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1년 유지율 고작 10%” GLP-1 경쟁, 감량률보다 '투약 지속성'
이강복 KB인사이트랩 대표 “체중 감량률보다 투약 지속성·내약성이 경쟁력”
미국 비만약 12개월 유지율 자비 부담 5%·보험 적용 23%, 비용·부작용이 주요 원인
경구용 GLP-1 월 149달러 등장으로 투여 편의성·가격 경쟁 본격화
국내 비만약 시장 3억7700만 달러, 2028년 위고비 특허 만료 대비 원가·제형 전략 강조
입력 2026.11.04 06:00 수정 2026.11.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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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인사이트랩 이강복 대표가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인사이트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현장.©약업신문=허지수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체중 감량률에서 장기 투약 지속성과 내약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구용 GLP-1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도 본격화됐다. 제약사에는 약물 효능뿐 아니라 투여기기와 용량 조절, 환자 지원체계, 제조원가를 함께 고려한 개발 전략이 요구된다.

KB인사이트랩(KBInsight Lab) 이강복 대표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인사이트 세션에서 '차세대 GLP-1: 분자에서 약물전달까지(Novel GLP-1: From Molecule to Delivery)'를 주제로 발표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아이큐비아(IQVIA)에서 19년간 근무한 이 대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개발 방향과 약물전달 기술,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 전략을 분석했다.

이 대표는 “2024년까지 비만치료제 경쟁은 체중을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에 집중됐고, 2025년에는 보험 적용과 약값 등 치료 접근성이 중요해졌다”며 “앞으로는 환자가 부작용을 얼마나 잘 견디고 치료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약 처방 100건 중 10건만 유지…“돈 다음에는 몸이 장벽”

이 대표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신규 처방 시도 100건 중 실제 조제로 이어지는 사례는 30건이다. 12개월째 치료를 유지하는 사례는 10건 수준에 그쳤다.

비용 부담에 따른 차이도 컸다. 미국 자비 부담 환자의 12개월 투약 유지율은 5%, 보험 적용 환자는 23%였다.

미국 의료전문가 185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비만치료제 중단 사유로 비용·보험 보장 부족을 지목한 응답 비율이 74%, 위장관 부작용을 꼽은 비율이 72%였다. 반면 미국 재향군인 의료체계에서는 발표자료 기준 중단 사유 중 부작용이 약 30%, 의약품 공급 문제가 약 25%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환자가 약값을 직접 부담할 때는 비용이 치료 지속을 가로막지만,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위장관 부작용이 주요 장벽으로 남는다”며 “특히 투여 초기 용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많아 부작용 관리와 환자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현상은 임상에서도 확인됐다. GLP-1·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의 임상 3상 'SURMOUNT-4'에서는 36주 투여 후 환자 670명을 무작위 배정했다. 이후 52주간 위약 전환군의 체중은 평균 14.0% 증가한 반면, 투여 지속군은 5.5% 추가 감소했다.

경구용 GLP-1 월 149달러…가격·투여 편의성 경쟁

경구용 GLP-1 치료제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격 구조와 환자 유입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 ‘파운다요(성분명 오르포글리프론)’는 지난 4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미국 자비 부담 환자의 최저용량 가격은 월 149달러부터 시작한다. 주사형 '위고비'의 당시 미국 월 표시가격 1349달러 수준이다. 노보 노디스크도 2027년 1월부터 미국 위고비의 표시가격을 월 675달러로 인하할 계획을 밝혔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경구형 위고비를 사용하기 시작한 환자 약 3분의 2가 기존 GLP-1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환자라는 분석을 소개했다. 경구제가 기존 주사제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환자를 유입시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구제라고 제조원가까지 반드시 저렴한 것은 아니다. 펩타이드 기반 경구제는 체내 흡수율이 낮아 주사제보다 많은 유효성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경구제라고 해서 제조원가까지 무조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펩타이드 기반 경구제는 많은 양의 약물이 필요할 수 있어, 실질적인 원가 경쟁력은 화학합성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분자 약물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의 질도 새로운 평가 요소로 떠올랐다. GLP-1 계열 치료로 감소한 전체 체중 중 제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45%다. 제지방은 근육을 비롯해 지방을 제외한 조직을 의미한다. 단순히 체중을 얼마나 줄였는지뿐 아니라 제지방을 얼마나 보존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물과 투여기기 함께 개발해야”…2028년 가격 경쟁 대비

이 대표는 투약 지속성을 높이려면 투여기기와 환자 지원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초기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증량기에는 다회용 펜이, 일정 용량을 유지하는 단계에는 단회용 자동주입기가 적합하다. 월 1회 투여하는 초장기 지속형 제제는 기존 주 1회 제제와 비교해 연간 주사 횟수를 52회에서 12회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투여기기는 주사 편의성을 높이고, 환자 교육과 용량 증량 상담을 결합하면 부작용 관리와 치료 지속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약값과 보험 적용, 의약품 공급 부족은 투여기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투여기기를 개발 후반부에 변경하면 사용적합성 평가와 안정성 시험 등을 추가로 수행해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약물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뒤 투여기기를 결정하면 기존 개발 과정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등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약물과 약물전달체계를 처음부터 병행 개발하고, 핵심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투여 방식과 공급망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 국내 시장 규모는 약 3억7700만 달러로, 최근 연간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해당 수치는 비만치료제 분류 기준이며, 당뇨병 치료제로 판매된 티르제파타이드 실적은 제외됐다.

한미약품의 ‘에페오토인젝터주(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 10월 7일 국내 개발 45번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한미약품은 자체 생산시설과 자동주입기를 바탕으로 가격·편의성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식약처 최종 허가자료에서 40주 최소제곱평균 체중 변화율은 -9.02%로, 위약군 -0.89%보다 유의하게 감소했다.

향후 가격 경쟁의 주요 변수는 특허 만료다. 위고비에 등재된 세마글루티드 관련 특허 중 하나가 2028년 8월 5일 만료된다. 실제 후발의약품 출시 시점은 다른 특허와 허가 요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세마글루티드 특허 만료 이후에는 오리지널보다 훨씬 저렴한 후발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며 “지금의 약값이 아니라 특허 만료 이후 형성될 가격을 기준으로 제형과 제조원가, 공급망을 개발 초기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도 환자 수뿐 아니라 경구제·주사제·장기 지속형 제제별 투여 주기와 생산량을 고려해 생산능력을 계획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약물 자체의 효능은 제품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결정하지만, 투여기기와 환자 지원체계는 환자가 치료를 오래 유지하고 그 효과를 충분히 얻도록 돕는다”며 “2030년 시장에서는 효과가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도록 만드는 시스템까지 갖춰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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