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업계, 부시 승리해야 배시시
케리 후보, 처방약 수입·약가통제 등 공약
입력 2004.07.14 17:07
수정 2004.07.14 17:13
"부시 이겨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존 F. 케리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現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할 경우 제약기업들에게는 삼키기 너무 힘든 쓴약(bitter pill)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전파되고 있다.
민주당이 캐나다 등지로부터 값싼 처방약의 수입을 허용하고, 정부의 약가통제 권한을 확대할 것임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케리 후보는 유세전을 통해 "캐나다와 저개발국가로부터 가격이 한결 저렴한 처방약의 수입이 가능토록 합법화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이 문제는 고령층의 으뜸가는 선거관련 핫 이슈.
부시 행정부와 제약기업들의 경우 해외로부터 수입된 의약품들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완강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케리 후보는 또 의료보장(Medicare) 당국에 제약기업들과 약가할인 문제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함을 공약하고 있다. 제약株 투자자들에겐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
이에 따라 지난 2월 이래 미국 제약기업들의 주가평균치가 10% 정도 하락한 것도 대통령 선거전의 결과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설령 부시가 고배를 마시더라도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의석을 계속 유지할 것이므로 미국의 의료정책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뒤따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케리가 대통령 자리에 앉더라도 보건 분야에서 자신의 아젠다를 실행에 옮기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빌 클린턴 前 대통령이 재직 당시 의료개혁에 실패했던 것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이 분야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의료보험료가 두자리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상황에서 결국에는 값싼 의약품의 수입이 허용될 것이라는 견해도 공감의 폭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세이 파이낸셜 증권社의 세나 룬드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향후 2~3년 안에 미국 정부가 처방약 수입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다만 처방약 수입의 허용으로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정부가 약가책정 과정에 적극 개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어 제약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잠 못이루는 밤을 지새고 있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고령층과 장애자들에 대한 의료보장 혜택이 본격화할 오는 2006년 무렵이면 약가통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특히 케리 후보는 의료보장 당국에 약가협상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며 공화당측을 공격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조사·회계감사 전문업체인 에른스트&영社는 "제약기업들이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수 년 이내에 연방정부가 약가통제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료비 상승세가 꺾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의료법 개정으로 정부의 권한확대가 강구될 것으로 사료된다는 설명.
프린스턴大에 재직 중인 보건경제학자 우베 라인하트 박사는 "어느 당이 승리하더라도 정부는 갈수록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