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 장애와 저산소증, 허혈 등의 증상들은 노화 과정에서 육체기능과 인지기능을 감퇴시키는 요인들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샐러드용 채소의 일종인 비트(beet)에서 추출된 즙을 매일 음용한 고령자들의 경우 퇴행성 신경질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트즙이 질산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뇌 내부의 혈액흐름을 증가시켜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州에 소재한 웨이크 포레스트대학 생화학부, 생리학부, 생명공학부, 보건‧체육학부 및 병진과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산화질소 연구분야의 전문 학술저널 ‘산화질소: 생물학 및 화학’誌(Nitric Oxide: Biology and Chemistry) 온-라인版에 지난달 게재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논문의 제목은 ‘고용량의 질산염 섭취가 고령자들의 뇌 관류에 미친 급성 영향’.
이와 관련, 질산염은 비트 뿐 아니라 셀러리, 양배추, 시금치, 상추 등의 채소류에도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식품을 통해 다량의 질산염을 섭취하면 구강 내부의 유익한 세균들이 이를 아질산염으로 전환시켜 체내의 혈액순환을 도와줄 뿐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곳에 혈액과 산소의 공급량을 증가시켜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또 아질산염이 혈압강하와 운동능력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에도 입을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나이가 듦에 따라 뇌 내부에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지 않는 부위가 있고, 이것이 치매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들의 발병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는 가설을 전제하면서 이번 연구를 진행했었다.
연구는 평균연령 74.7세의 고령자 14명을 대상으로 4일 동안 질산염을 섭취토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첫날에는 피험자들로 하여금 10시간의 공복기를 거치도록 한 후 건강상태를 묻는 조사를 진행하고, 고용량(16온스) 또는 저용량의 비트즙을 음용토록 했다. 다음날에는 10시간의 공복기를 거쳐 식후(비트즙 음용 포함) 1시간 뒤 MRI 촬영을 통해 뇌내 혈류상태와 질산염 수치를 측정했으며, 식사 1시간 전‧후로 혈중 아질산염 수치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도 병행됐다.
셋째날과 넷째날에도 같은 방법의 연구를 진행하되, 비트즙을 고용량 음용했던 그룹에는 저용량을, 저용량을 음용했던 그룹에는 고용량을 음용토록 순서를 바꿨다.
그 결과 고용량의 질산염을 섭취한 고령자들에게서 뇌 내부의 전두엽 부위 혈류량이 증가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두엽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인지기능 장애 증상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내 부위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고령자들이 질산염을 다량 섭취하면 뇌내 주요 부위의 혈액관류가 증가하면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과일과 채소류를 다량 섭취하는 식생활을 통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한 또 하나의 연구사례라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