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위한 법, 안 할 이유 없다"…의료분쟁조정법, 본회의 통과 '9부 능선' 넘는다
신현두 복지부 과장 "여야 합의·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무난한 통과 예상"
환자단체 '기소 제한' 반발엔 "세부 쟁점" 축소…의료계 반대는 "복잡한 속내 탓"
입법 장벽 걷혔지만, 시행령 마련 과정서 '사회적 합의' 진통 예고
입력 2026.04.10 06:00 수정 2026.04.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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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권리 구제와 의료인의 법적 부담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의료분쟁조정법(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이 여야 합의를 거친 데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만큼 이달 내 국회 문턱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난 8일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료분쟁조정법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이번 주나 다음 주 본회의로 올라가서 최종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기간 이어져 온 의정 갈등 속에서 필수·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꼽히는 이 법안이 과연 정부의 기대대로 의료 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마스터키'가 될 수 있을지, 법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과 각계의 입장을 분석했다.

정부가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확신하는 가장 큰 배경은 '여야의 공감대'와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다. 신 과장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 과정을 언급하며 "법안은 기본적으로 여야 합의로 올라왔다. 법사위 내에서 야당 의원 일부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 표결로 이어지긴 했지만, 실제 표결 결과를 확인해 보면 야당에서 직접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치권 내에서도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인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명시적으로 법안의 발목을 잡을 경우, 향후 발생할 '필수의료 마비' 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야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시사항이라는 점은 여당의 강력한 추진력을 담보하는 요소다. 국회 안팎의 기류를 종합할 때, 신 과장의 언급대로 "국회에서 이 법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은 상당히 현실성이 높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법안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환자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환자단체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기소 제한' 규정이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 수술 등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이 조항의 골자다.

환자단체는 이를 두고 "의료인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여주는 특혜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이 여전히 환자에게 있는 상황에서 기소마저 제한된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진실을 규명하고 합당한 배상을 받을 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신 과장은 이 조항에 대해 "환자단체에서도 법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기소 제한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쟁점이 크지 않은 세부 내용"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기소 제한'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계의 가장 강력한 요구사항이자, 환자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를 단순히 '크지 않은 세부 쟁점'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시각은 향후 법안 시행 과정에서 환자-정부 간 심각한 갈등의 불씨를 남길 위험이 다분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법안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 과장 역시 "의료계 내에서도 일부 반대가 있지만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계를 위한 법인 만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자신들을 위한 법'을 온전히 환영하지 못하는 속내는 복잡하다. 첫째,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의 여파다.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법안 자체가 의료계 통제를 위한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둘째,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형사처벌 면제의 조건으로 책임보험 및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절차에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등의 전제 조건이 붙을 경우, 오히려 의료인에게 또 다른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내부 사정'이라는 신 과장의 모호한 표현 이면에는 정부 정책을 향한 의료계의 깊은 불신과 실리적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이다.

신현두 과장의 브리핑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이달 내 국회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여야의 묵시적 동의와 행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이 맞물려 입법의 물리적 장벽은 대부분 허물어졌다.

그러나 법안의 통과가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이 제정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환자 측의 수용성과 의료계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소 제한의 명확한 범위와 기준을 설정하여 환자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실효성 있는 법적 보호망을 구축해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정부 앞에 놓여 있다. 본회의 의사봉이 두드려지는 순간, 진정한 '조정' '통합' 향한 정부의 진짜 시험대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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