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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현안 ‘산넘어 산’ 보건의료단장은 괴롭다
2012년 대한민국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선거바람’에 휩싸일듯하다. 연초부터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 총선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고, 이어 오는 12월 19일에는 ‘대통령선거’라는 허리케인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선거바람’은 비단 정치계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올 해 유난히 의약계, 제약업계 등 대표 단체들의 단체장의 교체시기가 맞물려 단체장 교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올 해는 업계 핫 이슈로 꼽히는 굵직한 현안에 대한 결과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기여서 ‘차기 단체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에 ‘리더십’에 대한 정의와 재평가를 통해 우리업계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정리해 보자.
-편집자 주-
도매협회 중소회원사의 고충해결 최우선 과제
직능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를 이끌면서 사회적 의무까지 소화해야하는 단체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내부적인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회장이나 이사장 등 단체장의 임기가 만료돼 신임 회장을 선출한 단체는 한국의약품도매협회와 한국제약협회, 대한의사협회 등이며 대한약사회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오는 12월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지난 2월 15일 총회에서 신임회장을 선출한 한국의약품도매협회(이하 도매협회)는 업계의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는 리더를 필요로 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 회장 선거에서는 공식적인 회장 자질의 검증을 위해 후보자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하는 등 회장 자질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책토론회는 각 후보자들의 공약사항과 정책적 소신을 공개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로 당시 경선을 벌이던 황치엽 후보, 한상회 후보, 이한우 후보 등 3명의 후보가 참석했다.
이날 최고의 화두는 일괄약가인하로 인한 도매업계의 위기와 중소도매업계 생존, 마진율 확보에 대한 문제였다. 후보자들 모두 비슷하게 현안을 지적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는 각각 조금씩 달랐다.
각 후보들은 제약사들이 일괄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유통마진 축소 움직임을 보이는 현안에 대해서는 도매업계의 생존에 직접적인 연관있는 문제인 만큼, 협회와 회원사들이 단합해 마진율 인하 움직임에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은 3명의 후보가 공통적이었다.80평 창고면적 부활에 대해서는 책임공방과 함께 각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황치엽 후보는 “신규진입하는 도매업체에 대한 창고 평수 규제는 필요하나 기존 회원사에 적용해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주장하며 표심을 잡았다.
반면, 당시 집행부로서 창고면적 부활에 대한 책임 추궁을 면치 못한 이한우 후보는 창고면적 부활로 집행부가 많은 책임 추궁을 받았다며 이에 대한 변명을 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 바빴다. 새로운 개혁론을 주장하던 한상회 후보 역시, 현안에 대한 참신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실행 여부에 대해 회원들에게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2월 15일 총회에서 황치엽 회장은 411명 중 239표를 얻어 회장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얻었다.
선거 운동 당시 각 후보들은 도매업계의 경영위기를 극복할 대동소이한 대안을 제시하며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겠노라고 공약했지만, 당시상황에서 회원사들은 협회를 보다 잘 이끌어줄 리더를 필요로 했고 선택에 반영됐음이 분명하다.
일괄약가인하로 제약업계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도매업체에 미치게 된 상황에서 제약사 마진인하 압박, 창고면적 부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됐다. 특히 중소도매업체의 경영위기 극복은 가장 큰 이슈로 작용했었다.
최근에는 약가인하 의약품의 반품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매협회는 약사회와 원만한 해결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으로 황치엽 회장의 회무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케이스가 될 것이다.
제약협회 신임 이사장 갈등 약가인하 소송에 영향
지금 제약협회는 ‘일괄약가인하’라는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단단하게 뭉쳐 정부 정책에 대응해고 부족한 시점에서 제약협회는 때아닌 내홍을 겪으며 협회가 생긴 후, 협회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큼, 최대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지금의 협회 위기설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23일 열린 정기총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정기총회에서는 이경호 회장과 함께 제약협회를 이끌고 갈 이사장 선출을 진행, 초도이사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당시 협회를 이끌던 부이사장단사는 새롭게 적용된 경선방식의 선거에 불만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마찰을 일으켰다. 이사장 선출 중간에 부이사장단사가 퇴장을 해버리고, 남은 이사들의 투표를 통해 일성신약 윤석근 사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그간 제약협회를 이끌어 온 부이사장단이 초도이사회 자리를 박차고 나서며, 차기 이사장 선출 방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부이사장단사들은 추대를 통한 이사장 선출이라는 회장단 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선으로 진행된 데 대해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고 회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윤석근 이사장 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일괄약가인하를 포함해 산적한 제약계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곧 우려는 현실화가 됐다. 약가인하에 대한 대응방안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제약협회의 내홍은 회원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제약협회의 이 같은 갈등은 회비납부 거부로까지 번져 前부이사장단 10개사(대웅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명인제약, 녹십자, 동아제약, 동화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보령제약, 한미약품)는 윤석근 이사장 체제에 불만을 품고 3월부터 회비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석근 신임 이사장의 퇴진설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업게 관계자들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의 약가인하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제약협회가 이사장 선출 문제를 빌미로 약가소송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제약협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제약협회의 장기적인 회무 공백과 관련, 전임 이사장단의 비협조로 아직 이사장단사를 구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이 문제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한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업계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그간 제약협회가 보여 준 역할론 차원에서의 비난이 더 크다.
