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며 글로벌 거시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기 방어주'로 꼽히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중동 사태의 향방을 가를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는 '원가 폭등, 물류 마비, 투자 빙하기'라는 유례없는 삼중고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석유에 목맨 합성의약품, 원료 수입 단가 폭등 '초비상'
가장 먼저 현실화된 위협은 기초 원료의 수입 단가 폭등이다. 대중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합성의약품은 그 기초 원료의 약 99%가 원유 정제 과정에서 파생되는 화학 물질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은 필연적으로 원료의약품(API) 생산 단가의 도미노 인상을 불러온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척박한 원료의약품 자급 현실이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30%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으며, 나머지 70% 이상을 중국, 인도, 유럽 등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가상승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물류망의 불안정성까지 겹치며 해상 운임마저 폭등하고 있어 수입 원가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가 정부 건강보험 재정 체계에 묶여 있는 국내 시장 특성상, 원가가 아무리 올라도 이를 완제의약품 가격에 즉각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며,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경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심각한 채산성 악화와 영업이익률 훼손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늘길' 막힌 중동, K-바이오 물류비 눈덩이·신시장 개척 제동
제약 산업의 핵심인 물류망, 특히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위한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비용의 급증도 뼈아픈 대목이다. 백신, 항체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등 바이오의약품은 온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 100% 항공 화물을 통해 수출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두바이 등 주요 허브 공항을 우회하는 항공 노선이 늘어나고 항공유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던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한, 국내 제약사들이 '포스트 오일' 시대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삼고 공들여온 중동 시장 진출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몇 년간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지 파트너사와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및 현지 공장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왔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 시 현지 의약품 품목 허가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고, 마케팅 및 현지 공급망 구축이 사실상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환율 1,500원 시대의 극명한 명암, 수입 제약사 '비명' vs CDMO '환호'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내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극명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해외에서 원료나 완제의약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전통 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막대한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수입 결제 대금 압박이 커진 탓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다국가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 개발 벤처기업들은 임상 비용이 원화 기준 30~40% 이상 폭증하며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이 같은 환율 충격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달러로 대금을 결제받는 대형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시밀러 수출 기업들이다. 이들은 수입하는 원부자재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의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어, 원화 환산 시 막대한 환차익을 누리며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돈줄 마른 바이오 벤처, '버티기' 돌입... 산업 재편 가속화되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에 의존해 R&D를 이어가는 바이오 벤처 업계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되는 초기 바이오 벤처에 대한 시장의 자금 공급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당장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자금 수혈마저 끊기게 되면, 많은 벤처기업들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임상을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기점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도태와 헐값 매각이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들이 유망한 기술을 가진 벤처를 흡수하는 형태의 'M&A(인수합병)를 통한 산업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보 차원의 접근 필요... 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결국 미·이란 전쟁은 국내 제약 산업에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국가 보건 안보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필수의약품 및 기초 원료의 국가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외교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현금 흐름 확보, 환리스크 헷지(위험 회피) 전략, 그리고 물류 라인 재점검 등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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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중동 사태의 향방을 가를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는 '원가 폭등, 물류 마비, 투자 빙하기'라는 유례없는 삼중고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석유에 목맨 합성의약품, 원료 수입 단가 폭등 '초비상'
가장 먼저 현실화된 위협은 기초 원료의 수입 단가 폭등이다. 대중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합성의약품은 그 기초 원료의 약 99%가 원유 정제 과정에서 파생되는 화학 물질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은 필연적으로 원료의약품(API) 생산 단가의 도미노 인상을 불러온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척박한 원료의약품 자급 현실이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30%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으며, 나머지 70% 이상을 중국, 인도, 유럽 등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가상승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물류망의 불안정성까지 겹치며 해상 운임마저 폭등하고 있어 수입 원가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가 정부 건강보험 재정 체계에 묶여 있는 국내 시장 특성상, 원가가 아무리 올라도 이를 완제의약품 가격에 즉각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며,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경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심각한 채산성 악화와 영업이익률 훼손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늘길' 막힌 중동, K-바이오 물류비 눈덩이·신시장 개척 제동
제약 산업의 핵심인 물류망, 특히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위한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비용의 급증도 뼈아픈 대목이다. 백신, 항체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등 바이오의약품은 온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 100% 항공 화물을 통해 수출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두바이 등 주요 허브 공항을 우회하는 항공 노선이 늘어나고 항공유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던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한, 국내 제약사들이 '포스트 오일' 시대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삼고 공들여온 중동 시장 진출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몇 년간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지 파트너사와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및 현지 공장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왔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 시 현지 의약품 품목 허가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고, 마케팅 및 현지 공급망 구축이 사실상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환율 1,500원 시대의 극명한 명암, 수입 제약사 '비명' vs CDMO '환호'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내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극명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해외에서 원료나 완제의약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전통 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막대한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수입 결제 대금 압박이 커진 탓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다국가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 개발 벤처기업들은 임상 비용이 원화 기준 30~40% 이상 폭증하며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이 같은 환율 충격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달러로 대금을 결제받는 대형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시밀러 수출 기업들이다. 이들은 수입하는 원부자재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의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어, 원화 환산 시 막대한 환차익을 누리며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돈줄 마른 바이오 벤처, '버티기' 돌입... 산업 재편 가속화되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에 의존해 R&D를 이어가는 바이오 벤처 업계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되는 초기 바이오 벤처에 대한 시장의 자금 공급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당장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자금 수혈마저 끊기게 되면, 많은 벤처기업들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임상을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기점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도태와 헐값 매각이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들이 유망한 기술을 가진 벤처를 흡수하는 형태의 'M&A(인수합병)를 통한 산업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보 차원의 접근 필요... 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결국 미·이란 전쟁은 국내 제약 산업에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국가 보건 안보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필수의약품 및 기초 원료의 국가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외교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현금 흐름 확보, 환리스크 헷지(위험 회피) 전략, 그리고 물류 라인 재점검 등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