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서 출발한 아모레 AI 뷰티테크, 기술 판매
피부 진단 넘어 상담·추천 플랫폼으로 확장
입력 2026.05.21 06:00 수정 2026.05.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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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20일 열린 'AWS 서밋 서울 2026'에서 아모레퍼시픽 노치국 상무가 ‘아모레퍼시픽이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기자명

"아모레퍼시픽은 원래 기술회사였다. 우리가 화장품만 팔라는 법 있나?"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20일 열린 'AWS 서밋 서울 2026'에서 아모레퍼시픽 노치국 상무가 청중에 던진 말이다. 노 상무는 아모레퍼시픽이 자체 구축한 AI 뷰티테크 플랫폼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외부 기업에 제공하고, 화장품이 아닌 기술로도 매출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화장품 기업이면서 첨단 기술을 팔겠다’는 발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아날로그한 시절의 '방문판매'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카운셀러들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수저 개수부터 가족 관계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던 습관은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이 구현하는 초개인화 인공지능 상담의 핵심 자산이 됐다는 것.

노 상무는 당시 카운셀러들이 사용하던 피부 측정기 사진을 공개하며 "과거 카운셀러들은 일종의 광학 장비를 동원해 고객 피부를 살피고 제품 사용 경험을 들은 뒤 맞춤형 제품을 추천했는데, 이 상담 과정이 오늘날 우리가 구현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모레퍼시픽은 오래전부터 기술을 통해 고객을 더 잘 이해하려 했던 회사"라며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단순히 IT 시스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축적해온 모든 방식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AI 뷰티테크는 과거 방문판매식의 밀착 상담을 디지털 환경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단순한 피부 사진 분석을 넘어, 카운셀러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족 대소사까지 파악하고 맞춤형 제안을 하던 상담 경험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과정을 피부 측정과 진단, 제품 추천이 이어지는 서비스로 구현하고 있다. 고객이 앱이나 매장 기기에서 얼굴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주름, 홍조, 피부 톤 등을 분석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제품과 사용법을 제안한다. 과거 매장과 방문판매 현장에서 이뤄지던 상담은 앱, 웹, 키오스크, 팝업 등 다양한 접점으로 넓어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 흐름을 대화형 상담으로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피부 진단, 제품 검색, 추천, 리뷰 요약처럼 각각 개발해온 기능을 하나의 챗 화면에 모으고 여기에 LLM을 결합했다. LLM은 챗GPT처럼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문장으로 답하는 대화형 AI다. 고객이 성분이나 제품 비교, 사용 루틴을 물으면 인공지능이 피부 상태와 제품 정보, 리뷰 데이터를 함께 참고해 상담하듯 답하는 AI 뷰티 카운셀러 역할을 한다.

노 상무는 "나 레티놀 써도 돼?"라는 질문을 초개인화 상담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나'를 정의해야 한다. 고객의 피부가 민감한지, 홍조가 있는지, 모공과 잔주름 상태는 어떤지 데이터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레티놀'에 대해선 성분의 효과와 전문 지식, 사용 시 유의사항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써도 돼?'라는 질문에는 고객 피부 상태와 성분 정보를 조합해 효과와 민감도, 적합한 제품까지 함께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추론 과정을 통해 고객이 모든 정보를 설명하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개인에게 맞는 답을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노 상무는 설명했다.

노치국 상무는 “앞으로는  버티컬 AI를 갖추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기자명

아모레퍼시픽은 이 상담 서비스를 여러 브랜드와 채널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브랜드마다 피부 진단 서비스를 새로 개발하는 대신, 피부 측정·제품 추천·상담 기능을 앱과 웹, 매장, 팝업, 해외 채널에 맞춰 활용할 수 있도록 SaaS 형태로 구축한 것이다. SaaS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하거나 새로 개발하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온라인 서비스처럼 가져다 쓰는 방식을 말한다.

이 뷰티테크 플랫폼은 외부 판매로도 이어졌다.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인 AWS 마켓플레이스 등록도 추진 중이다. 노 상무는 "아모레퍼시픽 최초로 화장품이 아닌 기술을 통해 매출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오늘 선보인 뷰티테크 기능들을 고객들이 곧 마켓플레이스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여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과제는 에이전트형 뷰티테크다. 노 상무는 “생성형 AI 이후 고객들이 대화형 상담에 익숙해진 만큼, 뷰티 기업도 상담을 수행하는 AI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하나의 AI가 모든 답을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피부 진단·성분 해석·제품 비교·사용 루틴 제안 등 역할을 나눈 AI가 함께 상담하는 '멀티 에이전트' 체계다.

노 상무는 "기존 뷰티테크 플랫폼 위에 에이전트 간 협업이 가능한 멀티 에이전트 레이어를 얹고, 확장성과 보안, 안정성을 갖춘 에이전트 뷰티테크 서비스를 완성해가고 있다"며 "AI를 기능이 아니라 상담을 수행하는 주체로 만드는 것이 멀티 에이전트 진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노 상무는 "앞으로 기업은 그 기업을 대표하는 버티컬 에이전트 AI가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과 특정 비즈니스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만 팔아서 돈 버는 법은 없다는 발칙한 생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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