일괄약가인하 대응, 소송 등을 비롯해 정부 정책에 대처하는 그간의 모습이 적극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14일 소송에 참여키로 했다고 제약협회가 주장하는 제약사 70여 곳을 호출해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무의미했다. 회의에는 상위 제약사는 참석하지 않고, 이미 소송장을 접수한 소형 제약 몇 곳만 참여하는 등 참석자가 저조해 결국 회의가 취소됐다.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던 제약계의 의지가 그야말로 ‘용두사미’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임 이사장단사들과 현이사장과의 갈등이 문제의 핵심이 다가 아니다. 제약협회 자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약가인하 소송도 회사별로 진행키로 했고, 상위 제약사들 중 일부는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 곳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약협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이 협회에 바라는 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과 회원사를 위해 대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주는 것”이라며 “책임있는 협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의사협회 내부갈등 “단결과 회원 신뢰성 회복이 우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차기 회장 자격 요건은 무엇보다 회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협의 내부 단결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경만호 회장 임기동안 내부고발로 크고 작은 소송이 끝이지 않았던 의협은 임시총회에서 회장에게 계란투척 사건까지 벌어지며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장 선거에 앞서 지난 3월 13일 후보자들의 공약과 자질을 가늠하고자 합동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합동설명회에서는 후보자들은 각각 총액계약제 저지, 쌍벌제 헌법소원, 선택 분업제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 이를 바로잡겠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각자의 소신을 피력하며 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정책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데는 각 후보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의협내부의 갈등과 회원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각각 약간의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후보 대부분이 협회장의 자질과 책임에 대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밝혔다.
나현 후보는 “생각과 대책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 의협의 단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고발은 없어야 한다”며 “내부고발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집행부의 회계가 투명해 져야 한다. 또 회장과 임직원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회원들에게 보여야만이 의협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돌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전기엽 후보는 “협회의 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의료정책전문인으로서 의사뿐만 아니라 국민과 환자를 위하는 의사들의 단체로 거듭나 의사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의사로서의 참된 역할을 제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수호 후보는 “단결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의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의사들의 가치에 대해 공유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가 지향해야 할 장기 목표에 대한 의료계 여론 수렴과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며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노환규 후보는 “오랫동안 회원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협회에 대해 젊은 의사들은 오히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회원들을 대변하는 의협이 되야 한다”며 “의사가 진료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고, 전국의사들의 단결된 힘으로 잘못된 제도를 함께 바로잡으며 회원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법개정안 사태 집행부 회무능력 ‘실망’
일반약 약국외 판매 약사법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단결했던 약사회는 대한약사회와 보건복지부의 ‘전향적 협의’이후, 집행부의 결단에 대해 회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시도약사회에서는 약사법개정안 저지를 위해 특별회비를 걷어 대한약사회에 올려 보내는 등 총력을 기울인 만큼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민병림 서울시약사회장과 김현태 경기도약사회장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이 편의점 판매 협의를 원치 않을 경우 약사법 개정 저지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발언대로 김구 회장이 앞장서 약사회를 이끌 것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극심했다.
약사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약사회가 분열되지 않도록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퇴하고, 집행부 전원이 동반 퇴진할 것을 요구하는 등 3월까지 김구 집행부의 퇴진 요구는 곳곳에서 들려 왔다.
약사회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 복지부와의 밀실협약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2월 26일 임시총회에서 복지부와의 재논의 및 협상 여부를 두고 투표를 벌이는 등 내부갈등을 겪어 왔다.
정부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이러저리 끌려 다닌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 대한약사회 집행부의 일부 임원들과 시도약사회장들의 사퇴 발표를 하는 등 내부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약사회의 표면적인 갈등은 일반약 약국외 판매 약사법개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주춤해 지자 잠시 소강상태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상적인 회무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일괄약가인하로 약국의 반품 문제를 도매협회와 논의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에서 정상적인 약사회 운영아 안되고 있다는 것은 마이너스 요소라는 것이다.
한 약사는 “12월 신임 회장 선거에서는 현집행부 인물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다. 회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약사직능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약사회장을 원한다”며 차기 화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재경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