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눈치 본 의대 증원 후퇴 폐기하라"…연대회의 반발
정부, 보정심에 2027학년도 의대 증원 '연 580명안' 제출
"국민 생명보다 정치적 타협 우선…왜곡된 수급추계 중단해야"
입력 2026.01.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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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연 580명(579~585명) 수준으로 추진하는 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제출하자, 시민사회·노동계·환자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이 참여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28일 공동성명을 통해 “의사 단체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실질적인 증원을 후퇴시킨 정치적 미봉책”이라며 정부안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7일 열린 보정심 제5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약 580명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이 아니라, 공급자 단체의 ‘교육 불가능’ 주장에 끌려가 숫자만 깎아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특히 정부가 ‘과학적 근거 기반 추계’를 내세웠지만,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수급추계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2024년 의료공백 시기에 발생한 억눌린 의료 이용량을 정상 수요로 고정해 미래 기준으로 삼았고, 고령 의사의 활동성을 과대평가하거나 실증되지 않은 ‘AI 생산성 향상’ 가정을 적용해 필요 인력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AI는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지 의사 확충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이런 왜곡을 바로잡지 못한 채, 추계위가 제시한 2037년 기준 최대 4,800명 부족 전망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연 580명 수준으로 후퇴했다면 이는 국민 앞에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의대 및 지역 신설 의대 몫 600명을 포함해 충분한 증원을 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연대회의는 “공공의대 출신 인력이 모두 임상의사로 투입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의료·의료정책·행정 인력은 별도의 정원과 트랙으로 양성돼야 한다”며 “이를 기존 정원 증원분에 끼워 넣는 방식은 ‘증원하는 시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대회의는 의사 수 증원 논의가 지역의료 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혁과 분리돼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전달체계 미비, 지역 병원의 진료 기반 부족, 일차의료의 기능 약화 등을 지적하며, “전문의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의료 인프라와 환자 흐름을 지탱할 제도 개편 없이 증원 규모만 줄이는 것은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불제도 개혁의 부재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연대회의는 “의사단체는 의사 수 증가가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과잉을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 개편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정부 역시 가치 기반 지불제나 공공정책수가를 언급하면서도 행위별 수가제 개편에 대한 일관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필수·공공의료 유지를 위해 의사 증원뿐 아니라 간호 인력, 다직종 협업 체계 등 ‘팀 의료’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증원 규모 조정에만 에너지를 소모하며 현장을 지탱할 인력·서비스 개혁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사 수를 늘리고 있다는 착시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에서 필요할 때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라며 “보정심은 의사단체 요구에 따라 추계를 선택적으로 왜곡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초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정직하게 반영한 실질적인 의대 증원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의료전달체계 확립 △지불제도 개편 △과다 의료이용과 왜곡된 시장 구조 개선 △팀 의료 인프라 강화 등 구조 개혁을 병행한 의료개혁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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