러 저래 미국산 쇠고기, 촛불 등으로 외면당했던 18대 국회는 이젠 또 다른 이유로 좀처럼 제 기능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 없는 무덤 없고,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은 있다고 하지만 저 마다 국민과 또 직능을 대표해 일하겠다며 여의도로 입성, 18대 국회를 구성한 229명의 국회의원은 이제라도 1국회 파행의 책임을 통감하고 정상화를 위해 양보와 상생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복지부와 같이 현직 장관과 내정자가 공존, 두 개의 보고라인이 존재하는 촌극도 이제는 더 이상 막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각국회, 식물국회라고 불리고 있는 18대 국회가 서민 안정, 민생현안 조속 처리는 고사하고 그저 하루 빨리 깨어나기라도 하길 바래본다.
더불어 꿈같은 얘기겠지만 권한은 무한한데 책임은 미지수인 우리 국회가 18대 299명의 국회의원의 힘으로 부디 권한보다는 책임을 더 앞세우는 조직이 되길 희망해본다.
임세호
2008-08-06 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