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이자 CEO, 유럽 제약업계에 쓴소리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일은 현대의학의 원천(源泉)과도 같은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도 독일이 첨단 의·약학의 선도주자라고 믿을 곰바우는 없다고 잘라말할 수 있다."
美 화이자社의 헨리 맥키넬 회장(사진)이 15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 제약업계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것도 다른 나라가 아닌 독일에서 말이다.
화이자는 지난해 독일에서 19억 유로의 매출실적을 올린 바 있다. 오늘날 독일은 미국과 일본에 뒤이은 화이자의 세 번째 핵심시장으로 꼽히는 고마운(?) 국가이다.
독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제약기업들 가운데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도 바로 화이자. 그러나 최근에는 독일 내 R&D 시설의 영국이전 검토방침을 흘리기도 했었다.
맥키넬 회장은 이번 주들어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독일의 볼프강 클레멘트 경제노동부장관 등과 차례로 만나 제휴방안을 논의하는 등 유럽 각국을 순방 중이다.
이날 맥키넬 회장이 퍼부은 비난의 화살은 현재 독일에서 진행 중인 의료개혁 프로그램, 그리고 유럽 전반의 제약업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근시안적인 정책과 규제에 타깃이 맞춰진 것이었다.
실제로 독일의 슈뢰더 정부는 의료비 지출규모를 수 십억 유로 이상 절감하는데 목적을 둔 의료개혁 프로그램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 가운데 약가통제와 의료보험 약제비 급여축소 등이 핵심 레퍼토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
신약개발을 위한 제약기업들의 R&D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유럽 각국의 정부도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의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치솟는 의료비·사회복지 지출을 잡기 위해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따라서 각국이 처해 있는 상황은 독일과 앞·뒷집 처지격인 셈.
맥키넬 회장은 "지금의 유럽은 기회를 상실해 가고 있으며,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약산업으로 범위를 한정할 경우에도 당뇨병, 알쯔하이머, 각종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한 신약개발 투자를 장려하기 보다 지금처럼 눈앞의 비용절감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한, 미래는 없다고 맥키넬 회장은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의료비 지출의 증가, 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 노정, 신약개발을 위한 R&D의 위축 등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독일과 유럽의 제약산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편 맥키넬 회장은 독일 바이엘社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가 손잡고 '비아그라'의 아성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레비트라'와 관련,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약물복용의 필요성에 대한 뭇남성들의 관심을 일으켜 세울 것이고, 독일만 하더라도 500만명에 달하리라 추정되는 잠재적 수요층 가운데 아직까지 150만명 정도만이 발기부전 치료제에 손을 대고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덕규
200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