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사법 개정 논란, 과연 끝인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 약사법개정안이 5월 국회에서 처리될 것인가? 아니면 2달 남은 18대 국회를 넘기고 그대로 폐기처분 될 것인가? 24시편의점에서 20여개의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내용의 약사법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미의결 상태로 계류 중으로 18대 국회의 처리 여부는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5월 국회 열릴 가능성 낮아, 무산시 법안 자동 폐기
2010년 12월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감기약 슈퍼판매’ 발언으로 불거진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편의성을 위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의약품오남용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회적인 찬반 논쟁으로 불거져 왔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찬반 토론회를 벌이기도 했고,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약사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보건복지부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편의성’은 말 그대로 닭이 먼저냐 계란의 먼저냐의 논쟁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대통령 “감기약 슈퍼판매” 발언 불씨…찬반의견 팽팽이 같은 논란은 그대로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여야의 당론이 달랐고, 국회 보건복지위소속 의원마다 입장과 의견이 달라 국회에서도 좀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특히, 이해단체인 약사회의 반발에 국회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일반약 약국외 판매 약사법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정부가 약사법개정안을 발의하고, 10월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되면서다. 대한약사회와 복지부의 입장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약사법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 법개정 작업을 추진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 문제는 15년 전부터 거론되던 사안이었으나 의약품이 슈퍼 등 약국외 장소에서 판매되는 일에 대해 오남용 우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개정을 언급한 만큼, 복지부의 태도가 180도로 달라지면서 개정속도는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됐지만 안전성과 편의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했으며 여․야 에서도 약사법개정안을 바라보는 당론과 국회의원 각각의 시각이 달라 개정논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11월 22일 복지부와 약사회가 ‘전향적 협의’를 발표하자 약사법개정안 작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지난 2월 임시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심의 법안으로 상정된 후, 논란 속에서 14일 복지위 법안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복지부는 오는 8월부터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계획으로 약사법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법사위에서 본회의까지의 통과를 빠르게 추진했으나 2월 27일 열린 법사위에서는 의석수 300석안 등 선거법개정안 우선 심의에 밀려 논의가 미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2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약사법개정안 등을 심의할 계획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오후 5시 40분 정회했다. 법사위는 오후 7시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그대로 회의를 취소했다.이에 법사위는 3월 2일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약사법개정안의 법안심의를 마쳤으나 민주통합당의 공천 일정 등과 맞물려 법사위원의 의결 정족수(9명) 부족으로 다음 회의에서 의결하기로 결정하고 산회했다.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이날 심의한 약사법개정안과 50여개의 법안에 대해 “사실상 통과과 법안으로 의결형식만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지만, 4.11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관리 등 선거준비로 법사위 회의는 물론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임시국회를 마감했다.
5월 국회 과연 열릴까?3월 임시국회를 넘긴 약사법개정안은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약사법개정안 등 법사위에서 심의를 마쳤으나 의결을 하지 못한 법안들은 총선이 끝난 후 5월 법사위 의결절차와 본회의를 속결로 진행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법안을 발의한 복지부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으로 18대 국회에 어떻게든 매듭을 짓길 원하는 상황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약사회와의 실랑이 끝에 얻어진 ‘전향적 협의’에 대한 논의를 19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또한 복지부는 영국의 일반약 약국외 판매 제도운영 현황을 시찰하는등 제도 시행 준비를 하며 24시간 편의점 의약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4.11 총선이 끝나고 5월 국회를 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 관계자들은 “5월 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있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국회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 떨어진 의원들에게 국회일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혹시 일정이 잡혀도 지난 법사위처럼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5월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약사법개정안이 법사위 의결을 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며 19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해야 한다. 19대 국회는 선거결과에 따라서 여야의 의석수가 바뀔 수도 있고 감기약 슈퍼판매를 촉구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 것을 염두에 둔다면 다음대 국회에서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약사법개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미루어 질수도 있다.
24시편의점 판매약 약사법개정안 주요 내용 약사법개정안의 최종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의약품 2분류체계를 변경하지 않고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인 ‘안전상비의약품’을 예외적으로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품목은 20개 품목 이내 범위에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서 고시한다. 안전상비약 판매자는 24시 연중무휴 점포를 갖춘 자로 위해의약품 회수, 의약품 등 판매질서,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자료 제공, 보고 및 검사 등 약국개설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준용하도록 수정했다.또한, 품목허가 갱신제도 도입과 관련, 품목허가의 유효기간을 적용하지 않는 대상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재심사 대상 의약품에 대한 유효기간의 적용 시점을 명확히 했다.
최재경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