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 ‘윤곽’…미비 시 회수 조치
기존 업무 문서화가 핵심…원료사·제조사 소통으로 업계 연착륙 지원
입력 2026.03.17 06:00 수정 2026.03.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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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안전성평가제도 세부 운영 방향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려가 제기된 제품의 안전성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회수 조치될 수도 있어  완벽한 대비가 요구된다.  다만 업계에서 우려하던 책임판매업자의 책임 범위는 다소 완화됐다. 

16일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개정된 화장품법은 업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책임판매업자는 안전성 평가 자료 보관 의무는 있지만 안전성 평가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 개정법에는 화장품 판매 전 제품이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책임판매업자가 보관해야 하고, 이  자료는 자격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화장품협회 정책연구실 고정은 실장이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서 지난 12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 '2026 화장품 정책 설명회'에서 화장품안전성평가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 유튜브 캡처
개정된 화장품법에 따른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와 관련해 실무진이 참고할 내용을 화장품협회 정책연구실 고정은 실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고 실장은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지난 12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 '2026 화장품 정책 설명회'에서  안전성 평가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에서 책임판매업자가 모든 역할을 직접 맡아야 하는 건 아니다. 보관 책임은 책임판매업자에게 있지만, 검토와 평가는 자격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가 맡을 수 있다. 책임판매관리자나 회사 내부 인력이 관련 자격을 갖춘 경우에는 직접 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외부 서드파티에 맡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대응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책임판매업자가 보관하는 자료는 의무 제출 대상은 아니다. 기업이 안전성 평가 자료를 갖추고 보관하다가, 점검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구할 때 제출하는 유럽식 운영 방식에 따른다. 
 
해외 수출 과정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안전성 평가 자료를 국내에서 활용할 가능성도 열렸다. 식약처는 국내 자격과 동등한 해외 안전성 평가자가 검토·승인한 자료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실장은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의 경우 CPSR이 완비돼 있으면 국내 제도 도입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CPNP(유럽 화장품 등록 신고 절차)가 아니라 CPSR(Cosmetic Product Safety Report, 유럽의 화장품 안전성 평가 보고서) 자료를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 안전성 평가 예외 품목을 둘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수입대행형은 법상 안전성 평가 자료 의무의 예외 대상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수입대행형은 해외 제품을 구매대행이나 주문 대행 방식으로 들여오는 형태를 뜻한다.
 
또, 총리령으로 정하는 품목도 예외로 둘 수 있게 했다. 아직 구체 품목이 모두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일부 소규모 화장비누는 차후 면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면제 품목을 정하게 해, 보다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내용 중 화장품기업 실무진들이 챙겨야 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제품에 표기된 '사용방법' 문구가 안전성 평가의 '노출평가' 기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용 부위, 사용 횟수, 씻어내는지 여부에 따라 인체 노출량 계산이 달라진다.

가령 샴푸에 '두피에 사용 후 씻어낸다'는 사용방법이 기재돼 있다면 안전성 평가자는 '두피 사용' '씻어냄'을 전제로 노출량을 본다. 에어로졸 제품은 흡입 가능성을, 립 제품은 경구 노출 가능성까지 함께 살피게 된다.

포장재와 불순물 관리도 실무진이 챙겨야 할 대목으로 제시됐다. 원료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불순물이 들어갔는지, 내용물과 포장재가 맞닿는 과정에서 이행 가능성이 있는지를 안전성 평가자가 검토해야 한다. 책임판매업자는 그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원료사와 제조업자, 포장재 업체 등으로부터 확보해 보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레티놀처럼 빛과 공기에 민감한 성분은 왜 그 포장재를 선택했는지까지 안전성 평가 자료로 제공해야 한다. 차광이 필요한 성분에 어떤 용기를 적용했는지, 내용물과 포장재 사이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평가자가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갖춰야 한다.

시판 후 관리도 안전성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후 부작용이 반복되거나 포뮬레이션, 포장재가 바뀌는 경우 관련 정보 업데이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고 실장은 "화장품 안전성 평가는 기업이 원래 하던 업무를 문서화하면서 자료를 좀 더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면서 "완전히 새로운 규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처방, 원료 정보, 안정성 시험, 포장재 검토, 사용방법, 시판 후 관리 등 기업이 기존에도 따로 관리해온 자료를 안전성 평가 자료로 다시 정리하라는 것에 가깝다. 조성 정보와 포장재, 보관 조건이 같고 동등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기존 시험 자료도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론 안전성 평가 자료 관리와 관련한 책임과 규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안전성 평가자의 검토를 거치지 않아 자료의 완결성이 부족하거나 식약처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한 행정처분 기준이 신설된다.

특히 위해 우려가 제기됐을 때 안전성 평가 자료를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적절히 소명하지 못하면 회수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가 위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없거나 부실하면 안전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이 경우 위해가 확정된 것으로 간주해 제품을 회수 대상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고 실장은 "안전성 평가 제도가 기업들에 쉽지 않고 어려운 과정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책임판매업자와 제조업자, 원료업자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합리적으로 소통할지 다각도에서 논의해 제도가 순차적으로 소프트랜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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