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시장에서 싼 가격에 거래되는 헬스케어 섹터 내 18개 기업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꼬리표가 붙은 가운데, 단순한 명단 공개와 배당 확대를 넘어 기업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량 자산을 품고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들 기업이 '가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획일적인 밸류업 정책보다 성장동력 확보와 자본 효율성 제고 등 근본적인 원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 가운데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저히 낮았던 기업 151곳의 명단을 사상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저PBR 기업은 시장에서 '저평가 가치주' 혹은 '자산주'로 분류되며 암암리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이번처럼 금융당국 차원에서 직접 불명예스러운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 헬스케어 업종 중 PBR 0.51배 이하로 '저PBR' 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는 총 18곳(코스닥 10곳, 코스피 8곳)이다.
이들 18개사의 평균 PBR은 약 0.36배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to-Book Ratio)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주가가 장부상 가치(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들 기업은 순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현재 시가총액의 2~3배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심각하게 할인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코스닥 상장사 앱토크롬(0.07배)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이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0.16배), 화일약품(0.24배), 케이엠(0.33배) 등이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광동제약(0.51배), 대한약품(0.50배), 한독(0.45배), 환인제약(0.44배), 서흥(0.43배), 삼아제약(0.38배) 등 오랜 업력을 자랑하며 곳간을 넉넉히 채워온 전통 중견 제약사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동종 업계 대비 PBR이 장기간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장사에 '저PBR' 태그를 달아 공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망신 주기)' 정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BR은 저평가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라며 "저PBR 기업을 공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저평가 원인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낮은 PBR이 단순히 주주환원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수익성 저하, 성장동력 부족,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취약한 지배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일수록 오히려 PBR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연구개발(R&D)이나 투자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기업은 PBR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PBR 명단에 오른 제약사들의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들 기업은 탄탄한 공장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만한 굵직한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신사업 동력이 부재해 밸류에이션 할인을 겪고 있다. 이 의원의 지적대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제도적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기업이 개선계획을 공시하기만 하면 1년간 명단 공개를 면제해 주는 현행 조치에 대해 "계획을 제출하는 것과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기업들이 형식적인 대응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대안으로 2023년부터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시행 중인 일본의 사례가 제시됐다. 일본은 단순한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수익성 개선, 성장 투자, 사업 재편 등 기업별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헬스케어 저PBR 기업들에게도 원인에 따른 차별화된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장성이 정체된 중견 제약사들은 R&D와 신사업 투자를 확대해 시장의 기대치를 높여야 하고, 자본 비효율성을 겪는 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구조적 재편이 필수적이다. 주주가치를 방치해 온 기업들이 단순한 '면피성 계획 공시'를 넘어, 실제 사업 체질을 어떻게 탈바꿈할지 시장의 엄격한 검증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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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서 싼 가격에 거래되는 헬스케어 섹터 내 18개 기업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꼬리표가 붙은 가운데, 단순한 명단 공개와 배당 확대를 넘어 기업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량 자산을 품고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들 기업이 '가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획일적인 밸류업 정책보다 성장동력 확보와 자본 효율성 제고 등 근본적인 원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 가운데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저히 낮았던 기업 151곳의 명단을 사상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저PBR 기업은 시장에서 '저평가 가치주' 혹은 '자산주'로 분류되며 암암리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이번처럼 금융당국 차원에서 직접 불명예스러운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 헬스케어 업종 중 PBR 0.51배 이하로 '저PBR' 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는 총 18곳(코스닥 10곳, 코스피 8곳)이다.
이들 18개사의 평균 PBR은 약 0.36배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to-Book Ratio)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주가가 장부상 가치(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들 기업은 순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현재 시가총액의 2~3배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심각하게 할인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코스닥 상장사 앱토크롬(0.07배)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이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0.16배), 화일약품(0.24배), 케이엠(0.33배) 등이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광동제약(0.51배), 대한약품(0.50배), 한독(0.45배), 환인제약(0.44배), 서흥(0.43배), 삼아제약(0.38배) 등 오랜 업력을 자랑하며 곳간을 넉넉히 채워온 전통 중견 제약사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동종 업계 대비 PBR이 장기간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장사에 '저PBR' 태그를 달아 공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망신 주기)' 정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BR은 저평가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라며 "저PBR 기업을 공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저평가 원인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낮은 PBR이 단순히 주주환원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수익성 저하, 성장동력 부족,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취약한 지배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일수록 오히려 PBR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연구개발(R&D)이나 투자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기업은 PBR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PBR 명단에 오른 제약사들의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들 기업은 탄탄한 공장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만한 굵직한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신사업 동력이 부재해 밸류에이션 할인을 겪고 있다. 이 의원의 지적대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제도적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기업이 개선계획을 공시하기만 하면 1년간 명단 공개를 면제해 주는 현행 조치에 대해 "계획을 제출하는 것과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기업들이 형식적인 대응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대안으로 2023년부터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시행 중인 일본의 사례가 제시됐다. 일본은 단순한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수익성 개선, 성장 투자, 사업 재편 등 기업별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헬스케어 저PBR 기업들에게도 원인에 따른 차별화된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장성이 정체된 중견 제약사들은 R&D와 신사업 투자를 확대해 시장의 기대치를 높여야 하고, 자본 비효율성을 겪는 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구조적 재편이 필수적이다. 주주가치를 방치해 온 기업들이 단순한 '면피성 계획 공시'를 넘어, 실제 사업 체질을 어떻게 탈바꿈할지 시장의 엄격한 검증이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