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200년 대한민국은 인구 140만 少人國
작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다. 홍콩이 도시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론 우리가 1등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36년에는 젊은 사람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작년엔 7명이 1명을 부양했다. 그리고 2200년. 대한민국은 인구 140만 명의 少人國으로 전락한다.
가족은 해체되고 모든 인간은 그 인간 그 자체, 즉 홀로 살아야 한다.
인간은 오직 번식본능에 따라 짝을 맺는 그런 번식의 사이클에서 이탈한 지 오래다. 그러나 번식이란 여전히 중요해서 번식에 차질이 생기면 책임을 묻고 가혹한 시달림을 받는다. 당사자는 뭐, 그냥, 여자였다.
여성이 아이를 못 갖는다는 이유로 남편과 첩의 잠자리를 용인해주던 때도 있었다. 기구절창 긴 세월 그랬다.
홀로 해결해야 하는 임신과 출산과 부양의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73년 당시 주부의 57.4%가 남편 몰래 피임을 했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로부터 30년이 더 지난 지금 결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성이 41.5%, 남성이 19.9%로 여성이 두 배 이상 높다.
저출산, 그것은 여성의 정치적인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정치사회적인 어떤 지원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100만원을 준다, 수당을 올린다, 주택청약 우선권을 준다, 별별 지원책이 다 소용없다.
그렇다면 여성의 정치적 선택이 잘못된 거 아닌가?
현실을 보자. 아이를 낳으면 낳는 그 순간 세상이 바뀐다.
대학엘 가야 하는데 그 치열한 경쟁을 내 아이는 견딜 수 있을까. 나는 그걸 뒷받침할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10시간: 서울대, 8시간: 연대, 7시간: 이대’라는 어느 학교 어느 학급의 급훈. 이런 살벌함 속에서 출산을 고민하는 것은 태연하게 당연하다.
우리 곁엔 부모가 있었고 대개 형제가 있었다. 그들이 있어 싸움도 했지만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당신들이 지금 불임을 결심하고 늙어 죽을 때까지 그걸 실천한다면 그게 행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감이든 실수든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는 통계적으로 오직 1.19명이다. 당신 아이들의 진정한 걱정거리는 대학 입시, 사교육비가 아니다. 당신들의 아이들이 온통 뒤집어쓰고 살아야 할 진흙더미, 바로 고독이다, 그것만이 아이들의 고통이다.
고독이 무엇인가? 당신들이 더 잘 아는 그 고독.
200년, 300년 후 북극과 남극이 녹아서 지구가 물바다로 변한들 당신이나 당신 아이에게 무슨 상관이 있나.
벌써 죽어 땅에 묻혀 있을 것을, 꼭 거기까지 걱정을 해야 하나?
2009-03-25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